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시나위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최철·집행위원장 김정수)가 스물다섯 회를 맞아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가장 큰 변화는 개막 무대다. 그동안 개막작이 올랐던 무대에 관객과 연희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판'이 돌아왔다. 축제 주제는 '소리의 숨결, 모아 판으로'다. 2001년 시작된 소리축제는 판소리를 중심으로 국내 대표 전통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올해는 소리축제의 출발점이었던 판소리와 '판'의 정신을 다시 꺼내 들었다. 특히 새로운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축제로, 변화와 재정비에 대한 의지도 엿보인다. 축제는 8월 12일부터 16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 일원에서 열린다.
25주년, 무엇이 바뀌었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개막작이 사라졌다는 것. 조직위는 축제가 공연 제작사가 아닌 만큼 개막작 제작에 집중되던 역량을 축제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은 개막작의 성패가 축제 전체의 평가로 이어져온 경향이 있었다. 집행부는 개막 선언과 함께 ‘판’형식의 축하 공연 무대를 더해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 의미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대표 프로그램인 <판소리 다섯바탕>도 변화를 맞는다. 그동안 완창 중심으로 진행되던 무대에서 벗어나, 과거 판소리가 여러 연희와 함께 펼쳐지던 ‘판’의 성격에 주목했다. 줄놀이 등 전통연희가 펼쳐지는 가운데 전북을 대표하는 다섯 명창이 소리를 더한다. 춘향가 장문희, 심청가 송재영, 흥보가 김차경, 적벽가 왕기석, 수궁가 김세미가 무대에 오른다.

판소리 다섯바탕
새롭게 선보이는 <판소리X시네마>는 축제의 쉼표 같은 프로그램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도심과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관객들이 공연 사이 시간을 보낼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올해는 판소리 관련 영화를 하루 종일 상영하며, 공연과 공연 사이를 채울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마련했다. 일부 작품은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될 예정이다. 여러 프로그램의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산조의 밤>은 변함없이 축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 올해는 박대성 명인의 아쟁과 박범훈 명인의 피리를 함께 듣는다. 수십 년간 한 길을 걸어온 두 거장의 연주를 통해 산조가 지닌 깊은 미학과 우리 기악음악의 정수를 엿볼 예정이다.
전통의 뿌리, 젊은 감각의 가지
전통음악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예술가들도 소리축제를 찾는다. 신진 소리꾼을 소개하는 <젊은판소리 다섯바탕>에는 공개 공모를 통해 선발된 춘향가 이수현, 심청가 박시본, 흥보가 최광균, 적벽가 고한돌, 수궁가 소장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올해 소리축제 홍보대사로도 위촉돼 축제 홍보 활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뮤직마켓 <소리넥스트>도 이어진다. 차세대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소리프론티어’, 소리축제가 주목하는 예술가를 소개하는 기획 쇼케이스 ‘소리초이스’, 국내외 공연예술 관계자들의 교류 프로그램 ‘소리커넥트’ 등이 마련된다. 축제 기간 쇼케이스와 피칭,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우리 음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젊은 연주자들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시나위 무대도 눈길을 끈다. <오늘의 시나위>는 전통 시나위와 산조의 어법 위에 동시대 음악적 감각을 더한 공연이다. 이외에도 소리프론티어가 배출한 국악 그룹인 두번째달과 상자루, 악단광칠 등이 다시 축제를 찾아 전통음악이 현재와 만나는 다양한 가능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늘의 시나위
해질녘 굿판에서 한옥마을까지
해가 기울 무렵이면 놀이마당에는 굿판이 선다. 김소라 정읍농악 이수자가 이끄는 <여성농악-안녕 평안굿>은 여성 연희자의 역사와 가치를 조명하는 무대다. 고창농악보존회의 <만두레 풍장굿>, 강릉단오굿보존회의 <강릉단오굿>도 축제 기간 놀이마당에서 펼쳐진다. 매일 해질녘 이어지는 공연을 통해 굿판 특유의 원초적이고 강렬한 에너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아티스트와의 협업 및 월드뮤직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2014년 초연된 한국과 폴란드의 콜라보 <쇼팽&아리랑>을 다시 선보이는 한편, 소리꾼 송봉금과 캐나다 포크밴드 재니스 조 리&큐티즈 밴드의 협연, 남인도 카르나틱 바이올리니스트 요츠나 스리칸스, 말라위 출신 듀오 마달리초 밴드 등의 공연이 마련된다. 대중음악 분야에서는 심수봉과 어반자카파 공연이 예정돼 있다.
축제 공간을 공연장 밖으로 확장하는 시도도 계속된다.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소리 프린지>는 전주 한옥마을과 덕진공원 등 도심 공간에서 열리며, 어린이를 위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팔복예술공장에서 운영된다. <찾아가는 소리축제>는 전북 13개 시·군을 순회하며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시설을 중심으로 공연을 진행한다.
올해 소리축제는 새로운 화제작을 내세우기보다 축제의 출발점이었던 ‘판’의 개념을 다시 꺼내 들었다. 한때 소리축제의 상징이었던 대형 개막작은 사라졌지만, 대신 축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판으로 만들겠다는 시도가 시작됐다. 그시절 공동체의 '판' 놀음을 오늘의 관객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25년을 맞은 소리축제의 새로운 실험이 주목된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