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 왜 몰랐지?   2025.5월호

수목원 속 미술관

JMA 대아스페이스




곳곳에 돋아나는 초록 잎과 화려한 봄꽃이 반기는 계절, 수목원의 풍경도 무르익는 계절이다. 전주 도심에서 50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면 완주 동산면에 자리한 대아수목원에 닿는다. 전북이 운영하는 도립수목원인 대아수목원은 전국 최대 규모의 금낭화 자생군락지로, 5월이 시작되는 이맘때면 분홍색 꽃이 만발한다. 자연에 안겨 산책로를 걷다보면 뜻밖의 공간을 만나는 행운도 있다. 대아수목원의 숨은 문화공간 ‘전북도립미술관 대아스페이스’다.


휴양과 예술의 통합 

2023년 7월, 전북도립미술관은 전북산림환경연구소과 협업을 통해 대아수목원 숲문화마루 내에 ‘JMA 대아스페이스’를 열었다. 서울 분관에 이어 두 번째로 조성한 미술관 밖 전시 공간이다. 수목원 탐방과 미술관 관람을 함께하며 휴양과 예술을 통합하고자하는 시도가 그 출발이었다. 수목원 내에 이러한 문화공간이 자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수목원에는 수목유전자원의 재배 시설이나 관리 시설, 자생식물원 등 관련 시설만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대아스페이스는 관련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소규모로 전시공간을 마련하며 특별한 ‘수목원 속 미술관’이 되었다. 


대아스페이스는 도내 중·장년층 예술인들의 작품세계와 동시대 담론의 접점을 조명하는 공간으로 꾸려가고 있다. 첫 전시로는 전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각가 배병희의 개인전 ‘이상한 소풍’을 선보였다. 전북을 대표하는 휴양지인 대아수목원의 특징과 연결해 현대인들의 휴식과 여가의 의미를 탐구하는 주제의식을 담았다. 


이후 선보인 기획전 유정현 작가의 ‘코끼리의 밤’에서는 수목원이 주는 싱그러움과 미술관이 선물하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탐방객에게 딱딱한 규율로부터 벗어나는 해방감과 우연의 힘을 전했다. 이처럼 대아스페이스는 수목원에 안겨있는 위치적 특성을 활용해 본관 전시와는 다른 차별성을 더하고 있다. 



기획전시 ‘작별의식’




세 번째 기획전 ‘작별의식’ 

대아스페이스는 현재 세 번째 기획전시 ‘작별의식’을 전시 중에 있다. 전북 거점의 시각예술가 송수미 작가의 참여로, 개인적 서사를 넘어 전북 지역사의 집단적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리역 폭발사고를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송수미는 주로 섬유와 오브제를 직조해 장르를 허문 작업을 이어오며, 삶과 죽음에 관한 의식을 형상화하는 작업에 주목해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및 설치작품 17점을 공개하며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소설가 한강의 질문처럼, 인간사에 반복되는 상실의 경험과 애도의 정서로부터 출발한 지역 공동체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반복되는 참사와 재난으로 상실을 경험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전시를 통해 공감하고 연대하자는 메시지를 건넨다. 전시는 6월 1일까지 진행된다.









전북도립미술관 대아스페이스

완주군 동상면 대아수목로 94-34 

대아수목원 숲문화마루 1층 전시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