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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군산에서 만나는 그날의 사람들
역사 관련 전시 ‘그날의 기억’, ‘나는 한국광복군입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군산에서는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두 개의 전시가 관객들을 맞는다. ‘일제강점기군산역사관’에서 4월 13일까지 이어지는 <그날의 기억>과 ‘군산3.1운동 100주년기념관’에서 4월 20일까지 열리는 <나는 한국광복군입니다> 기획전이다.
<그날의 기억>은 일제강점기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을 기리는 전시다. 1939년 당시 일제가 실시한 국민징용령의 내용이 담긴 신문의 한 페이지를 시작으로 전시는 문을 연다. 조선인 강제동원에 관한 법령에 따라, 우리 민족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쟁터와 전쟁을 위한 국내외 현장으로 징집되었다. 군사 동원된 앳된 얼굴의 학생들부터, 탄광 강제동원자, 근로정신대, 일본군 위안부 등 아픈 역사 속 780여 명의 사람들을 빛바랜 사진으로 만난다. 한쪽 벽에는 군산 지역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이어진다. 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마주하며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시간이 된다.
<나는 한국광복군입니다>는 독립을 위해 끝까지 싸웠던 한국광복군의 창설 배경과 투쟁 과정을 담았다.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어린이들도 이해하기 쉽게 기획된 전시다. 특히, 군산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을 전시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 인물들을 조명한 점이 의미 깊다. 박연세, 문용기, 김병수 등 군산3.5만세운동을 주도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지역 주민들에게 큰 의미를 전한다.
3.1독립만세운동 이후 한강 이남에서 일어난 군산3.5만세운동은 학생 김병수가 서울에서 독립선언서 200매를 가지고 내려와 군산 영명학교 교사들에게 전달하며 시작되었다. 교사와 학생, 예수병원 직원, 구암교회 교인, 일반 시민까지 확대된 호남최초의 만세운동이었다. 여전히 우리 역사 속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독립투사들이 많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이들의 노력은 어지러운 현실을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에게 더욱 진한 메시지를 전한다. 가족들이 함께 하면 더 좋을 전시다.
그날의 기억
2024.12.17.-2025.4.13.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나는 한국광복군입니다
2024.12.20.-2025.4.20.
군산3.1운동100주년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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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40년 목판화 여정을 따라
신년기획전 ‘김준권의 국토-판각장정’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산능선과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 붓으로 그려낸 그림으로 착각할 만큼 섬세한 음영과 색감을 머금은 이 작품들은 한국 목판화의 대가 김준권 화백의 작품이다. 선이 아닌 면들을 겹쳐 찍어내며 회화적인 표현을 만들어내는 그의 면판화는 전통 목판화에서는 보기 드믄 작업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독특한 수묵·채묵 목판화를 선보이며 우리나라의 목판문화 역사를 함께 지나온 그가 올해 판화 인생 40주년을 맞았다.
1월 17일부터 3월 30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초대전 <김준권의 국토-판각장정>은 그의 40년 작품세계를 총망라하는 자리다.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작한 목판화 250여 점을 전시장 전체를 활용해 만나는 대규모 전시로, 초기의 흑백목판화부터 유성목판화, 수묵목판화까지 작가가 걸어온 길을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다. 그 속에는 긴 세월 동안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과 이웃의 삶이 있다. 전시의 제목을 ‘판각장정’이라 붙인 이유도 여기 있다. 그가 전국을 돌며 만난 마을 사람들과 대나무 숲, 바다, 섬 등이 자연스레 창작의 원천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리얼리즘적 풍경을 담아내기 이전에, 작가는 민중미술에 앞장선 인물로서 사회에 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업을 해왔다. 혼란한 시대를 살았던 1980년대, 당시 저항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판화를 택한 그는 목판화의 위상을 느끼며 전업 작가가 되었다. 2018년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 당시 그의 판화작품 ‘산운’이 배경으로 걸리며 주목을 받는 등 일흔의 나이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하며 현재까지도 한국 판화계를 이끌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마지막까지 목판문화를 지켜냈던 도시이자 한지의 고장인 전주에서 갖는 전시인 만큼 기쁨이 크다“는 소감을 전하며 ”평소 접하기 어려운 대형 목판화 작품을 볼 수 있는 이번 기회를 통해 목판화의 매력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무료 관람으로, 전시 기간 동안 판화 찍기 체험과 2월 중 ‘작가와의 대화’가 함께할 예정이다.
김준권의 국토-판각장정
2025.1.17-2025.3.3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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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된 땅굴, 미디어 전시관으로 탈바꿈
‘벙커 더 스페이스’ 개관
전쟁과 재난에 대비하여 만들어졌던 벙커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전주시 완산동의 완산벙커가 ‘벙커 더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2월 4일 개관한다. 방공호와 군사 지휘 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1973년 만들었던 완산벙커는 2005년 전북도청 지하에 별도 대피 장소가 생기며 쓸모를 잃고 방치됐었다. 이후 전주시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 공간 재생 사업을 통해 문화관광시설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벙커 더 스페이스’는 130m 길이의 땅굴에 여러 개의 방이 연결된 개미굴 형태를 살려 우주를 테마로 한 스토리가 입혀졌다. 군사시설로 알려진 공간이 사실은 비밀리에 운영되다가 폐쇄된 멀티버스(다중우주) 연구 기지였다는 것. 관람객들은 비밀 요원이 되어 벙커를 탐험한다. 여기에 태조 이성계가 1395년 돌판에 별자리를 새겨 만든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다른 우주로 이어지는 통로가 숨어 있다는 허구의 이야기도 더했다. 다양한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들로 꾸며진 차원의 문, 균열의 틈, 우주 방주 등을 보여주며 우주를 상상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끈다. 전주시는 ‘벙커 더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완산칠봉을 관광 명소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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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뮤지션 새해맞이 신곡 나온다
아우리·고니밴드 음반 발매
전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두 인디밴드가 2025년 새로운 음악으로 돌아왔다. 고니밴드의 EP앨범 ‘고사동238’과 밴드 아우리의 디지털싱글 ‘Look Into You’다.
고니밴드의 ‘고사동238’에는 그동안 지역밴드로서 고민했던 순간들이 담겨있다. 한때 트렌드를 따라 세련되고 빈틈없는 음악을 추구했지만 그것은 고니밴드와의 음악과는 결이 맞지 않음을 깨달았다. ‘고사동238’은 조금은 올드하게 보일지라도 그들만의 색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만든 담백한 앨범이다. 박자와 음정 보정, 더블링 기법을 덜어내고 보컬과 연주 그 자체에 충실했다. 타이틀곡 ‘What a call’에서 꾸미지 않은 그들의 진솔한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아우리의 ‘Look Into You’는 온 세상이 슬로우 모션으로 느껴지는듯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포착한 노래다. 통통 튀는 기타와 신디사이져, 리드미컬한 비트, 사랑 넘치는 가사가 매력적이다. 아우리는 뮤즈그레인의 김승재, 최은석, 고은혁과 이종민, 이종원 형제가 모여서 결성한 5인조 밴드로 펜데믹 시기인 지난 2021년 데뷔했다.
두 음반은 전북특별자치도 콘텐츠융합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전북 레드콘 음악창작소 프로그램 운영지원사업’의 지원을 통해 제작되었으며,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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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미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포스트에디트갤러리 첫 전시 ‘거리가 있는 응시’
전주천변을 마주본 자리, 현대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12월 2일부터 2월 2일까지 개관 첫 전시 ‘거리가 있는 응시’를 열고 있는 포스트에디트갤러리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시각으로 동시대 사회를 재해석한 개관 전시에는 홍익대학교 박사 과정에 있는 한국인 재학생과 중국인 유학생 총 29명이 참여했다. 전시의 주제 ‘거리가 있는 응시’는 물리적, 정서적 거리감을 내포한다. 그러나 ‘응시’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 시대와 존재간의 복잡한 관계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스킹테이프로 제작된 거대한 토끼 형태의 설치작품이 눈길을 끈다. 토끼를 매개로 자신의 감정과 자아를 표출해내는 작가 박정은의 작품이다. 전시는 작가마다 개성이 드러나는 회화 작품들로 이어진다.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유리를 비롯해 청년 작가들의 신선한 시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작가들은 자신들의 시각을 통해 나는 어떤 ‘응시’로 세상을 마주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진다.
포스트에딧갤러리는 기존의 미술 형식을 넘어서는 시도를 상징하는 ‘포스트(Post)’와 예술적 요소에 대한 재해석을 의미하는 ‘에디트(Edit)’를 더한 이름이다. 이러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시대를 반영한 실험적인 예술을 선보이며, 전통적인 미술 형식에서 벗어나 넓은 차원의 예술을 탐구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거리가 있는 응시
2024.12.2-2025.2.2
포스트에디트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