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과 청와대 영빈관, 대법원 청사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 건물들은 알고 보면 익산에서 난 돌을 재료로 지어졌다. 익산은 오래 전 백제시대부터 돌문화가 발달한 지역으로 유명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 형태로 화강암을 채취하기 시작한 곳은 익산 황등지구 석산이 최초로 전해지는 것은 물론, 현재는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석산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익산의 석재문화는 이만큼 오랜 시간 명성을 이어오고 있지만 정작 지역민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현실이다. 익산 석재의 가치와 예술성을 알리기 위해, 석재산업의 중심을 이루는 황등면에는 몇 해 전 관련 문화공간이 문을 열었다. 익산석제품전시홍보관과 석재문화체험관이다. 나란히 연결된 두 공간을 돌아보면 역사 깊은 익산석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석재문화 역사는 현재진행형
2018년 개관한 석제품전시홍보관은 지역 내 석재 관련 기업과 작가들의 작업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후 새로운 콘텐츠의 필요성을 느끼며 2023년, 익산석재문화체험관이 추가로 조성되었다. 기존의 전시홍보관은 익산의 돌문화 역사를 재조명하는 상설전시관과 다양한 돌조각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 과거와 현재 익산의 석재산업과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익산은 대표적인 화강암 석재 생산지로 황등면을 비롯해 낭산면과 함열, 삼기 지역에 17개의 석산이 있다. 특히 황등석산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원석 매장량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도 여러 석산에서 채석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익산에서 나는 돌은 독특한 특징이 있다. 밀도가 촘촘해 비교적 단단하고 철분 함량이 적어 녹이 잘 슬지 않는 장점이 있다. 채석을 거쳐 가공된 돌은 건축자재나 비석, 공예품 등 여러 형태로 변신한다. 전시장 한쪽에는 다양한 형태로 가공된 돌의 단면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새로운 콘텐츠로 시도하는 변화
석재문화체험관을 거점공간으로 삼아, 익산시는 돌문화를 더욱 친근하게 알리기 위한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다. 매년 이어오던 ‘전국돌문화축제’는 지난해부터 ‘돌돌잔치’로 이름을 새롭게 하고 젊은 층도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 ‘백톤이’를 개발해 콘텐츠를 강화했다. 축제 기간 미디어아트 전시와 채석장 투어, 스톤아트페어 등을 진행하며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석재산업 관계자들만의 잔치에 그친다는 한계를 벗어나 석재문화가 생소한 시민들에게도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올해 체험관에는 홀로그램 쇼룸을 꾸며 볼거리를 더한 점도 주목된다. 익산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과 건축물에 첨단기술을 결합한 전시 ‘스톤&스토리’를 선보이며 지역 고유의 자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시는 석재문화 활성화를 위한 고민들을 계속하며 다가오는 10월에도 ‘돌돌잔치’ 축제를 이어간다. 전국돌조각경진대회 등 공모전 수상작들이 전시된 야외 정원은 올해 더욱 다채로운 작품들로 채우며 체험 프로그램 역시 주말을 중심으로 꾸준히 활성화해나갈 계획이다.
석재문화체험관 일대는 중심지에서 다소 벗어난 곳에 위치해 접근성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홍보 방안 등이 아직은 과제인 듯하다. 익산의 대표적인 문화자원으로 꼽히는 보석, 백제유적 등의 뒤를 이어 이 공간을 통해 석재문화의 가치가 많은 시민들 가까이 다가가길 기대한다.
익산석제품전시홍보관 & 석재문화체험관
익산시 황등면 석재단지길 10
063. 859. 5599 ㅣ 월요일 휴무
글ㆍ사진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