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회사의 가장 큰 적은 스마트폰이다
맥주회사를 위협하는 것은 요즘 인기라는 하이볼도, 라이벌 맥주회사도 아닌 ‘스마트폰’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는 당신이 맥주를 죽이고 있다고 말하면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맥주회사들은 스마트폰이 맥주러버들을 떠나게 만든다고 믿는다. 스마트폰을 맥주회사가 어떻게 막아. 그런데 대장맥주 중 하나인 하이네켄이 반격을 했다. 맥주회사 하이네켄이 ‘휴대전화’를 출시했거든. 그런데 하이네켄 형들… 뭔가 휴대폰이 이상한데?
맥주 러버를 위한 하이네켄의 신상 폰
하이네켄이 출시하는 휴대폰을 살펴보자. 이름은 ‘보링폰’ 해석하자면 지루한 휴대전화 정도 되겠다. 마치 2000년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복고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반투명한 플라스틱 안의 초록색 기판은 하이네켄을 떠오르게 만든다. 이 휴대폰의 가장 큰 특징은 스펙이다. 일단 통화와 문자가 된다. 카카오톡이나 인터넷은 되지 않는다. 술을 마시다가 친구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기능만 넣었다.
화질 역시 인상적이다. 셀카를 찍을 수 있는 전면부 카메라는 없지만 후면부 카메라가 당당히 존재한다. 카메라는 무려 30만 화소다. 최근 수천만 화소, 아니 갤럭시는 2억 화소짜리 카메라가 나온다는데 그에 비하면 충격적인 화질이다. 강제로 20년 전 시간여행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사실상 장롱에 먼지 묻은 휴대폰과 대결해도 좋을 정도의 기능이다. 만우절의 장난 같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브라질의 국민맥주 ‘브라마’도 기능이 제한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맥주회사들이 단체로 업종변경이라도 하려는 거야?
특명, 스마트폰 사용을 막아라!
맥주라는 음료의 본질은 ‘함께하는 시간’이다. 맥주가 처음 만들어졌던 시기부터 맥주는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술이었다.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맥주를 마시며 친구가 되는 것이었다.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음미를 한다기보다는 사람들과 신나게 즐기는 술이 맥주의 본질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맥주의 역할을 빼앗아갔다. 사람들을 소셜미디어 속에서 연결시키지만, 현실에서는 단절시킨다. 그 안에 맥주의 자리는 없어졌다. 심지어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면서도 중간중간 휴대전화를 보는 것은 맥주를 그저 목을 축이기 위한 음료 정도로 평가를 낮췄다. 그래서 맥주회사들은 맥주를 마시는 자리에서 스마트폰의 자리를 밀어내려 했다. 해외의 맥주회사들 중에는 맥주를 마시는 펍에서 휴대폰을 잠시 멈출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이를테면,
밀러 : 스마트폰을 30분 이상 켜지 않으면 당신의 원조 소셜미디어라고 적힌 한정판 맥주 선물
코로나 : 휴대폰을 충전시켜 주는 (맥주 마시는 자리에서 떨어진) 맥주 냉장고
블루문 : 스마트폰 사용을 잠가주는 컵 받침대 개발
폴라맥주 : 주변 스마트폰을 사용불능으로 만드는 맥주냉각기 개발
하지만 이런 도전들은 사람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막지 못했다. 그래서 하이네켄은 휴대폰을 만들고, 광고를 만들어 스마트폰에 집중하느라 놓친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보여준다.
당신의 중요한 순간을 직접 보세요
현대사회의 인간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에 빠질 정도다. 당연히 마시즘의 콘텐츠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건 아니고, 아무튼 우리 집중력의 일부를 스마트폰 안에 흘려보내는 것이 편해진 사회가 되었다. 하이네켄이 휴대폰을 출시하며 말한다.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스마트폰에 집중하느라 놓치지 말라고. 하지만 이는 맥주가 아닌 우리의 인생을 두고 하는 말 같다. 인생에서 놓치면 아까운 최고의 순간을 내 눈으로, 내 마음으로 온전히 느끼라고 말이다. 당연히 그런 벅찬 자리에 맥주는 함께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