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수 있는 모든 것의 이야기    2026.9월호

영화 ‘오디세이’가 보여주지 못한 맛있는 디테일


글 마시즘




크리스토퍼 놀란의 대작 ‘오디세이’가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유년시절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올림포스 가디언’으로 명예 그리스인이었던 나 역시 참을 수 없이 영화관에 달려가고 말았다. 영화는 대단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 전쟁에 대한 죄책감. 기를 쓰고 CG를 쓰고 싶지 않아 하는 고집까지. 하지만 놀란 형님이 하나 빠트린 게 있다. 바로 ‘먹고 마실 것’이다.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속에서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사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린 10년간의 맛집 탐험이거든(아니다). 오늘 마시즘은 원전 속에 나오는 오디세이 속 먹고 마실 것에 대한 이야기다.


제우스 법이 뭐길래

영화 ‘오디세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제우스 법’이다. 손님들이 어딜 가도 제우스 법을 외치며 자신에게 음식을 내어줄 것을 요구한다. ‘크세니아’라고 불리는 환대의 관습이다. 낯선 나그네와 손님을 제우스가 보호한다고 여겼기 때문에 일단 음식, 음료, 잠자리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병사들이 믿을만한 게 이것이었다. 먼 길을 가더라도 혹 돈이나 음식이 떨어져도 괜찮아. 우리에게 제우스 법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 다르게 정상인 음식을 제공받지 못했다는 게 오디세우스의 재미있는 점이다.


외눈박이 괴물을 쓰러트린 ‘와인’

그렇다. 그들이 향한 곳은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이다. 이곳에 방문한 오디세우스 병사들은 양과 염소, 그리고 가득한 치즈에 미소를 띤다. 하지만 집주인이 사람을 먹는 외눈박이 거인이었다. 영화에서는 적당히 기회를 노려 탈출하지만, ‘오디세이아’에서는 특별한 아이템이 나온다. 바로 마론이라는 신관이 선물로 준 ‘와인’이었다. 이 와인은 굉장히 독해서 와인 1에 물 20을 섞어 마셨다고 묘사된다. 이걸 원액채로 폴리페모스에게 조공한다. 만족한 폴리페모스는 기분이 좋아져 이름을 묻는다. 원작속 오디세우스는 내 이름은 ‘노바디(아무도 아니다)’라고 거짓말을 친다. 그리고 술 취한 거인이 잠들자 불에 달군 나무 말뚝으로 눈을 찔러 공격한다. 누가 그랬냐고? 노바디(아무도 아니다)…


저승의 존재를 부르는 신화 속 칵테일 헌주

마녀 키르케는 집 돌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그리스의 내비게이션(아니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찾아가라고 한다. 문제는 그가 이미 죽었다는 것이고, 그를 부르기 위해서는 저승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양의 피를 바쳐서 죽은 자들을 불러낸다. 하지만 ‘오디세이아’에서는 헌주 과정이 더욱 복잡하다.


1. 땅에 구덩이를 판다 2. 우유와 꿀을 붓는다 3. 달콤한 와인을 붓는다 4. 물을 붓는다 5. 보리가루를 뿌린다 6. 양의 피를 구덩이에 흘린다. 어떻게 보면 죽은 자들을 위한 칵테일을 만드는 것 같다. 혹은 먹을 걸로 장난을 치는(?) 병사들이 못 마땅해 나온 것일 수도 있다(아니다). 결국 트로이 전쟁에 함께였던 죽은 동료들을 만나고,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만나 집에 가는 길에 닥칠 위험들을 듣는다.


절대 그 고기를 먹으면 안 돼!

테이레시아스가 절대 하지 말라고 한 것. 그것은 태양신 헬리오스의 소를 먹지 말라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아마 그걸 먹고 모든 동료가 죽을 거라고 한다. 그렇게 도착한 태양신의 섬 ‘트리나키아섬’에는 헬리오스가 아끼는 소 일곱 떼와 양 일곱 떼가 살았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에게 저 소를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굶주림을 참지 못한 부하들이 오디세우스가 잠든 틈을 타 소를 잡아먹고 만다. 헬리오스는 분노했고, 제우스가 배에 벼락을 내렸다. 저승에서 들었던 테이레시아스의 예언대로 오디세우스를 제외한 동료들이 모두 죽는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값을 치른 소고기가 아닐까?


영생을 주는 음식과 음료의 유혹

모든 동료를 잃은 오디세우스는 여신 칼립소의 섬 ‘오기기아’에 도착한다. 영화 속에서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의 기억을 찾아주려고 하는 상담사 같지만, 원작에서는 오디세우스를 섬에 가둬두기 위해 애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음식과 음료다. 칼립소가 먹는 것은 신들만 마실 수 있다는 음료 넥타르와 음식 암브로시아가 있다. 반대로 오디세우스는 인간식이 차려진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에게 죽지 않고, 늙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유혹한다. 그러면… 저 넥타르도 마실 수 있는건가?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떠난다. 왜? 집밥이 기다리잖아.


집밥이 최고였다. 10년 여정의 마무리

제우스법을 외치며 각종 여행지에서 모험을 벌였던 ‘오디세우스’의 맛집 기행은 여러 사건을 지나 결국 집에서 끝이 난다. 영화 속에서는 보지 못했지만 20년 만에 재회한 아내와 아들과의 식사를 나누지 않았을까? 그 어떤 여행지의 음식보다 맛있고 마음을 따뜻하게 채웠을 한 끼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도 오디세이와 비슷하다. 밖에서는 매일이 사건, 사고가 기다리고 별걸 다 먹고 마시며 하루를 보낸다. 맛집도 가고, 술도 마시고, 때로는 먹지 말라는 것도 먹는다. 그리고 기어코(?)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나 신화가 아닌 우리만의 오디세이가 있다면 최고의 음식은 무엇이라고 기록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