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 왜 몰랐지?   2025.3월호

이곳에서는 동심이 자란다

장수 꼭두 인형극장




남덕유산의 서쪽 줄기에 자리잡은 장수군 계북면. 15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있는 이곳은 장수에서도 가장 작은 면이다. 오가는 버스도 많지 않은 작은 시골마을에 2022년 특별한 극장이 생겼다. 인형극을 전문으로 하는 '꼭두 인형극장'이다. 이곳이 더욱 의미있는 이유가 있다. 밀린 빨래감, 빌린 책을 들고 공연장 로비에 모여 두런두런 수다를 떠는 사람들. 빨래방, 카페, 도서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함께 갖추어져 있는 이곳은 계북면의 소중한 사랑방이자 문화공간이다.  



시골에서 만나는 동심의 세계

꼭두 인형극장은 1997년 창단한 인형극 전문 극단 누렁소가 운영하고 있다. 20년 전 계북에 귀촌하여 지역에 꾸준히 인형극 문화를 펼쳐온 서해자·우현 부부가 이끄는 극단이다. 서 씨가 직접 쓴 대본을 바탕으로 한땀한땀 바느질해 만든 인형들이 무대에 오른다. 대부분 대사없이 인형의 움직임과 의성어 등으로만 진행되는 무언극으로, 단순한 장면들 속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요소들이 숨어있다. <곱단이>, <할머니>, <엄마마중> 등 대표작들 모두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보기에 좋은 따뜻한 작품들이다.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정통 손인형극을 선보이고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서해자, 우현 부부




인형극이 없을 때는 외부 대관 공연이나 영화 상영, 강연 등으로 채워진다. 때로는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 서 대표가 2005년부터 계북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꾸려온 '고사리인형극단'은 극장이 만들어지며 더욱 활기를 찾았다. 작년에는 성인들로 이루어진 '장수극단'을 창단하여 공연을 올렸으며, 올해는 주변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연극 수업도 더해질 예정이다. 


10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이지만 도내에서 손꼽히게 좋은 시설을 자랑한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가능한 전문 장비와 분장실, 소품실, 화재 예방시설 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외부에서 방문한 공연 관계자들이 놀랄 정도다. 오랜 시간 무대기술자로 일해온 우현 씨가 음향과 조명, 무대 제작 등을 책임지고 있기에 시골 소극장임에도 전문적인 운영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극장을 중심으로 '꼭두인형극제'가 열린다. 올해로 4회를 맞는 이 축제는 계북 주민들이 직접 기획부터 운영에 참여한다. '촌'스럽지만 특별한 일상 속의 여유를 주제로 다양한 인형극부터 인형탈, 손가락 인형 만들기 등의 체험, 지역 특산물을 만날 수 있는 공방까지 작지만 알찬 콘텐츠로 이루어져 있다. 







문턱 낮은 마을의 사랑방 

인형극장 옆으로 작게 난 방, 문틈 새로 최신가요가 흘러나온다. 코인노래방을 찾은 청소년들이 그 주인공이다. 인형극장 옆으로는 카페, 도서관, 돌봄센터, 코인노래방, 코인빨래방, 놀이터 등 시골에서는 보기 힘든 편의시설들이 함께 자리해 있다. 별관의 박춘실기념관에서는 일제강점기 호남 지역에서 의병을 일으킨 박춘실 장군에 대한 기록과 장수의 근현대사를 담은 전시가 진행된다. 덕분에 인형극장 또한 주민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문턱 낮은 공연장이 될 수 있었다. 


통틀어 계북행복나눔터라 부르는 이곳은 장수군에서 주민들을 위해 세운 건물이다. 서 대표를 포함하여 열다섯명 정도의 주민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통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관리비와 인건비는 카페 수익과 극장 대관비 등으로 충당한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주민들의 봉사 정신이 있었기에 지속될 수 있었다. 작년에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농식품부의 생생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서 대표는 꼭두 인형극장을 중심으로 계북면을 전국적인 인형극 마을로 만들고 싶다고 전한다. 문화 불모지였던 장수에 만들어진 작은 인형극장. 다가오는 4월에는 바리공주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인형극 <바리데기>가 공연될 예정이다. 정다운 주민들이 반겨주는 이 극장에서 인형들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만나보길 권한다. 








인형극장 꼭두

장수군 계북면 문성길 4

0507-1378-7559 ㅣ 월-일 10:00-18:00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