
공연장에 세워져 있는 <왕의 궁원 프로젝트> 홍보 배너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 <영원의 하모니 천년을 넘어>가 지난 3월 12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렸다. 6.3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두고 열린 시향의 특별기획공연에는 <왕의궁원 프로젝트 연계>라는 부제가 붙었다.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헌당식 서곡 작품 124’, 파가니니의 기타 사중주 제15번을 편곡한 비올라 협주곡,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마단조 신세계로부터’로 구성됐다. 지휘는 라트비아 출신 지휘자 마르가리타 발라나스가 맡았고,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이자 비올리스트 김상진이 협연했다. 고전과 근대를 아우르는 몰입감 있는 구성이었으며 연주도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연주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특별기획공연’의 배경을 둘러싸고 비판이 제기됐다. 관립예술단이 자신들의 연주회에 자치단체의 정책이나 사업을 노골적으로 내세운 공연을 기획하는 사례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왕의 궁원 프로젝트’는 현 전주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다. 후백제부터 조선왕조에 이르기까지 전주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문화유산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관광 자원으로 키우는 사업. 아중호수와 덕진공원, 건지산 등을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2034년까지 10년에 걸쳐 총 1조 7천억여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큰 과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특별기획공연을 내세운 이 연주회는 선거를 바로 코 앞에 두고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선거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실제로 이날 공연은 시향의 연주보다 시정 홍보에 무게를 실었다. 공연장 로비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이 사업을 홍보하는 영상이 상영됐고 관련 배너가 설치되었다. 공연 전 상영된 영상에는 한옥마을 등 전주 도심 곳곳을 불새가 날아다니는 장면이 담겼다. 정책을 시민 눈높이에서 설명하려는 취지라고 볼 수도 있지만 관립예술단체가 행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배경이다. 연주회의 선곡 역시 특정 정책을 앞세우느라 작위적인 연결고리처럼 보였다.
관립예술단체의 역할은 시민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고 중심이다. 시정 사업과 결합한 공연이 반복될 경우, 본래 역할과는 달리 행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특정 정책을 덧입힌 무대는 예술적 감동보다 정치적 의도를 먼저 읽게 만든다. 예술단체가 행정의 성과를 꾸며주는 장식이 아닌, 시민 모두의 자산으로 남기 위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