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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 국가무형유산 지정
먹으로 그린 우리의 한글, 국가무형유산 되다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이 된다. 지난 11월 26일 국가유산청은 한글서예를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고시했다.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먹과 붓으로 표현하는 한글서예는 단순한 글자의 의미를 넘어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한글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예술이다. 문자를 이용한 독창적인 조형예술로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예술적 가치와 사회상을 담아 역사성과 학술성, 대표성 등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여기에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노력이 있었다. 조직위원회는 2022년 7월 한글서예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위한 기초조사 연구를 시작으로, 지난해 9월 국가무형유산 신청서를 정식 제출했다. 이를 위해 35명의 추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서명 운동을 추진해왔다. 그동안 한글서예에 대한 국가무형유산 지정 신청은 몇 차례 시도되었지만 각 서예단체나 개인으로 이루어져 어려움이 있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전국의 많은 서예가와 관련 단체들과 힘을 모아 이번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글서예는 모두가 보편적으로 공유하고 향유할 수 있는 유산으로, 개인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종목으로 지정되었다. 이번을 계기로 서예작가들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고 학교에서의 한글서예 교육을 강화하는 등 국민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11월 26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언론 브리핑을 갖고 한글서예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조직위는 한글서예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내년에는 국가유산을 넘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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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탄소예술기획전 ‘탄소와 예술; 번안된 매체’
탄소예술로 건네는 질문
올해 4회를 맞이한 탄소예술기획전이 ‘탄소와 예술, 번안된 매체’를 주제로 열린다. 11월 20일 시작으로 내년 1월 5일까지 팔복예술공장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기존의 예술 매체와는 차별화된 물성과 가능성을 지닌 탄소섬유를 통해 창의적인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의 제목대로 첨단소재를 예술의 언어로 번안해 물질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는 조각, 설치, 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 10명이 참여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물질과 비물질, 기술과 예술, 환경적 책임이 얽혀 있는 현대사회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전주문화재단의 ‘탄소예술기획전’은 탄소예술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취지로 2021년 출발했다. 총 46명의 작가를 발굴하며 지속적으로 탄소예술작가 육성과 지원에 힘쓰고 있다. 올해는 특히 배리어프리에 주목하며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전시 환경을 조성했다. 수어 통역 전시 해설 영상을 제공하고 점자책을 제작하는 등 문턱을 낮춘 전시 감상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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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지박물관 재개관
한지박물관의 새 출발, 화려한 한지꽃과 함께
전주한지박물관이 긴 휴식을 마치고 재개관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휴관한 이후 5년여 만이다. 지난 11월 20일 문을 연 한지박물관은 재개관을 기념하며 지화공예가 이미나 작가의 기획전 ‘한지로 되살아난 왕실의 꽃’을 선보인다. 내년 1월 2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궁중의 독특한 꽃 장식 문화인 궁중상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문화적 상징이 되는 한지문화를 만날 수 있다.
전주페이퍼에서 운영을 맡고 있는 전주한지박물관은 1997년 국내 최초의 종이박물관으로 출발했다. 2007년부터는 한지박물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한지 전문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지역사관과 미래관, 생활관, 재현관 등 주제별로 공간을 구성해 한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한지의 역사와 제조과정, 다양한 한지 종류, 한지 관련 유물, 한지 공예품 등 한지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를 담아낸다. 전주한지박물관은 오랜 휴관 후 문을 연 만큼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민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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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목정문화상 수상자 김양·박종수·이명배
전북 문화를 풍성하게 가꾼 3인의 예술인
제32회 목정문화상은 문학 부문의 수상자 김영 시인과 미술 부분의 박종수 화가, 음악 부문의 이명배 씨에게로 돌아갔다. 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홍식)이 주최하는 목정문화상은 해마다 전북 지역의 향토문화 발전에 공헌한 문화예술인에게 시상하는 상. 올해 시상식은 지난 11월 22일 전주 더메이호텔에서 열렸다.
수상자 김영 시인은 1995년 「자유문학」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 김제에서 태어나 자신의 모교인 만경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명예퇴직했다. 전북문인협회장과 전북문학관장 등을 지내며 현재는 석정문학회 회장과 한국문협 이사를 맡는 등 지역 문학계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공적을 인정받았다.
박종수 화백은 고창 출신으로, 전북을 대표하는 원로화가다. 작가로서의 역량은 물론 많은 후배 작가를 배출하며 그는 지역 예술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우리의 전통 민화에 중심을 두면서도 자유롭고 새로운 상상력을 더해 완성된다. 초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인 그만의 화풍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국악인 이명배 씨는 익산에서 나고 자란 소리꾼이자 국악 지도자다. 잊혀가는 익산의 전통문화인 들노래의 명맥을 잇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들노래 복원 작업에 열중한 인물이다. 현재도 들노래 발표와 지도 등에 힘쓰며 들노래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각 2천만 원의 창작지원비가 전달되었다. 목정문화재단은 故 목정 김광수 선생이 예향의 고장으로서 전북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지역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만들어졌다. 여전히 도민의 문화적 삶과 문화 욕구를 채운다는 의미 깊은 목표에 따라, 목정문화상은 앞으로도 전북 문화예술계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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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성평등 문화예술 아카이빙전 ‘수선’
미투 운동 후 5년, 성평등을 향한 그간의 기록
2018년 전북 문화예술계에 미투 운동이 일어난 후 5년이 흘렀다. 당시 미투 운동을 계기로 전북 지역의 문화재단과 학계, 작은 시민 공동체는 ‘전북 문화예술 성평등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힘을 모았다.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분투했던 그간의 활동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기록한 전시가 열렸다. 11월 19일부터 12월 1일까지 하얀양옥집에서 열린 아카이빙전 ‘수선’이다.
찢어지고 망가진 옷을 바늘과 다림질로 복원하듯, 문화예술계 성평등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을 수선에 빗대어 표현했다. 실제 수선 과정처럼 전시는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터짐, 고침, 다림, 되살림을 주제로 성평등을 위해 걸어온 발자취를 담았다. 전시장의 초입에는 ‘전북특별자치도 성평등 문화 확산 공동 선언문’이 걸려있다. 문화 행정의 모든 영역과 단계, 구성원에게 성평등이 확산되길 바라며 선포하는 열 두 개의 실천이 적혀있다. 그 내용 하나하나를 읽으며 성평등에 대한 생각을 다진다.
성평등 네트워크 안에서 비평 활동을 이어온 <문화예술 다리미>는 울림을 주는 비평문 글귀들을 옷걸이에 걸어 전시했다. ‘여성의 선택에 여성이 없는 삶이 있다’, ‘21세기에도 여성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등 많은 문장들이 생각을 건드린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성평등한 문화예술 생태계로 나아가는 연대의 여정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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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컴퍼니 두루 ‘런어비스’
지역 창작뮤지컬 가능성 재확인한 ‘런어비스’
아트컴퍼니 두루의 창작뮤지컬 ‘런어비스’가 11월 21일부터 3일 동안의 무대(전주 우진문화공간)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에 비수도권 뮤지컬 분야로는 최초로 선정된 ‘런어비스’는 2022년부터 3년간 진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맺은 결실이다.
아트컴퍼니 두루는 지난 3년간 4개의 낭독극과 2개의 뮤지컬을 쇼케이스 형식으로 선보였다. ‘런어비스’는 작년 11월 공연한 ‘러스트’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 한층 보완한 작품. ‘러스트’는 당시 배우들의 역량은 돋보였으나 무대 세트와 의상의 조화가 약하고 쇼케이스 형식이다보니 짧은 러닝타임에 빠른 전개가 이어져 극의 이해와 몰입에 아쉬움을 주었었다.
그러나 ‘런어비스’는 작년 보여주었던 아쉬움을 모두 채웠다는 평이다. 무대와 의상의 구성은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조화롭게 어울렸으며, 음악이 중요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5인의 라이브 세션이 무대 양옆에서 함께했다. 배우 최태이(엘리 역), 박현수(알 카포네 역), 김태형(레인 역)의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는 관객들의 감정을 극대화했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성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 전개에도 내용 이해에 어려움이 없었다.
극의 배경은 2030년이다. 주인공 ‘알 카포네’는 AI 시스템 ‘아르테미스’를 개발하여 소수 엘리트층과 결탁하고,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조작하여 막대한 부를 취한다. 사랑을 노래하던 뮤지션 ‘엘리’ 또한 아르테미스에 빠지게 되고, ‘레인’이 그녀와 세계를 지키기 위해 아르테미스를 파괴하려 시간 여행을 시작한다. “물질이 가장 우선시되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가.” 레인과 엘리, 그리고 돌아온 알 카포네를 둘러싼 결말은 진정으로 필요한 건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두루는 2025년 2월 뮤지컬 ‘안녕 크로아티아!’로 돌아올 예정이다. 실연박물관을 소재로 2018년 올렸던 작품이다. 당시 지역 창작 뮤지컬이 서울에서 장기 공연하는 흔치 않은 사례를 남기며 호평받은 바 있다. 안정적인 공연 제작을 위한 펀딩을 진행 중이며, 펀딩에 참여하는 관객에게는 후에 별도 혜택이 제공된다. 자세한 내용은 아트컴퍼니 두루(duru-1004@naver.com)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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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전북독립영화제
영화로 던지는 시대의 ‘질문들’
전북독립영화제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1천 명을 넘는 관객을 맞이하며 막을 내렸다. 6백 여명의 관객과 만났던 전년도와 대비하면 유의미한 성과다. 10월 31일부터 닷새간 열린 이번 영화제에서 관객들은 49편의 독립영화를 만났다. 개막작으로는 김진성 감독의 <홀로>, 이기혁 감독의 <장미>, 유재인 감독의 <과화만사성>이 상영되었으며, 이외에도 948편의 출품작 중 경쟁을 뚫고 선정된 지역·독립영화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상인 옹골진상은 장병기 감독의 <여름이 지나가면>이 수상했다. ‘신발 도둑’을 소재로 청소년들의 갈등과 욕망을 풀어낸 작품이다. 이 외에도 다부진상 <매일매일 일요일>(감독 한건희), 야무진상 <언박싱>(감독 박래경), 배우상 <메이 앤 준>(감독 박천현) 등이 선정되었다.
관객수가 늘어난 이유로는 상영관의 확장이 눈에 띈다. 모든 영화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상영했던 작년과 달리 남부시장 문화공판장 작당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CGV 전주고사점, 전북대학교 박물관 등에서 상영하며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전주 시내 일반 카페, 음식점 등 7개 업체와 이벤트를 진행해 평소 독립영화를 즐기지 않았던 지역민에게 다가가며 관객수 확보에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11월 1일에는 ‘VP기술, 기초에서 적용까지’를 주제로 에픽게임즈 코리아, 웨스트월드, 엑스온 스튜디오 등 VP(버추얼프로덕션) 선도기업들과 함께하는 세미나가 진행되어 지역 영화인들에게 역량 강화의 기회도 제공했다.
올해 전북독립영화제의 슬로건은 ‘질문들’이었다. 독립영화를 통해 시대에 대한 수없이 깊고 넓은 질문들이 이어져 각자의 사유를 주고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영화제는 끝났지만, 집행위원회의 바람처럼 전북 지역 관객의 질문이 계속되어 지역에 영화문화가 확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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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 기획전 ‘익숙한 이미지, 낯선 존재’
추억 속 자개장에서 건져 올린 질문
할머니 댁에 가면 방 한구석에 화려하게 서있던 자개장, 한때는 ‘부의 상징’으로 통하던 가구였지만 이제는 ‘촌스럽다’는 이유로 외면당한지 오래다. 작가 이영희는 버려진 자개장을 예술의 소재로 주목했다. 10월 7일부터 11월 22일까지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에서 선보인 기획전 <익숙한 이미지, 낯선 존재>를 통해 그 작품들을 만났다.
오래된 자개장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전통공예품은 이렇듯, 동식물을 통해 복을 기원하곤 했다. 그러나 현대의 공산품들은 장식이 사라지고 생산성을 위한 디자인만이 남았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과 환경에 대한 질문을 건져 올렸다. ‘사라진 장식들을 산업혁명이라는 개념 아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가?’, ‘자연과 공존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건 아닐까?’ 질문을 던진다.
전시장에는 자개와 함께 크고 작은 거울이 걸려있다. 그는 우리가 여전히 거울 속 자신만 보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자개장 속 동물과 식물을 한번쯤 유심히 들여다보길, 자개 속의 동식물을 되살리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다시 한 번 꿈꾸고자 한다. 전주시새활용센터 다시봄은 작가 공모를 통해 자원순환 등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영희 작가는 2022년 새활용 산업 육성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환경에 주목한 공예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