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전주국제영화제   2026.6월호

예술은 사회를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

 뜨거운 논란 부른 <예스!>와 <세상은 그렇게 끝난다.> 


프론트라인 <예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두 작품이 있다. 이스라엘 감독이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두고 자국을 비판한 <예스!>와,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기록하다 유죄를 선고받은 다큐멘터리 감독의 <세상은 그렇게 끝난다.>다. 두 영화는 전혀 다른 국가의 폭력을 다루고 있고, 각 감독이 처한 상황도 다르다. 하지만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예술은 사회를 어떻게 기록하고 비판해야 하는가. 그리고 누가 기록할 권리를 가지는가. 전쟁, 국가 폭력과 사회적 극단화 같은 현실의 기록은 뉴스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예술 역시 서사, 이미지와 기록을 통해 사회 문제를 드러내고 질문한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 영화

이스라엘 감독 나다브 라피드의 영화 <예스!>는 이스라엘 국가를 작곡하게 된 예술가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로, 이스라엘 내부에서의 비판적인 시선을 담았다. 그러나 작품은 영화제 개막 전부터 거센 논쟁에 휩싸였다. 시민사회단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상영 철회를 요구했고, 영화제 기간에도 관련 현수막 게시와 소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단순히 감독의 국적이 아니었다. 영화가 이스라엘 정부 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됐고, 이스라엘 제작사를 통해 유통된다는 것이다. 또한 작품이 팔레스타인 학살을 ‘가해자의 시선’에서 재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입장문을 통해 “팔레스타인은 예술가의 성찰을 위한 재료가 아니며, 집단학살의 현장은 현실감 있는 세트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감독의 과거 발언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보이콧이 정치적으로 게으른 방식이며, 해외 연대자들이 매우 안전한 장소에서 이스라엘 작품을 쉽게 보이콧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아마도 가장 급진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이스라엘인이라 말했다. 지역사회의 보이콧 움직임도 있었다. 전주의 독립서점 책방 토닥토닥은 4월 29일 관련 집담회를 열고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특히 올해 팔레스타인 영화가 단 한 편도 상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됐다. 이스라엘 내부의 자기비판적 목소리를 읽어낼 필요는 있지만, 정작 팔레스타인의 시선은 배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영화제 측은 판단은 관객의 몫이라는 입장이다.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이며, 이스라엘 외 여러 국가가 공동 투자에 참여했고, 작품 자체도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창작자의 국적만으로 논쟁이 확대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차별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영화를 소개하는 것 역시 영화제의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예스!>는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서도 자국 비판 영화라는 이유로 영화제 측으로 유감의 반응이 전해졌다고 한다. 결국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영화였던 셈이다. <예스!>는 팔레스타인에게 연대의 언어였을까, 또 다른 방식의 폭력이었을까. 이번 논란은 한 편의 영화를 둘러싼 찬반을 넘어, 예술이 사회의 폭력과 비극을 어떻게 재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코리안시네마 <세상은 그렇게 끝난다.>



기자는 되고 예술가는 안 되는가

2025년 1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이 극우 시위대에 점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현장에는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도 있었다. 그는 카메라로 현장을 기록했고, 이후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함께 있었던 JTBC 취재진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해당 보도로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 <세상은 그렇게 끝난다.>에 담았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영화는 “언론과 달리 예술은 공익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로 사법부는 나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본 영화는 유죄의 기록이다”라는 선언으로 시작한다. 정 감독은 그동안 <논픽션 다이어리>(2013),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2017)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과 현실을 오랜 시간 기록해 왔다. 이런 다큐멘터리스트에게 “예술은 공익성이 불분명하다”는 논리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영화제 기간인 4월 30일에는 ‘기록할 권리, 예술의 자유’ 포럼도 열렸다. 포럼에는 법조계·언론계·예술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예술과 저널리즘의 경계, 프리랜서 기록자의 권리 문제를 논의했다. 특히 법원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언론기관”과 “예술가의 개인적 작품 활동”을 구분한 판단에 대해 비판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UN 등 국제 기준과 다르게 한국 사회는 국가가 승인한 언론사 중심으로 취재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을 비판했다. 시민과 예술가, 독립언론, 유튜버 등 다양한 주체가 현장을 기록하고 시대이지만, 법과 제도는 전통 언론 중심의 기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이러한 제재는 예술인의 자기검열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정 감독은 대법원에 제출한 최후진술서에서 “국가기관이 저널리즘과 예술을 기계적으로 분류하고 상반된 법적 기준을 적용한 것은 헌법의 평등원칙에 반하는 차별적 법 집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예술가의 용기가 유죄가 된다면, 앞으로 닥칠 위기 앞에서 어떤 창작자도 용기 내어 진실을 마주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 측은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은 단지 한 감독의 유무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피해를 입는 것은 예술가만이 아니라, 사건을 다양한 시선으로 접할 권리가 있는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시민들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정 감독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사회 이슈를 오직 제도권 뉴스의 언어로만 접해야 하는가, 아니면 서로 다른 위치의 기록과 해석을 함께 볼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답은 명확해 보인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