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   2024.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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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4 고택 아트 페스타  

고택에서 열리는 미술 장터  


무주향교에서 5일간의 미술장터가 열린다. 9월 4일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2024 고택 아트 페스타’다. 고택 아트 페스타는 시각미술 작품 유통의 장이자 도내외 아티스의 네트워크 플랫폼 역할을 한다. 지역의 문화유산인 고택을 무대로 공간적·역사적 스토리를 대중들과 공유하고 지역 내 생소한 미술장터의 경험을 전한다는 취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모를 통해 참여 작가를 선정했다. 이번 공모에는 205명의 지원자가 모여 그 중 41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 회화부터 드로잉, 판화, 그라피티아트, 사진, 아트토이, 조각,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무주의 자연경관을 소재로 작업하는 무주 출신의 작가 ‘한강’을 비롯한 네 명의 초대작가도 함께한다. 참여작가가 직접 자신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티스트 토크도 마련된다. 어린이 도슨트와 공연 등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도 준비했다. 


고택 아트 페스타는 디자인에보(대표 김현정·박세진)가 기획 및 주최한다. 지난 2022년 디자인에보의 아티스트 레지던시인 ‘에보미디어레지던시’ 커뮤니티 프로그램 일환으로 ‘고택아트페어&재즈페스타’를 파일럿으로 진행, 지역 내 아트페어의 새로운 장을 시도한바 있다. 지난해 완주 소양고택 일원에서 첫 아트 페스타를 개최한 후, 올해는 무주군과 협력하여 2회를 맞았다. 운영팀은 ‘작가들이 행복한, 작가들의 아트페스타’를 지향점으로, 함께 고민하고 발전하는 자리를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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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극장 ‘얼굴도둑’ 

애증의 관계 ‘가족’을 되짚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가? 누군가는 따뜻함과 사랑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마음 깊이 새겨진 상처를 되새길 수도 있다. 가족은 가장 가깝기에 상처를 주기에도 쉬운 사이다. 하지만 가족에게 문제를 제시하는 것은 그동안 ‘효’, ‘부성애’, ‘모성애’라는 이름 아래 금기시되어 왔다.


이번 9월 창작소극장이 올리는 연극 <얼굴도둑>(연출 이종화, 작 임빛나)은 애틋하고도 불편한 가족이라는 관계를 되짚는다. 그중에서도 엄마와 딸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딸인 한민은 어느 날 매우 충격적인 방법으로 자살한다. 엄마는 애지중지 키운 딸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한다. 치매로 서서히 지워져 가는 기억을 붙잡고 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9월 5일부터 13일까지 평일 19시 30분, 주말 15시에 공연되며 7일과 11일은 공연이 없다. 창작소극장 개관 35주년을 맞이하여 기획된 공연으로,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소공연장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창작극회 배우들과 함께 제작했다. 전석 2만 원이며 카카오톡 ‘창작극회’ 또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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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윤 작가 초대전 ‘징검_가지 Stepping-Twigs’

나무늘보를 통해 보는 삶의 초상


전주 공간시은에서 김하윤 작가의 초대전이 열린다. 8월 16일을 시작으로, 9월 25일까지 이어지는 ‘징검_가지(Stepping-Twigs)’다. 기존 작품에 작은 채색화 신작들을 더해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총 48점의 드로잉 연작과 10여점의 판화를 만날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면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 곳곳에 등장하는 나무늘보다. 그는 크고 작은 나무늘보를 작품에 등장시키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표상한다. 푸른 나뭇가지와 꽃, 열매들을 통해 아름답고 무한한 삶의 여정을 전하기도 한다. 조금 느리더라도, 나무 위에서 천천히 삶을 영위하는 나무늘보처럼 차근차근 숨을 고르며 일상을 살아낸다. 


김하윤 작가는 전북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2016년 ‘마음 소풍’ 드로잉 전을 비롯해, ‘느린 꽃놀이’ 시리즈, ‘길 위에서’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 국내외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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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섶밭들산골마을영화제 

영화로 만나는 마을 공동체의 가치


장수군 천반산 밑자락, 삼십 남짓한 가구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뜻깊은 영화제가 열렸다. 8월 1일부터 4일까지 천천면 신전마을에서 열린 ‘제3회 섶밭들산골마을영화제’(집행위원장 하영택)다. 작품 공모부터 프로그래밍, 홍보, 번역 등 영화제의 전 과정에서 장수 군민들이 직접 참여해 의미가 깊은 영화제다. 상영되는 영화들 또한 전 세계 다양한 마을의 이야기가 담겼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가치를 되짚는 8개국 17편의 작품을 소개했으며 개막작으로는 토종 씨앗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충북 괴산의 한 농장을 다룬 다큐멘터리 <느티나무 아래>(감독 오정훈)가 관객들을 만났다.


전용 상영관이 없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라운지 소’와 ‘공간여립’ 두 공간이 새롭게 관객들을 반겼다. ‘라운지 소’는 전통 소막사를 개조하여 만들어진 공간으로 시골의 정겨운 청취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야외 상영관이다. 주 상영관으로 쓰인 ‘공간 여립’에는 천반산에서 활동했다는 정여립의 정신이 담겨 있다. 40~50명의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영화관으로, 기본적인 스크린과 음향 장비부터 관객들이 묵을 수 있는 숙소까지 구비되어 있다. 


마을회관에서는 주민들이 운영하는 주막이 운영되었고, 부대 행사 또한 전통주 만들기, 고기잡이, 산촌 체험 등으로 이루어져 일반적인 영화제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3회 섶밭들산골마을영화제’는 서용우 전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사무국장이 오랜 시간 장수와 교류하며 만들어 낸 영화제다. 서 국장은 올해 정년퇴임 이후 장수에 정착하여 영화제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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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이룸 ‘명화따라 클래식 산책 시즌2’ 

무대 위에 열린 작은 미술관


전주에서 명화와 클래식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전주시 삼천동의 공연장 ‘문화공간 이룸’의 <명화따라 클래식 산책 시즌2>다. 이번 공연은 그동안 미술과 음악의 결합을 시도했던 공연들에서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방식을 가지고 있어 주목되었다. 연주자들은 공연 전 미리 작가의 작품을 감상한다. 해설의 참고 없이 그들의 감상만으로 작품과 어울리는 음악을 선정한다. 공연 당일에 작가와 도슨트가 무대에 올라 해설하면 연주자가 감상평을 더해 연주한다. 


8월 22일은 버려지는 옷과 소품들로 작업하는 군산의 고보연 작가와 이영신(피아노), 임영주(바이올린), 박재은(첼로)이 만났다. 무수히 많은 폐천을 땋아 만든 설치 작품에서는 반복적인 선율이 아름다운 바흐-구노의 ‘아베 마리아’가 소개되었다. 긴장 완화를 주제로 작업했던 작품들에는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과 침대 광고 음악으로 유명한 에릭 샤티의 ‘짐노페디 1번’이 울려 퍼졌다. 여성의 삶을 표현한 작업물에서는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 트리오’와 이홍렬의 ‘섬집아기’가 연주됐다. 


<명화따라 클래식 산책 시즌2>는 ‘청소년’, ‘장애’, ‘여성’, ‘지역’을 키워드로 11월까지 이어진다. 8월 24일은 ‘청소년’을 주제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소개되었다. 9월 26일은 청각장애를 딛고 미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김기창과 그의 부인 박래현를, 27일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화가인 천경자를 조명한다. 10월 24일은 신체장애를 가지고도 따뜻하고 평온한 그림을 그렸던 모드 루이스, 25일에는 멕시코 출신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를 소개한다. 마지막 11월 29일에는 박안나 할머니와 함께한다. 그는 2022년 김제의 사회적기업 ‘이랑고랑’의 문화예술 교육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1938년생 늦깎이 화가다. 전석 2만 2천 원이며 공연 예약은 포털사이트 검색 또는 현장 예매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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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당미술관 초대전 ‘흐릿해진 표상-열두 갈래의 길’

누군가의 아내, 엄마가 아닌 나의 이름으로 


열두 명의 여성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군산 이당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흐릿해진 표상 – 열두 갈래의 길’이다. 제목처럼 여성과 일상, 그 속에서 잃어버린 표상을 쫓아보고자 기획된 이번 전시는 강수미, 고나영, 권재희, 김상미, 김진아, 박현민, 문귀화, 임유선, 정현주, 최선주, 최민영, 허지연 등 12인이 참여했다. 


임신과 육아, 건강 등의 이유로 정체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여성작가들. 이들이 내고 싶은 목소리와 억눌려있던 욕구, 일상의 고민들이 다양한 작품으로 발현되었다. 경력단절로 전시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작가들을 발견하고, 그들이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전하는 것이 곧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일 것이다. 누구의 아내, 엄마가 아닌 자신의 이름, 그리고 작가의 이름으로 나선 열두 갈래의 작품, ‘흐릿해진 표상 – 열두 갈래의 길’은 9월 23일까지 이당미술관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