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 왜 몰랐지?   2025.10월호

물길 위에 써 내려간 호남의 이야기

익산만경강문화관




강은 늘 흘러가지만, 동시에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삶을 지키며 멈춰 서 있었다. 물을 마시고, 농사를 짓고, 몸을 씻고, 배를 띄워 길을 열었다. 전북을 흐르는 여러 강 중에서도 특히 사람들의 일상에 가까이 있었던 강이 있다. 만경강이다. 길이가 80km에 이르는 이 강은 금강, 동진강 등과 함께 오랜 시간 호남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2022년 3월 개관한 익산 만경강문화관은 이러한 만경강의 역사와 자연, 문화를 담아 꾸며진 공간이다. 


만경강의 발원지는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의 밤샘이다. 이 샘물이 서쪽으로 흐르며 대아저수지를 지나, 고산천을 만나며 큰 강을 이룬다. 이후 완주, 전주, 군산, 김제, 익산 등 호남의 여러 도시를 거쳐 서해로 흘러간다. '만경(萬頃)'은 넓은 들을 뜻하는 말로 실제 만경강 인근에는 널따란 금빛 평야가 자리한다. 강의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는데, 하류에 위치한 만경현(현 김제시 만경읍)에서 유래하였다. 옛 이름은 '사수(泗水)'다. 


문화관 로비에 들어서면 만경강에 사는 각시붕어들이 반긴다. 1관 역사관에서는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만경강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강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정주하며 국가가 형성되고 문화가 뿌리내린 과정, 나룻배가 오가던 수로로서의 기능, 현재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역할까지 확인할 수 있다. 


호남 농업의 중심이 된 풍요의 강이지만, 이로 인해 일제강점기에는 수탈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 반복되는 가뭄으로 쌀 반출량이 줄자 호남의 일본인 지주들은 대규모 저수지 건설을 추진했다. 바로 만경강 상류의 대아저수지다. 이외에도 만경강 곳곳에는 일본인 농장, 수리조합 건물 등 아픈 역사의 기억이 있다.







만경강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에 큰 습지가 발달해 있다. 바닷물이 밀려들었다 빠져나가는 조수의 영향을 받은 탓에, 이 습지는 바다와 내륙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생물상을 지닐 수 있었다. 또한 강폭이 넓고, 예로부터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곳곳에 보(洑)를 세우며 물의 흐름이 완만해져 곳곳에 습지가 잘 형성될 수 있었다. 


2관인 자연관은 이러한 만경강의 생태를 다룬다. 박제와 모니터를 통해 신천습지, 유천습지 등 20여 개의 습지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작은 미디어 전시 코너가 잘 꾸며져 있다. 


3관은 만경강의 역사와 문화를 움직이며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상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거나, 실내자전거를 타고 강을 따라 달리는 듯한 체험이 가능하다. 실제로 만경강문화관은 강변을 달리는 자전거 애호가들의 휴게 공간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이외에도 익산의 다양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작은 도서 코너와, 드넓은 강과 평야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옥상 전망대도 마련돼 있다. 


만경강문화관은 강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강변의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식물 세밀화 그리기, 만경강 역사 강연 등 종류도 다양하다. 문화관을 통해 우리의 일상 가까이 있는 이 소중한 강을 다시 바라봐 주는 것은 어떨까. 









익산만경강문화관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백구면 번영로 2055

09:30~17:30 (매주 월, 추석 휴관)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