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의 초등학생인 ‘동춘(박나은)’은 또래보다 키도 작고 내성적인 아이다. 한때 회사원으로 치열하게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동춘의 어머니 ‘혜진(박효주)’은 동춘을 낳고 얻은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고 동춘을 통해 다시 자아실현을 이루고자 한다. 동춘은 어머니의 바람대로 또래들처럼 국영수를 비롯해 창의과학, 태권도, 미술, 코딩 학원 등등을 다니며 미래를 준비한다. 비록 공부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학원과 학원 사이를 오가지만 그런 삶을 거부하며 부모에게 불만을 토로하거나 반항할 생각은 없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딱히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 동춘의 발 앞으로 소화전에서 떨어진 막걸리 한 병이 굴러온다. 호기심이 발동한 동춘은 그 막걸리를 쌀음료 병에 옮겨 담는다. 부모의 말에 복종하던 모범적인 아이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그 작은 일탈은 동춘의 삶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온다. 동춘이 삶의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막걸리는 기포를 터트리며 대답을 한다. 창의과학 학원에서 배운 모스 부호를 떠올리며, 그 기포 소리를 번역하고자 하지만 자신이 아는 외국어로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때마침, 서울대에 페르시아어 전형이 생긴다는 정보를 입수한 혜진은 동춘을 페르시아어 학원에 등록시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막걸리가 보낸 모스 부호를 페르시아어로 해석하자, 로또 4등 번호가 나왔다. 막걸리가 알려준 번호로 산 로또가 정말로 4등에 당첨된다. 이제부터 동춘은 막걸리, 보다 정확히 말해 막걸리 속 미생물의 지령을 성실하게 따르며 인생의 답을 찾아간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한국의 입시 위주 교육을 뒤트는 우화이다. 낯설고 어려운 페르시아어일지라도 입시에 도움이 된다면 배울 수 있다. 즉, 그 배움의 기원은 이슬람 문화에 관심이 있다거나 무슬림들과 대화하고 싶다는 욕망과는 무관하다. 그런데 동춘은 대입을 위해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한 페르시아어 덕분에 막걸리와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로소 공부의 당위성을 찾은 동춘은 페르시아어를 열심히 배우고, 말하기 대회에 나가서 1등까지 한다. 외국어 학습의 목적은 안정적인 직장이나 사회적인 명성을 얻는 것이 아니다. 동춘을 통해 외국어는 타자와의 소통이라는 본래적인 기능을 되찾는다. 이처럼 영화는 학생들이 배우는 공부의 쓸모를 재전유하고 재규정한다. 따라서 서울대를 나왔지만 명상에 빠져 티벳과 인도 등을 떠돌며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외삼촌 ‘영진(김희원)’이 동춘의 가장 큰 조력자가 되는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그 역시 공부의 가치를 능동적으로 찾아낸 것이다.
더욱이, 동춘에게 배움의 본질로 이끌어 준 주체가 막걸리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맨눈으로는 볼 수조차도 없는 미생물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가장 미천한 존재일지 모른다. 그런 미미한 것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소통하고자 애쓰는 건 동춘의 특별한 감수성 덕분이며, 막걸리가 애초에 동춘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동춘은 부모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의 말보다 막걸리의 말을 더 신뢰하는 듯하다. 막걸리를 통해 어른의 관성화된 돌봄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율적으로 교류하고 결정하는 존재로 성장한다.
사실, 막걸리 속 미생물은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된 외계에서 온 존재이다. 그들은 그동안 지구에 사는 수많은 동물들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실험을 해왔다. 동춘 역시 그 아이들 중 하나로, 결국 그 모든 지령들이 일종의 시험 관문이었다. 미생물과 소통하며 그들의 요구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아이들만이 미지의 우주로 떠날 수 있다. 그곳은 어른들이 강요하는 삶으로부터 벗어나 아이들이 스스로 찾는 삶이 펼쳐지는 유토피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