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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시장 ‘문화공판장 작당’ 개관
옛 원예공판장, ‘서브컬처’의 중심으로 재탄생하다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전주 남부시장의 옛 원예공판장이 오는 4월 21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새로운 이름은 ‘문화공판장 작당’. 공간의 키워드는 ‘서브컬처’다. 과거 소수의 매니아 문화로 여겨지던 애니메이션, 게임, 코스프레 등의 서브컬처는 현재 다양한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전주시는 ‘문화공판장 작당’을 통해 서브컬처의 인식을 확대시키고, 문화 다양성을 키워 새로운 즐길거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문화공판장 작당’은 대규모 전시·행사 공간, 문화교육장, 공유공간, 야외정원 등을 갖추고 있다. 남부시장 청년몰, 야시장 등과 함께 전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지난해 여름 지역 예술인들의 축제 <2023. stay foolish-그리고>가 이 자리에서 진행하여 공간의 가능성을 알렸다. 또한 겨우내 시범운영을 통해 서브컬처 전문가들의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하여 개관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3월 21일부터 한달 간은 개관 기념 전시 <희망의 그래피티-스트리트 아트 힘>이 먼저 시민들을 만난다. 두 그래피티 아티스트 ‘팡세(PpangSe)’와 ‘반(BAN)’ 팀이 만나 유휴공간의 재탄생과 스트리트 아트를 주제로 소통하여 대형 그래피티 월, 회화, 영상, 오브제 등을 전시한다. 작년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독립출판북페어 ‘전주책쾌’ 또한 7월 6일부터 이틀간 문화공판장 작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공간의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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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립극단 ‘어둠상자’
고종의 굴욕 사진을 찾아라
2015년, 미국의 한 미술관에서 오래된 사진이 발견되었다. 사진가 김규진이 1905년 경운궁(덕수궁)에서 촬영한 고종황제의 초상 사진이다. 미국에 소장되어 있다가 지난 2015년 한국 관련 유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이 사진은 현재 사진 속 장소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으로 돌아와 있다. 연극 <어둠상자>는 이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원로 극작가 이강백이 쓴 희곡이 원작이다. 전주시립극단 이수인 상임연출과 이강백 작가의 오랜 인연이 계기가 되어 오는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주 덕진예술회관 무대에 오른다.
극은 고종의 마지막 사진을 촬영한 황실 사진가 집안이 4대에 걸쳐 그 사진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담는다. 구한말부터 현재까지 시대의 흐름을 4막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하어 딱딱한 역사극이 아닌 우화와 풍자를 뒤섞어 시대를 해석한다. 이강백 작가는 “고종의 사진을 식민지를 거치며 모멸당하고 주체를 잃은 민족 경험의 상징으로 본다면, 새로운 시대는 그 사진을 없애는 행위에서 비로소 시작된다.”고 말하며, 우리 민족이 자긍심을 되찾는 여정을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공연은 R석 2만 원, S석 1만 5천 원이며 나루컬쳐 사이트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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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문화공간 2024 전주 완창무대
극한 속에 피어나는 우리 소리의 멋
판소리 한 바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자리에서 부르는 완창. 소리꾼과 관객 모두에게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을 요구하는 그 극한의 무대가 4월 13일부터 5월 1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펼쳐진다. 전주시가 주최, 우진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전주 완창무대’는 전국 공모를 통해 다섯 명의 소리꾼 정승희, 정윤형, 신정혜, 장서윤, 김미진을 선발했다. 이들이 차례대로 김세종제 춘향가, 보성소리 적벽가, 보성소리 심청가, 동편제 박록주바디 흥보가, 정광수제 수궁가를 선보인다. 무대에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이 함께 오른다.
‘전주 완창무대’는 소리의 고장 전주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판소리의 원형 보존을 위해 여덟 해째 이어지고 있는 공연이다. 매년 하반기에 진행되었지만 올해부터는 공연 몰림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봄에 무대를 올린다. 전석 무료이며, 유튜브 채널 ‘Woojin Arts TV’ 채널에서 생중계로도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우진문화공간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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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정 방의걸 개인전 ‘생성의 결’
비워둠으로써 모든 것을 담는 일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을 따라 쉬어가고, 숲을 걷다 후두둑 내리는 비를 맞기도 한다. 방의걸 화백의 수묵화 사이를 걸으면 누구나 이런 마법 같은 경험에 빠진다. 부쩍 따뜻해진 날씨, 오랜만의 전시 나들이에 나선 마당의 예술기행에서 현대수묵의 대가, 목정 방의걸 화백의 개인전 ‘생성의 결’을 만났다. 고창에서 태어난 그는 전주에서 작업을 이어오다 최근에야 서울 등지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이름을 더 널리 알렸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3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진행된 이번 전시는 작가 개인전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로 열렸다. 덕분에 ‘해맞이’, ‘비’, ‘공(空)’, ‘여명’, ‘산’ 등 그의 핵심 연작과 신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귀한 자리이기도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방화백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그의 작품 속을 함께 걸었다. 그는 수묵화를 “없어도 있는 것, 있어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 듯하다. 여백은 그리다 남은 빈자리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설정된 공간이며 그 안에서 어쩌면 그림보다도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전한다. 먹색의 선과 여백이 교차되며 반짝이는 윤슬을 만들고, 울창한 나무 뒤로 펼쳐지는 빈 공간을 바라보는 것. 몇 걸음 뒤에서 멀리 보면 그가 말하는 여백의 미가 긴 설명 없이도 자연스레 느껴진다. 침묵 속에서 가장 큰 소리를 듣게 하고, 비워둠으로써 모든 것을 담는 일. 그의 그림은 정지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과 자연의 여정을 담고 있다.
“나의 마음 깊은 곳에 문인화 정신을 가지고 작업하려고 노력해요. 그림이라는 것은 총체적인 것으로, 어려서부터 축적된 내 삶의 모든 것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죠. 한지는 재료인 먹을 푹 스며들게 하고, 그 먹은 내 마음에까지 스미어 옵니다.”
관람객의 마음에도 그의 바람이 스며든 것일까. 전시장 입구에 여러 권 펼쳐진 방명록은 고백의 일기장이 되었다. 그 안에는 단순한 감상이 아닌 각자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고백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가 그려낸 숲과 물결 안에서 많은 이들이 위로받으며 쉬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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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타운 프로젝트 EP.1
전주 안에서 연결되는 여성 뮤지션들
전주에서 활동하는 다섯 명의 여성 보컬이 모였다. 심나영, 심소진, 이용선, 송은채, 고니가 그 주인공. 재즈, 판소리, 인디밴드 등 각기 다른 개성의 보컬을 가진 이들은 작년 말부터 작업을 시작하여 앨범 <HOMETOWN PROJECT EP.1>을 발매했다. 이 앨범은 사단법인 아이엠과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이 함께하는 ‘홈타운 프로젝트’를 통해 빛을 볼 수 있었다.
‘홈타운 프로젝트’는 지역 음악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예술인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홍보와 아카이빙을 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녹음과 연습의 공간으로는 팔복예술공장의 영상예술터가 제공되었다. 일회성이 아닌 매년 이어나갈 예정으로, 연주자와 작곡가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며 지역의 새로운 뮤지션들을 소개할 계획이다. 또한 제작 과정에 기획자, 엔지니어, 사진작가 등 전주의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협력함으로써 지역 문화예술계 안에서 네트워킹의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홈타운프로젝트>는 3월 29일 정식 발매되어 3월 30일 더뮤지션에서 기념 쇼케이스를 가졌다. 또한 2024년으로 이어질 두 번째 앨범의 창작 키워드는 오는 4월 중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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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예술공장 창작스튜디오 7기 입주보고전 ‘사이, 느슨한 매듭’
작가 7인의 예술적 정체성을 엿보다
팔복예술공장 창작스튜디오에 새로 입주한 작가 7인이 작품 전시를 가졌다. 3월 19일부터 4월 14일까지 팔복에술공장에서 열린 ‘사이, 느슨한 매듭’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이 그동안 쌓아온 예술적 정체성과 실험을 토대로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활용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창작스튜디오 7기는 지난 1월 공모를 시작으로 세 번의 심사를 거쳐 김수호, 김순임, 이정우, 장연호, 장우석, 정지현, 지알원(GR1) 7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회화와 설치, 뉴미디어,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이루어져 전시 역시 볼거리가 다양하다.
전주문화재단은 2018년부터 국내외 시각예술가를 대상으로 창작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57명의 예술가가 이곳을 거쳐 예술가로서 역량을 키웠다. 7기의 입주작가들은 이번 입주보고전을 시작으로 앞으로 1년간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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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군산청년미술상 수상자 이주원 작가 선정
군산미술상, 청년작가를 위한 발판으로 변화
올해의 군산청년미술상 수상자가 정해졌다. 주인공은 이주원(45세) 작가다. 그는 목적지 없이 걷는 사람의 발을 포착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길을 잃은 자들을 은유한다. 작품 <걷는다>는 이처럼 우리가 삶에 있어 임해야 할 자세와 태도를 담아내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헤매지만 그것은 결국 ‘살아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환상이나 추상적 개념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삶에 집중하며 현재 자신의 삶 안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함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군산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교동미술관 레지던시 작가 등을 거쳐 다수의 개인전을 열며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군산청년미술상 위원회는 그의 뛰어난 감각과 깊이 있는 철학을 발견하며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군산청년미술상은 지난 6회까지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군산미술상’으로 이어왔으나, 지역의 젊은 작가들의 지원이 절실함을 느끼며 올해 45세 이하의 청년작가들을 위한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많은 지역 작가들이 더 좋은 여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체제를 마련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시상식 및 개인전은 4월 24일 군산 라마다호텔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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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추모사진전 ‘봉분조차 헤일 수 없는 묻엄’
참혹한 그날의 역사, 100년이 흘러 건네는 질문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 그날의 역사를 사진으로 돌아보는 전시가 열렸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추모사진전 ‘봉분조차 헤일 수 없는 묻엄’이다. 1923년,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 지역에 진도 7.9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사회적 불안이 극심해지자 일제는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무고한 조선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며 일본의 군인, 경찰, 자경단은 무고한 조선인들을 학살했다. 이때 최소 6천명이 넘는 조선인이 희생되었다.
전시는 먼저 그날의 참혹함이 담긴 흑백사진들과 당시의 신문기사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다음으로 일본 현지에서 촬영한 조선인 희생자 위령비 35기를 주제별로 전시했다. 다양한 역사 현장을 기록해온 사진가 천승환 작가가 남긴 것들이다. 그는 2017년 처음 도쿄에 있는 위령비를 만나고 이후 해당 역사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위령비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으로 만난 그날의 기억은 100년이 지난 오늘의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그 안에서 이름도, 봉분도 없이 스러진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 그거면 된다. 전시 ‘봉분조차 헤일 수 없는 묻엄’은 지난 11월 14일부터 3월 31일까지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