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가면 도서관에 들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된다. 시부터 예술, 여행, 그림책 등 다양한 주제가 떠오른다. 그러나 ‘사진’을 주제로 한 도서관은 조금 낯설다. 고요한 주택가 사이 문을 열고 있는 사진책도서관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공공도서관이 아닌 민간이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이다. 익숙한 사진을 주제로 채워진 도서관 위로 전시관이 이어지는 소박한 건물은 사진공간눈이라는 간판을 함께 달고 있다. 올해로 개관 10년을 맞이한 이곳, 사진공간눈이 묵묵히 지켜가고 있는 지역의 사진예술 세계를 만난다.
사진으로 연결되는 공간
사진공간눈은 전시관으로 먼저 출발했다. 2015년, 박찬웅 대표는 오직 ‘사진’으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전주에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다음 해, 전시장 아래층에는 사진책도서관이 들어섰다. 그가 사진을 공부하며 모은 천여 권의 책을 일일이 정리해 정식 등록한 어엿한(?) 도서관이다. 국내외 작가들의 묵직한 사진집부터 사진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이론 도서, 미술과 철학 관련 책 등 다른 도서관에는 없는 사진 관련 자료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그중에는 박 대표가 직접 헌책방을 돌며 발품 팔아 마련한 책들도 숨어있다. 덕분에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독서모임을 갖기도 한다. 개관 때부터 벌써 10년째 모임을 이어오고 있는 회원들도 있다. 함께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며 작업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얻고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있다.
2층의 전시관은 지역 사진작가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공간이다. 주로 대관 전시를 통해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1년에 한 번은 꼭 지역 작가를 발굴하는 기획전을 열고 있다. 신진작가 기획전 <나는 작가다>를 통해 실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가들도 많다. 지역의 흔치 않은 사진 관련 문화공간으로써, 이곳은 사진계에서 인정받는 유명 작가나 평론가 등을 만나는 통로도 된다. 박 대표는 사진에 대해 궁금한 내용이 생기면 관련 인물을 직접 찾고 섭외하며 강연을 연다. 큰 수익이 나는 일이 없으니 운영에는 늘 어려움이 따르지만 ‘수강생 30명만 모으면 가능하다’는 마음으로 이런 일들을 벌인다. 사진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모여 공간의 품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박찬웅 대표
그때 그 시절 사랑방처럼
박 대표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늘 카메라를 옆에 두고 살아왔다. 사진을 제대로 배우기로 결심한 후 직장과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며 공부한 그는 긴 노력 끝에 지금의 전업 작가가 되었다. 지역에는 자신과 같은 사진인이 많지만 교육의 기회나 모여서 경험을 나눌만한 인프라는 부족함을 느꼈다. 사진공간눈은 여기서 출발했다. 전북지역 사진 애호가들의 사랑방이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필름 카메라를 쓰던 시절에는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현상소에 가면 작가들이 삼삼오오 모이곤 했다. 현상소가 곧 그들의 사랑방이었던 셈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며 그런 공간들이 사라지고, 그는 그 시절 현상소와 같은 아지트로 이 공간을 내어주고 싶었다.
그는 사진만큼이나 지역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개인 작업 역시 지역의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작가로서의 활동보다도 이곳을 지켜내는데 더욱 큰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끼는 그는 현재 공간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깊다. 개관 초창기에 비하면 전시나 강연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0년을 지켜냈듯, 새로운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나간다는 계획이다.
누구나 습관처럼 사진을 찍고 일상을 기록하는 시대다. 매일 접하지만 깊이 알지는 못했던 사진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사진공간눈의 문을 열어 보시라. 거기, 감동의 세계가 펼쳐진다.
사진공간눈 & 사진책도서관
전주시 덕진구 권삼득로 455
010-4458-8000
글ㆍ사진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