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 왜 몰랐지?   2025.6월호

손끝으로 세상을 읽는다

전라북도점자도서관




전주시 팔복동 산단 안쪽 조용한 골목,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지식과 문화의 공간이 있다. 손끝으로 읽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책의 공간. 바로 ‘전라북도점자도서관’이다. 도내 유일의 점자도서관으로 시각장애인의 ‘읽을 권리’를 실현하며 문자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전라북도점자도서관은 1994년 전라북도시각장애인협회에서 도서 대출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설립되었다. 2009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하며 1층에 일반 시민도 이용할 수 있는 ‘열린점자작은도서관’이 함께 만들어졌다. 덕분에 팔복동 주민들이 애용하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로비에 들어서면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이 점자도서, 큰글씨도서, 음성도서 등 다양한 형태로 놓여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처럼 점자도서관이라고 해서 점자도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음성도서는 시각장애인 이용자들 사이에서 활용도가 높다. 점자를 읽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 단안 실명인들이 음성도서를 통해 책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도서관에는 3개의 녹음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으며 낭독 봉사자를 모집해 음성도서를 제작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전문 아나운서에게 발성과 호흡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직접 녹음에 참여하는데, 여러해 동안 활동해 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점자 프린터, 제본기 등이 있는 인쇄실도 있다. 이곳에서는 묵자도서(일반적인 인쇄물)를 점자도서로 변환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글자 추출, 점역, 교정 등 여러 단계를 거친 후 점자 프린터로 인쇄되는데, 보통 ‘얼쑤전북’, ‘전주다움’ 등 지역 시정 소식지들을 점역하여 제공한다. 또한 이 프린터를 활용해 점자 명함이나 신분증용 점자 라벨도 제작하고 있다.







대출과 반납은 주로 '책나래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체국 택배를 활용해 원하는 책을 대출·반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이용자가 작가나 장르를 지정하면 사서가 적절한 책을 골라 보내준다. 도서관의 접근이 힘들고, 정안인(비장애인)처럼 책장을 넘기며 책을 고르는 것이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다. 인터뷰를 함께한 김현지 사서는 '이번에 보내주신 책 정말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한다.

 

북콘서트, 영화 상영회, 인문학 강의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들도 자주 열린다. 다독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왕 시상식', 소리로 듣는 '테마독서여행' 등 일반적인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행사들도 사서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이곳의 사서들은 대부분 사회복지사나 점역교정사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하여 이용자들과 깊이 있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신간이 점자나 음성으로 제작되기까지는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인력에 한계가 있어 다양한 도서를 제공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점자도서의 특성상 묵자도서보다 부피가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공간이 협소한 데다 보존서가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읽을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이 공간과 사람들의 노력이 널리 알려지고, 더 많은 관심과 지원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전라북도점자도서관

전주시 덕진구 학산길 26-3

월-금요일 9:00-18:00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