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도시로 유명한 포틀랜드의 예술대학교를 졸업한 조각가 ‘리지(미셀 윌리엄스)’는 생계를 위해 모교에서 행정업무를 보며 퇴근 후에는 일주일 남짓 남은 개인전을 준비한다. 보일러가 고장 나서 온수 샤워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지만, 집주인이자 대학 동기인 친구 ‘조(홍 차우)’는 전시회를 두 개나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보일러 수리를 차일피일 미룬다. 더욱이 조는 졸업생 최초로 저명한 전시회에 참여하게 되어 리지는 여러모로 그녀가 거슬린다. 리지와 조는 친구 관계이면서도 예술적인 라이벌이며 또한 임대차인이라는 복합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그 관계들에서 리지는 조보다 모두 뒤쳐져 있다. 더욱이, 리지는 자신의 고양이가 상처 입힌 비둘기를 창문으로 내던졌는데, 다음날, 조가 그 비둘기를 발견하고 붕대를 감아 치료해주면서 도덕적으로도 열등해지고 만다.
한편, 리지에게는 신경 쓰고 보살펴야할 가족들이 있다. 그 일상을 멈출 수 없기에 전시회가 임박하더라도 자신의 작품 세계에 온전히 골몰할 여유가 없다. 이혼 후 혼자 사는 아버지는 낯선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집에 들이고 재워준다. 아버지의 그런 태도가 염려스럽기에 직접 방문해 확인해야 한다. 그녀와 같은 예술가인 남동생 ‘션(존 마가로)’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해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수시로 안부를 물어야 한다. 애초에 그녀가 혼자 감당해야할 돌봄이 너무 많다. 다친 비둘기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부득이하게 일상과 타협하며 내려야만 하는 윤리적 결단이다. 따라서 누구도 그녀를 쉽게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런데 정작 조는 자신의 작업을 핑계로 비둘기에 대한 돌봄을 리지에게 부탁한다. 작품을 완성할 시간이 부족해 휴가까지 냈지만, 마음이 약한 리지는 비둘기를 떠맡는다. 이제는 조보다 리지가 비둘기에게 더 신경을 쓰면서 병원까지 데려가며 필요 이상으로 애정을 쏟게 된다. 정작 조는 비둘기의 호흡이 이상하다며 연락 달라는 리지의 음성 메시지를 듣고 모른 척 한다. 다행히 리지의 조각품들은 하나둘씩 완성되어 간다. 어쩌면, 일상적 돌봄이란 그녀의 창작 활동에 있어 영감과 원동력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변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그녀의 작품에 투영되어 나타난다. 다시 말해, 예술 세계와 일상 세계는 분리되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정성을 들인 작품이 검게 그을린 채 가마에서 나오자 절망한 나머지, 리지는 조에게 보일러 수리를 비롯해 그동안의 불만을 토로하는 분노의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엄밀히 말해, 그녀의 실패한 작품과 고장 난 보일러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반면에, 조는 그런 리지에게 보다 침착하고 냉정하게 대응하며 보일러 수리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밝힌다. 조는 리지와 비교해 확실히 주변의 자극에 무딘 편이다.
마침내 전시회 당일이 되었다. 그 불청객들과 함께 온 아버지는 방문객들에게 허풍을 늘어놓고, 션을 태워 오기로 약속한 어머니는 그가 집에 없다며 그의 친구만 데려온다. 곧바로 홀연히 나타난 션은 리지의 만류에도 차려놓은 치즈들을 허겁지겁 먹어 치우며 자꾸 신경을 긁는다.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는 자리라 안 그래도 긴장되는 상황인데 이처럼 통제할 수 없는 일상들이 계속 개입해 들어온다. 그때, 박스 안에 있던 비둘기가 붕대를 풀고 날아올라 미술관을 소란스럽게 만든다. 바닥에 앉은 비둘기를 션이 잡아서 밖으로 날려 보낸다. 멀리 날아가는 비둘기를 바라보며 팽배했던 불안과 갈등이 일순간 해소된다. 리지와 조는 홀린 듯 비둘기의 날개 짓을 좇아 예술의 세계에서 벗어나 평온한 친교의 시간으로 돌아온다. 일상에서 시작된 예술은 일상으로 일단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