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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이어지는 먹빛의 울림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이하 서예비엔날레)가 9월 26일 개막해 한 달간 전북 전역에서 열린다. 올해는 ‘고요 속의 울림’을 주제로 서예의 정신문화적 가치를 조명한다. 전시에는 50개국 3,0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전통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을 더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는 특히 한문 위주의 기존 틀에서 벗어나 한글 서예를 알리는데 집중한다. 개막 전부터 전주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청년 시대소리-정음’은 국내 청년작가 20여 명이 한글서예를 소재로 실험적인 시도를 하며 서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했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는 메인 전시인 ‘자연, 사람, 한글 먹빛전’을 만난다. 231명의 작가가 한글서예와 회화·미디어 등 타 장르와의 융복합 작품을 선보인다. 전북예술회관에서는 ‘서예로 만나는 경전(千人千經)’이 열린다. 1,000명의 서예인이 종교 경전을 필사한 대규모 공통 프로젝트로, 종교의 경건함과 예술적 감동을 아우르는 남다른 의미를 전한다. 학생 서예 공모전과 체험 부스, 서예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한글서예 갖기 운동’ 등 부대행사도 풍성하다.
2025. 9. 26. - 10. 26
한국소리문화의전당·전북예술회관 및 전북 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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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연결되는 마을
고창서점마을 오픈
고창군 대산면에 여러 독립서점이 모인 공동체형 북타운 ‘고창서점마을’이 문을 연다. 문화평론가 이윤호 촌장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취향과 전문성을 지닌 6개 서점지기들이 공동체를 이루었다. 생태서점 ‘맹그로브’, 인문철학 서점 ‘세발자전거’, 윤동주 시집과 독립출판물을 중심으로 하는 ‘초롱이와 쑥’, 그래픽노블 서점 ‘넘버 나인’, 여행과 DIY를 테마로 하는 ‘목수의 책방’, 그림책 서점 ‘책방 고릴라’ 등이다. 6개 서점은 중고책을 판매하는 ‘리북’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주민과 여행객이 책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공유서가로 활용하며 이곳에서 마을 회의 등을 진행한다.
고창서점마을은 세계적인 책마을로 알려진 영국의 ‘헤이온와이’를 표방하며 책을 통해 작은 서점의 가치를 나누고 지역문화와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로 조성됐다.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귀촌해 새로운 마을을 형성한 과정은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농촌 지역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 고창서점마을은 지난 7월 5일 임시로 첫 문을 열고 북토크를 진행했다. 10월 11일 정식으로 문을 열고 서점지기와 함께하는 북토크와 책장 투어, 작가와 디자이너를 위한 책방 레지던시, 인문 포럼,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를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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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와 시대정신을 잇는다
한승헌 변호사 3주기, 산민포럼 발족
故 산민 한승헌 선생의 3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추모 모임이 발족됐다. 선생의 고향인 전북과 서울에서 그를 추모하는 이들이 뜻을 모은 ‘산민포럼’이다. 산민포럼은 지난 9월 30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발족식을 갖고 ‘내 마음속의 한승헌’을 주제로 이야기 한마당을 열었다. 한승헌 선생이 남긴 발자취를 돌아보고 고인을 추억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날 발족식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통해 한승헌 선생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산민포럼’의 발족을 온 마음으로 축하했다. “현대사의 흐름을 정의로운 걸음과 품격으로 이끌어 온 변호사님의 정신과 가치를 온전히 조명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우리 사회에 스며들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산민포럼이 해주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승헌 선생은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1965년 변호사로 개업한 이후 동백림 사건, 민청학련 사건, 통일혁명당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 주요 시국사건 변론에 참여하며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다. 험한 인생역정을 겪으면서도 유머와 해학을 잃지 않은 그는 법률가이자 문인으로 다수의 저술과 수필, 번역서를 남기기도 했다. 70-80년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주역으로 꼽히며 법조계와 학계, 시민사회 전반에서 한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산민포럼’은 앞으로 단순한 추모 활동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를 위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계승하기 위한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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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의 시에서 발견한 다정함을 읽다
석정문학관 기획전시 ‘아무도 다치지 않는 마음’
시인 신석정의 문학 속에 담긴 다정함에 주목한 전시가 열린다. 9월 5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석정문학관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시 <아무도 다치지 않는 마음>이다. 이번 전시는 전국 65명의 참여자가 신석정의 시를 읽고 느낀 감상을 바탕으로 구성된 참여형 전시로 주목된다. 전시는 참여자들의 감상을 바탕으로 구조물과 텍스트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며 크게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었다. 65명의 마음을 이끈 시 구절들을 모아 선보이는 ‘마음을 울리는 한 구절’,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신석정의 시와 그에 대한 해설은 만나는 ‘다정한 시와 해제’, 시를 읽고 떠오른 다양한 단어들을 통해 감정의 확장을 경험하는 ‘느낀 단어들’, 참여자들이 접한 시집을 직접 펼쳐보며 그들의 감상에 공감하는 ‘전달된 시집’ 등이다.
이번 전시는 시인이 삶의 근본적인 태도로 삼았던 ‘다정함’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 알아보기 위한 자리로 기획되었다. 세대별 감상이 어우러진 전시 속에서 시대를 넘어 전해지는 다정함의 힘, 타인의 감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2025. 9. 5. - 2026. 3. 31.
석정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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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역 소극장 르네상스를 꿈꾸다
익산솜리소극장 개관
1980년대와 90년대, 한국에는 소극장 문화가 매우 활발했다. 도시 곳곳에는 100석 내외의 소극장들이 들어서 가난한 예술가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다. 전업 예술가로 살아가기 어려웠던 이들은 낮에는 생계를 위해 일하고, 밤이면 소극장에 모여 치열하게 연습하며 무대를 올리곤 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지방 도시들의 문화예술 기반은 점차 힘을 잃었고, 많은 지역 예술가가 서울로 향했다. 전북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한때 익산에도 ‘아르케소극장’이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2018년 문을 닫았다.
최근 들어 익산의 문화예술이 다시금 움직임을 보인다. 익산시와 익산문화도시는 구도심 한가운데에 새롭게 ‘솜리소극장’을 열고, 다시 한번 지역 소극장의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이리(裡里)’는 지금은 사라진 익산의 옛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익산의 시작점으로 불린 ‘솜리’는 이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솜리소극장은 과거 이리의 중심이자 전통적인 구도심인 인화동, ‘솜리문화의 숲’ 2층에 둥지를 틀었다. 객석은 74석이지만 최대 90석까지 활용할 수 있으며, 전문적인 무대시설과 조명·음향 시스템을 갖추어 다양한 예술 공연을 소화할 수 있다.
개관을 기념한 기획공연 〈이리(裡里) 오너라, 업고 놀자〉는 9월 20일부터 닷새 동안 이어졌다. ‘전통·추억·낭만·풍류·예술’ 다섯 가지 주제를 통해 익산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을 한자리에 모았다. 조통달 명창의 수궁가, 익산 출신 작곡가 임종수의 노래 〈고향역〉을 주제로 한 가요 무대, 지역 음악 단체인 룩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어 이리향제줄풍류, 익산목발지게노래, 이리농악이 한자리에 올라 전통의 흥을 더했고,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이 상영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소극장이 자리한 ‘솜리문화의 숲’은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되어 2025년 4월 문을 열었다. 현재는 익산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이자 생활 속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솜리문화의 숲과 솜리소극장의 프로그램은 익산문화도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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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미래를 여는 청춘들
제3회 창작소극장 대학연극제
창작소극장이 마련한 대학연극제가 올해로 3년째 관객들과 만났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하나둘 사라져간 대학 연극 동아리들의 소식을 안타깝게 접한 선배 연극인들과 창작소극장이 책임감을 갖고 시작한 자리다.
지난 9월 막을 올린 대학연극제는 전북대학교 ‘기린극회’의 〈올모스트 메인〉(작 존 카리아니, 연출 이찬우), 전주대학교 ‘MF’의 〈얼지 않도록〉(작·연출 오수빈), 그리고 개인 섹션 ‘최강김장민’의 〈두더지떼〉(작 이예본, 연출 강정호)가 올랐다. 오는 11월 20일부터 22일까지는 전주대학교 ‘볏단’이 준비한 〈우리들의 이야기〉(가제, 연출 주다은)가 이어지며 축제를 완성한다.
올해 특히 눈길을 끈 작품은 전주대학교 ‘MF’의 〈얼지 않도록〉이다. 2학년 학생이 직접 희곡을 쓰고 연출한 창작 초연극으로, 전염병이 휩쓴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대피소에 모인 세 여성이 서로를 의지하며 연대하는 과정을 그렸다. 기성 극단의 완성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금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의식을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또한 학생들만의 통통 튀는 연출로 관객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또 하나의 실험은 ‘개인참여’ 섹션이었다. 아르코 창작공간 지원사업을 통해 처음 기획된 이 코너는 연극동아리에 속하지 않았거나 대학생이 아닌 청년들에게 무대를 열어주었다. 네 명의 청년이 모여 무대를 꾸렸고, 창작극회 소속 배우 강정호가 연출에 처음 도전해 입체 낭독극 〈두더지떼〉를 선보였다. 연극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에게 새로운 무대를 열어준 뜻깊은 자리였다.
올해 대학연극제가 내세운 슬로건은 ‘시도, 도전, 확장’이다. 작은 무대지만 이곳에서의 실험과 도전은 청년 세대가 연극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지역 연극계의 미래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그 출발점에 대학연극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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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로 엿보는 두 도시의 매력
제24회 전주-가나자와 전통 공예전
전주의 전통공예 작품과 일본 가나자와의 우수 공예품이 한 자리에 전시된다. 전주시와 가나자와의 국제 자매도시 교류로 열리는 ‘제24회 전통공예전’이 10월 18일까지 하얀양옥집과 전주공예품전시관, 한국전통문화전당 등 3곳에서 열린다.
2002년 가나자와시와 전주시가 자매도시 체결을 계기로 시작한 한지문화진흥원과의 공예전은 올해로 24회를 맞이했다. 이번 교류전에서는 특히 가나자와의 대표 공예기법인 가가상감 기법을 활용한 작품을 소개하며, 옻칠바구니, 브로치, 대나무 공예, 향토완구 등 다양한 쓰임새와 형태를 지닌 13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전주는 지역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한지를 중심으로 한 한복, 노리개, 규방공예, 보자기 등의 전통 공예품을 선보인다.
2025. 9. 16. - 10. 18
하얀양옥집·전주공예품전시관· 한국전통문화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