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 속 N년 전 오늘  2026.2월호

대형 무대의 등장, 전북 공연문화 부흥 이끈 삼성문화회관의 30년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29년 전 오늘, 1997년 2월호 문화저널에는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의 개관 소식이 실렸다. 전주 시민이라면 이곳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봤던 기억, 오가며 전시를 감상했던 추억 등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전북대 캠퍼스 안에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문을 연 삼성문화회관은 당시 전북대학교 개교 50주년과 함께 무주·전주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개최를 기념하며 대회 기간에 맞춰 완공되었다. 이때만 해도 지역에 시설과 규모를 갖춘 공연장은 전북예술회관 한 곳 정도로 열악했기에, 삼성문화회관의 개관은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1,400여석을 갖춘 대공연장과 224석의 소극장인 건지아트홀을 갖춘 삼성문화회관은 당시 도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이외에도 전시실과 식당, 휴식 공간, 광장, 주차장 등의 시설을 함께 갖추며 문화공간으로써 역할을 다졌다. 현대식 무대장치를 통해 이전에는 지역에서 보기 어려웠던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뮤지컬,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졌다. 개관 당시 ‘KBS 한마음 축제’, 창무극 춘향전, ‘세계대학예술축전’ 등의 공연과 행사가 열렸음을 저널 속 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특히 2000년 봄 첫 회를 열었던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식 역시 삼성문화회관을 무대로 열렸다. 큰 무대 공간을 요구하는 지역의 대표 축제와 공연이 열리며 삼성문화회관은 대학의 전유물이 아닌 지역민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전북문화저널 1997년 2월호  통권 제 105호




그러나 2001년 9월, 인근에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개관하며 그 역할과 기능은 점차 작아졌다. 내실 있는 문화행사보다는 대관 중심의 공연과 행사가 주를 이루며 개관 10년이 되던 시점에는 시설 노후화와 운영난으로 폐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삼성문화회관은 전북대와 전북도·전주시·삼성그룹·LG그룹 등이 공사비 197억 원을 분담해 설립됐다. 이 중 삼성그룹이 가장 많은 60억 원을 지원한 것을 배경으로 ‘삼성문화회관’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다. 이를 두고 공익시설에 맞지 않는 이름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크고 작은 굴곡이 이어진 가운데, 전북 지역의 자치단체장과 언론·예술계는 2015년 삼성문화회관 살리기에 나섰다. 건립에 기여했던 삼성그룹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지역민의 문화공간이 문을 닫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모아졌다. 


이러한 노력으로 버텨온 삼성문화회관은 2024년이 되어서야 대공연장의 외관과 무대, 음향, 조명 등의 전면 리모델링에 나섰다. 이는 지난 2022년 김정옥 (재)김희경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 이사장이 시설 개선을 위해 60억 원을 기부하며 가능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도 업체 선정 과정에 현장 직원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며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여러 잡음이 있었지만, 이후 건지아트홀의 개보수까지 마무리한 삼성문화회관은 개선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공간의 정체성과 역할을 회복해나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단순한 대관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기획공연을 통해 지역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 첫 걸음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민간 예술단체인 전북CBS오케스트라와 협약을 체결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 발굴에 나섰다. 앞으로도 지역 내 다양한 장르의 예술단체와 협업을 활발히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문화회관은 현재 규모가 큰 대형 뮤지컬이나 콘서트, 오페라 공연을 비롯해 시민들이 꾸미는 작은 무대까지 폭넓은 공연을 매년 선보이고 있다. 과거 공연문화 불모지였던 전북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 줬던 것처럼, 일상 속 문화공간으로써 제 역할을 해나가길 기대한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