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 왜 몰랐지?   2025.1월호

낡은 도서관, 뜨거운 기억의 공간이 되다

: 전주동학농민혁명 파랑새관




전주에는 잊고 있던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계속해서 소환해내는 공간들이 있다. 한옥마을 가운데 자리한 ‘동학혁명기념관’을 중심으로,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추모 공간으로 조성된 ‘녹두관’, 그리고 혁명이 130주년을 맞은 지난해 전시와 체험, 교육의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 ‘파랑새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지역의 역사를 조명하는 동학농민혁명 관련 공간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 공간! 왜 몰랐지?> 이번 호에서는 전주만의 동학농민혁명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전주동학농민혁명 파랑새관’을 소개한다. 


동학 관련 공간, 완산동에 모이다 

전주는 동학농민혁명의 대표적인 승리로 기록되는 전주성 입성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시는 근대 민주주의의 뿌리를 이루는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동완산동 일대를 ‘동학농민혁명 역사문화벨트’로 조성했다. 앞서 지어진 ‘녹두관’이 그 출발이었다. 지난 2019년 6월, 과거 동학농민군과 관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완산칠봉 언덕에 녹두관이 지어졌다. 이곳에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무명의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안장되어 관련 자료와 영상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녹두관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파랑새관’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새롭게 재개관을 한 완산도서관 바로 옆에 자리한 파랑새관은 옛 완산도서관 B동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1층은 시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며 2층은 자료관, 3층은 전시관으로 구성했다. 상설전시를 비롯해 관련 기획전이나 행사, 포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료관에서는 다양한 역사 관련 전문 도서와 동학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들을 읽을 수 있다. 커다란 창밖으로 자연이 내다보이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머물다갈 수 있는 공간이다. 






위층의 전시실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전주 동학농민혁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여느 박물관처럼 역사 그대로를 딱딱하게 나열하지만은 않는다. 전시는 동학농민혁명을 배경으로 한 안도현 시인의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에 등장하는 한 문장을 제목으로 하여 기획됐다.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라는 구절이다. 제목 그대로 이름 없는 들꽃처럼 모여 혁명의 불씨를 일으켰던 이들은 그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세상을 꿈꿨었다. ‘사람이 하늘이다’는 가치를 내걸고 끝까지 싸웠던 동학농민군의 여러 일화가 글과 삽화,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며 오늘을 돌아보게 한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안도현 ‘서울로 가는 전봉준’ 中








실패가 아닌 희망의 혁명

흔히 파랑새는 희망과 꿈을 상징한다. 이곳의 이름 역시 동학농민혁명이 향했던 희망을 담아 ‘파랑새관’으로 지어졌다. 누군가는 동학농민혁명을 실패한 혁명이라고 하지만 나라의 불의를 바로잡고자 투쟁했던 그들의 정신은 이후 3·1운동과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을 지나 지금의 촛불운동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매년 5월 11일은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다. 2023년,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오랜 시간을 견디며 동학농민혁명은 그 역사적 가치를 차근차근 인정받고 있다. 이제는 그 땅에 살아가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기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의 관련 공간들을 방문하며 작은 노력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전주동학농민혁명 파랑새관

전주시 완산구 동완산동 곤지산4길 12

063. 288. 9708 ㅣ 월요일 휴무




글ㆍ사진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