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 왜 몰랐지?   2025.12월호

운봉고원, 그곳에 묻혀있던 가야의 흔적을 찾아

남원 가야고분군홍보관 





2023년 9월, 전국 7개의 가야고분군이 국내 16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로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7개 고분군은 남원 유곡리·두락리를 비롯해 경북 고령의 지산동, 경남 김해 대성동, 함안 말이산, 창녕 교동·송현동, 고성 송학동, 합천 옥전고분군 등이다. 지난 5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원 가야고분군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유적지 일대에 ‘가야고분군 홍보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름은 홍보관이지만, 둘러보면 작은 박물관처럼 알차게 채워진 공간이다. 


홍보관은 고분군의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지하에 건립됐다. 이 과정에는 지역 주민과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이 함께했다. 외형은 고분의 곡선을 형상화해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형태로 조성됐다. 내부는 전시실과 수장고, 디지털 영상실 등으로 구성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야문화의 변천사를 입체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과거 가야인이 사용했던 생활 용품과 공예품 등 실제 유물을 전시하는 동시에 200여 점의 유물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해 가야시대의 생활상과 정신세계를 폭넓게 볼 수 있다. 1989년부터 진행된 발굴조사 결과를 영상으로 제작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특히, 가야시대 무덤을 재현한 공간에서는 무덤 축조기술과 당시의 장례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마지막 전시 공간에서는 남원뿐 아니라 전국 가야고분군의 유산별 의미를 정리해 소개하며 가야고군분이 지닌 보편적·세계유산적 가치를 조명한다.








가야고분군은 한반도 남부에서 1세기부터 6세기 중반까지 존재한 고대 문명인 가야의 고분군으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7개의 고분군은 가야 정치체제에서 최상위 지배층들의 분묘에 해당한다. 이들 고분군은 지역을 기반으로 결속을 다지고, 정치·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평적 관계를 형성했던 가야의 독특한 정치 체계를 잘 보여준다. 가야가 멸망할 때까지 780여개소에 이르는 수십 만기의 고분이 존재한 것으로 조사된다. 이 중 남원 운봉 일대 고분군은 40여기가 분포하고 있다.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은 5~6세기 가야연맹 중 가장 서북부 내륙에 위치했던 운봉고원 지역의 가야 정치체를 대표하는 고분군이다. 그동안은 백제 고분군으로 알려져 왔지만 1989년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가야식석곽묘와 가야토기를 통해 가야고분군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출토된 청동거울과 금동신발, 목걸이, 유리구슬은 백제 왕릉의 부장품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청동거울과 금동신발편은 이 지역 가야세력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청동거울은 국보로 지정된 공주 무령왕릉 출토 청동거울과 그 형태가 유사할뿐 아니라 거울 표면에 적혀 있는 ‘의자손(宜子孫)’글자까지 비슷하다. 청동거울은 출토 사례가 두 곳밖에 없기 때문에 백제와의 관련성이 높다. 금동신발은 가야지역에서는 현재까지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특징들은 운봉고원 지역의 가야 정치체가 백제와 자율적으로 교섭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고분군은 서쪽 평지에서 잘 보이는 구릉지에 자리하고 있어 능선에는 대형 고분이, 사면에는 중소형 고분이 군집해 있다. 홍보관 뒤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크고 작은 고분군은 그 자체로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 된다. 남원의 가야고분군은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늦게 발굴되었기 때문에 현재도 활발한 발굴조사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가야고분군 홍보관  

남원시 인월면 성내길 49-5 

월 휴무 10:00~18:00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