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   2025.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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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아니면 닿을 수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   

제18회 전북여성영화제 


제18회 전북여성영화제 <희허락락(喜.Her.樂.樂)>이 9월 4일부터 사흘간 메가박스 전주객사점에서 열린다. 슬로건은 ‘끝내 닿는 우리’다. 영화제 준비위원인 강지이 감독은 “영화가 아니면 닿을 수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해외의 여성들, 혹은 과거의 여성들처럼 직접 만날 수 없거나 잘 알지 못하는 여성들과도 영화를 통해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이런 취지에서 해외 다큐멘터리 <올파의 딸들>(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2015년 튀니지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올파의 두 딸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가출하면서 벌어진 가족의 비극을 담아냈다.


특히 <열 개의 우물>(연출 김미례)도 주목할 만하다. 1980년대 인천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펼쳤던 여성 활동가들을 찾아가는 다큐멘터리로, 상영 후 김금옥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함께 전북 여성운동사를 돌아보는 씨네토크도 마련된다. 그는 군산 출신으로 전북민주여성회, 성폭력예방센터, 전북여성단체연합 등에서 일하며 전북지역 여성운동의 토대를 다진 사람이다. 


폐막작은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여성영화 워크숍을 통해 제작된 <엄마는 늦게 온다>(연출 김애란, 이민선)다. 타이밍이 엇갈리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영화다. 노희정 감독의 <자궁메이트>, 송에스더·임연주 감독의 <갈비> 등 지역 여성감독들의 작품도 함께 상영한다. 이외에도 <에디 앨리스: 리버스>(연출 김일란), <지구 최후의 여자>(연출 염문경·이종민) 등 13개의 영화로 여성들을 만난다. 


모든 영화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당일 영화제 현장에서 선착순 예매가 가능하다. 전북여성영화제는 양성평등주간(9.1-9.7)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전북여성단체연합(대표 박영숙) 주관으로 매년 열리고 있다. 자세한 상영시간표는 전북여성단체연합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5. 9. 4. – 9. 6.

메가박스 전주객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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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밤, 관악과 현악의 낭만적인 조화 

제29회 가을날의 뜨락음악회 


9월의 시작과 함께 ‘가을날의 뜨락음악회’가 찾아온다. 9월 6일 토요일 오후 7시 국립전주박물관 야외 뜨락에서 열리는 올해의 음악회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더 뉴바로크 컴퍼니’와 ‘룩스 목관앙상블’ 두 팀이 무대를 채운다. 원전악기 전문연주자로 구성된 더 뉴바로크 컴퍼니는 바로크 음악과 타 예술 장르, 학문과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팀이다. 바이올린 연주자 최현정을 비롯해 첼로 장혜진, 하프시코드 최현영이 함께 ‘바로크악기로 듣는 춤과 자연의 소리’를 주제로 일곱 곡을 선보인다. 

룩스 목관앙상블은 오보에 손연지, 플루트 김선일, 바순 이준철, 클라리넷 김종철 등 목관악기로 모인 네 명의 연주자가 함께한다. 재즈와 탱고, 익숙한 영화음악 등 시대를 초월하는 다채로운 음악 여섯 곡을 통해 목관악기들의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사중주를 연주할 예정이다. ‘가을날의 뜨락음악회’는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과 사회적기업 마당(이사장 최동현)이 공동으로 기획해 매년 선보이고 있는 시민과 함께하는 공연이다. 지난 1997년 첫 무대를 연 이후 올해로 스물아홉 번째를 맞으며 평소 접하기 어려운 국악 앙상블과 클래식, 재즈, 현대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시민들 일상에 전하고 있다. ‘가을날의 뜨락음악회’는 누구나 무료로 함께 할 수 있다.


2025. 9. 6 오후 7시 

국립전주박물관 야외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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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봉에 묻혀있던 친일을 파헤치다

창작극회 정기공연 ‘이공칠의 변’


창작극회가 신작 <이공칠의 변>(작·연출 홍석찬)를 9월 4일부터 7일까지 전주 창작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작품은 전주 기린봉에 묻혀 있는 지역의 대표적 친일파 이두황을 ‘이공칠’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빗대어 풀어낸다.

극은 관짝에서 튀어나온 ‘공칠’이 자신의 친일 행적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삶을 재현하듯 진행된다. 특히 관객이 역사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새로운 연출 기법들이 시도될 예정이다. 관객은 배우가 던지는 질문에 찬반 팻말로 답하며 ‘공칠’의 선택을 함께 고민하게 된다. 공연 전에는 대한제국 군복 차림의 배우들이 로비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퍼포먼스도 마련된다.

이두황은 동학농민군 진압, 명성황후 시해 주도 등 많은 친일 행적을 남겼다. 이토 히로부미에게 양자가 되기를 청했고, 전북도장관(현 도지사)으로 일하며 일제의 수탈에 협력했다. 해방 후에도 처벌받지 않고 전주 기린봉에서 많은 이들의 애도와 함께 안장됐다. 1951년 독립운동가들이 그의 묘를 파헤쳐 부관참시하려 했으나 이미 화장된 상태였다. 현재 묘 인근에 친일 행적을 기록한 단죄비가 세워져 있다.

공연은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4시에 시작한다. 전석 2만 원이며, 예매는 인터파크 놀티켓과 창작극회 카카오톡 채널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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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예술가, ‘긁힘’에 대해 말하다

씨앗(C.art) 기획전 ‘왜 우리는 긁히는 걸까?’


청년 예술가 그룹 씨앗(C.art)이 ‘긁힘’에 대한 이야기를 전시로 풀어냈다. 8월 2일부터 30일까지 문화공판장 작당에서 열린 <긁?-왜 우리는 긁히는 걸까?> 기획전이다. 27명의 작가가 일상 속 ‘긁힘’을 주제로 다양한 시각 작품을 선보였다. 씨앗(C.art)은 전북의 지역 청년예술가들이 함께 씨앗을 뿌리고 예술을 피워낼 수 있도록, 지역 문화 예술 활성화와 시각예술가 네트워킹을 목표로 결성한 단체다. 

이번 전시는 회화부터 사진, 영상, 설치 등 개성 강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전시장에는 ‘힙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작품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RUDE’(무례한)라는 단어가 적힌 시멘트 덩어리 위에 효자손이 놓여있다. 작가 한강의 작품이다. 효자손은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적으로 누군가의 감정을 건드리는 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효자손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도구지만, 이 작업 안에서는 가렵지 않은 곳을 긁고, 긁지 않아도 될 말들을 반복한다. 전시는 ‘긁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전하지만 작품을 다 돌아보고 나면 내 마음이 긁혔던 말들, 내가 타인에게 했던 ‘긁힐만한’ 말들을 괜히 곱씹게 된다. 

전시 기간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워크숍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법의학자 이호 교수와 사회심리극연구소 별자리의 김영한 소장, 과학·공학 콘텐츠 기업 긱블의 윤수향 리더가 참여해 ‘긁힘’을 신체적, 심리적, 감정적으로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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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들이 빚어낸 빵, 그리고 공동체의 힘  

연극 ‘동백당: 빵집의 사람들’ 


빵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극장. 객석으로 내려온 배우들이 건넨 빵을 하나씩 손에 들자 극장은 1947년 군산의 빵집으로 변했다. 해방 직후 사람들의 연대를 담은 연극 <동백당: 빵집의 사람들>(작 진주, 연출 김희영)이 광복절 전날인 8월 14일 완주문예회관 무대에 올랐다. 

군산의 작은 빵집 동백당은 빚에 허덕이다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다시 일어선다. 빵집에는 유학파 백수, 도박꾼, 부모를 잃은 남매, 다리를 저는 장애인 등 사회적으로 외면받고 소외된 이들이 모인다. 서로의 결핍을 안은 이들은 함께 빵을 만들며 따뜻한 공동체를 이루고 치유된다.  

같은 일본인들에게 외면당한, 군산에 버려진 일본인들도 등장한다. 이들이 사과하고 함께 동백당의 빵을 먹는 장면은 화해의 의미로 그려졌지만, 일부 관객은 이에 불편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남겨진 세대가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극의 또 다른 축은 여성들의 연대다. 동백당의 작은 사장과 수석 제빵사는 독립운동을 하다 행방불명된 큰사장의 본처과 후처다. 어색할 수 있는 관계지만, 두 여성은 서로를 ‘사장님’과 ‘제빵사님’으로 존중하며 빵집을 지켜낸다. 

무엇보다 특별했던 점은 관객 친화적인 운영과 연출이다.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객석을 채웠고, 공연 운영에서도 ‘인터미션’ 대신 ‘막간시간’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최근 공연계에서 지적되는 ‘시체관극’의 엄숙함과 달리, 누구에게나 열린 무대였다. 

<동백당: 빵집의 사람들>은 아르코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극작가 진주는 전주 출신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 인정받고 다시 지역 무대에서 공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연을 제작한 창작집단 ‘프로덕션 IDA’는 사전 워크숍을 통해 군산의 역사를 직접 답사하며 작품을 준비했다. 극작가 진주와 프로덕션 IDA는 2023년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전북 양민 학살 생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으로 대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