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   2026.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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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도시’ 고창에 더해진 새로운 공간  

고창황윤석도서관 개관


책마을해리, 서점마을 등 책 관련 공간을 통해 독서 문화에 주목하고 있는 고창에 새로운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지난 12월 3일 개관한 고창황윤석도서관이다. 고창 출신의 조선후기 실학자 이재 황윤석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이재 황윤석은 고창군 성내면 출신으로, 성리학과 역사학, 지리학, 언어, 예술 등 다방면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특히 그가 남긴 일기인 『이재난고』는 조선시대 타임캡슐이라 불릴 만큼 조선후기 생활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10세부터 63세까지 50여 년에 걸쳐 자신의 생애와 문학, 경학, 천문, 풍수, 지리, 형률 등 당시 생활사 전반에 걸친 기록을 남겼다. 현재 성내면 조동리에는 도 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황윤석생가가 남아있으며, 고창군은 2008년부터 매년 이재 선생의 학문적 가치를 이어가기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고창황윤석도서관은 한국사에 방대한 저서를 남긴 황윤석 선생의 뜻을 담아내는 또 하나의 지적 자산이 되고자 한다. 


도서관 설계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건축가 유현준이 맡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정전에서 영감을 받아 전통적 건축미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목구조로 설계했다. 92미터 길이의 외형은 종묘의 비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형태로, 내부에 들어서면 목구조로 이루어진 높은 층고가 넓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는 듯한 경험을 전한다. 


도서관은 일반도서와 어린이책, 전자도서를 포함한 7만 5천여 권의 책으로 채워졌다. 지하 1층은 휴게공간과 강당, 동아리실, 1층과 2층은 황윤석 관련 전시공간과 자료실, 책마루, 무인 북카페 등의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개관을 기념해 1월 18일까지는 팝업북 특별 전시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디지털 명화 갤러리, AI 로봇 등 최신 기술 장비를 도입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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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전통 쪽빛의 아름다움 

전시 ‘푸름의 대화: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쪽빛’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전통 쪽빛 염색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린다. 3월 22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진행되는 전시 <푸름의 대화: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쪽빛>이다. 쪽빛이란 ‘짙은 푸른빛’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해온 염료 색 중 하나로, 나라와 지역마다 염료와 염색방법에 차이가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오스트리아, 두 나라의 전통 쪽빛 염색기술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공예작품을 함께 소개한다. 


전시는 3개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한국의 쪽빛’에서는 한국 쪽 염색의 역사와 기록을 전하며, 쪽빛 비단으로 표지를 장황한 국보 「기사계첩」 등 관련 유물을 전시한다. ‘오스트리아 쪽빛’에서는 구타우염색박물관 소장품과 다양한 공예품을 통해 오스트리아 특유의 뚜렷한 문양과 미감을 전한다. 마지막 공간 ‘쪽빛의 현재와 미래’에서는 양국 전승자들이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주오스트리아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해 현지의 호응을 얻은바 있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서로 다른 두 나라가 교류하고 전통 쪽빛을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자리로 의미가 깊다.



2025. 12. 16 – 2026. 3. 22

국립무형유산원 기획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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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색과 풍경, 이야기를 전하는 특별한 편지  

독립출판 프로젝트 ‘계절참견’ 겨울호


전주의 독립서점 ‘일요일의 침대’에서 독립출판 프로젝트 〈계절참견〉의 겨울호를 선보였다. 첫 주제 ‘크리스마스’에 이은 두 번째 주제는 ‘겨울 주머니’다. “당신의 주머니엔 무엇이 있나요?” 질문을 던지며, 「겨울 편지」, 「흰 강」, 「넌 내가 너무 당연하지」 등 겨울을 껴안은 소설 1편과 에세이 2편을 담았다.


‘계절참견’은 계절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요즘, 지나가는 계절의 색과 소리, 맛과 풍경을 잘 발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완전한 책의 형태가 아닌 쪽글 형태의 독립출판물로, 봉투 안에 담긴 누군가의 편지를 꺼내 읽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일요일의 침대 책방지기 서지석 씨가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지역의 문화 기획자나 작가, 책방지기 등이 함께 참여해 완성하고 있다. ‘계절참견’은 일요일의 침대를 통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책방과 완주의 서점 책의별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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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늙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전북도립미술관 소장품전 ‘당신의 청춘에 안녕’


대아스페이스에서 진행되는 전시 <당신의 청춘에 안녕>은 ‘늙음’이 사회적 부담으로 인식되는 오늘날, 늙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을 제안한다. 전북도립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신철균, 이상일, 안봉주 작가의 사진과 문승근의 판화를 전시하며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과 정서적 교감을 전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지 오래다. 사회의 노령화는 노인 개인의 어려움뿐 아니라, 국가 재정 부담을 가중하고 세대 간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그러나 과거 공동체 사회에서 우리는 ‘늙음’을 지혜의 축적으로 여기며 존경과 경외의 대상으로 보았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늙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인간 존재가 지닌 시간의 무게와 가치를 되새기며, 늙음은 사그라드는 존재가 아닌 여전히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갈 우리로 이해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이어진다.


2025. 11. 5 – 2026. 3. 3

JMA 대아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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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작가가 풀어낸 다양한 내면의 세계

무주 최북미술관 신진작가 발굴 기획전 ‘Young ArtistⅢ’


최북미술관이 신진작가 발굴 기획전 〈Young ArtistⅢ〉를 통해 세 청년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전시에는 각기 다른 경험과 시선을 지닌 강효정, 구미송, 김한비 세 작가가 참여했다. 평면 회화와 조소 작품 38점을 전시하며 개인의 경험과 기억, 사물을 바라보는 감각적인 해석 등 내면의 세계를 작품으로 풀어낸 과정을 담았다.


강효정 작가는 예술을 통해 사회적 구조를 재조명한다. 이를 ‘뿌리’라는 생물학적, 식물학적으로 사고하며 형상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구미송은 인공물을 통해 도심 속 자연의 이미지를 재구성한 ‘자연과-사이’ 등의 작품을 전시하며 우리가 사는 도시와 자연의 조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한다. 김한비는 외로운 나그네의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주인공의 모험을 따라간다. 이를 통해 ‘관계’ 속에서 찾아가는 독립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최북미술관은 도내에서 꾸준하게 작업하고 있는 젊고 유망한 작가들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매년 신진작가 발굴 기획전을 열고 있다. ‘Young ArtistⅢ’는 올해 세 번째 기획된 전시로, 1월 25일까지 이어진다.


2025. 12. 9 – 2026. 1. 25

무주 최북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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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위로와 새로운 실험의 무대

말 물들인 전북 연극계


12월 들어 전북 연극계는 유난히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엄숙한 대작보다는 소외된 이웃과 사회의 이면을 응시하는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며, 사람의 온기로 2025년의 마지막을 장식했다는 평가다.


이달 초 관객을 만난 극단 자루의 <무지개병동 505호>(작·연출 오지윤)와 전주시립극단의 <아, 여보세요?>(작 최정은·연출 이신실)는 각각 정신병동과 보이스피싱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따뜻한 휴머니즘과 풍자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냈다.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 실화를 모티브로 한 창작극회의 <천사는 바이러스>(작 이지현·연출 조민철)와, 이승에서의 마지막 음식을 대접하는 식당을 배경으로 한 극단 새로고침의 <곡두식당>(작·연출 이중오)은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특히 <천사는 바이러스>는 오랜 기간 이어온 작품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키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5년의 마지막을 장식한 연극 <구덩이>(작 이정·연출 이종화·김서영)는 창작극회 젊은 단원 최나솔·이종화의 이인극으로, 인간 내면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한 해의 끝을 매듭지었다.


관객 경험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눈에 띄었다. 창작소극장은 제로웨이스트샵과의 협업을 통해 로비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텀블러를 지참한 관객에게 차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선보이며 새로운 관극 문화를 실험했다. 


축하의 소식도 이어졌다. 제42회 전북연극상 대상은 한유경 군산연극협회 지부장에게 돌아갔다. 극단 동인무대 대표로서 30여 년간 군산을 기반으로 지역 소재 창작극 개발과 후진 양성에 헌신한 공로가 인정됐다. 이 밖에도 엘림연극상에 정경선 씨, 우진청년연극상에 이우송 씨 등 수상 소식이 이어지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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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미술상 첫 주인공, 작가 윤진미

제1회 김병종미술상 수상자 선정


제1회 김병종 미술상의 수상자로 윤진미 작가가 선정됐다. 김병종 미술상은 생명 존중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김병종 작가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이를 동시대 미술로 계승하고자 남원시가 제정한 상이다. 국제적 감각과 실험정신을 갖춘 국내외 시각예술가를 발굴·지원한다는 취지다. 


초대 수상자인 작가 윤진미는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미술가다. 사진·영상·설치·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도시의 변화, 주변화된 존재들의 삶, 인종, 젠더, 전쟁, 재난 등 현대사회의 이슈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매체 실험과 깊이 있는 사유가 결합된 그의 작품세계는 생명·인간 존중이라는 김병종 작가의 가치와도 닿아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지난 12월 15일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진행됐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천만 원과 상패를 수여, 2026년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수상 기념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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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무대에서, 함께를 고민하다

전북민간소공연장협회 출범


전라북도 민간 소공연장 운영자들이 처음으로 협의체를 구성하며 ‘전북민간소공연장협회’가 출범했다. 협회는 12월 15일 전주 문화공간이룸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민간 소공연장은 그동안 지역 공연예술의 현장을 지탱해 왔지만, 기획과 재정의 부담을 각 공간이 개별적으로 감당해 왔다. 이번 협회 출범은 흩어져 있던 운영자들이 서로의 현실을 공유하고, 공동의 과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협회에는 문화공간이룸, 더클래식아트홀, 서학예술극장, 예술극장휘게, 한해랑아트홀, 전주아트쌀롱 등 전북 지역의 민간 소공연장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참여 공간은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초대 회장을 맡은 이윤정 회장(문화공간이룸 이사장)은 민간 소공연장이 예술가와 관객, 지역의 일상이 가장 가까이 만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개별 공간을 유지하는 데서 나아가, 각 공연장마다의 경험을 토대로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 환경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협회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북민간소공연장협회는 앞으로 민간 소공연장의 운영 현실을 반영한 정책 제안과 공동 기획·공동 홍보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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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낙선자와 지역책방의 명랑한 연대

책방토닥토닥X헬북 작가 <늙은작가상 낙선작품집> 북토크


매년 1월이면 신문 지면은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이름과 소감으로 채워진다. 선택된 자들의 환희가 세상을 채울 때, 전주의 한 작은 책방에서는 선택받지 못한 자들이 모여 만든 유쾌한 자리가 있었다. 지난 12월 27일, 책방토닥토닥에서 열린 헬북 작가의 <늙은작가상 낙선작품집> 북토크 이야기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늙은작가상 낙선작품집>. 출판사 문학동네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정면으로 패러디했다. 책의 주인공인 헬북 작가는 이른바 ‘프로 낙선러’다. 보통이라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원고들이지만, 그는 낙선당한 소설들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내놓았다. 스무 살부터 서른 살까지 쓴 작품들로, 해마다 응모했지만 최종 심사평에 이름을 올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이후 10년 동안 습작을 끊었던 작가는 마흔이 되어 이 낙선작들을 다시 꺼내 들고, 실패와 좌절의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다시 읽어든 소설들은 ‘낙선작’으로만 규정되기에는 여전히 의미있는 이야기였다. 


독립출판으로 제작된 이 책은 작가와 오래전부터 연이 있었던 책방 토닥토닥에만 납품되었다. 책방 측은 “이 소설들이 신춘문예에는 떨어졌어도 책방은 살렸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팔려나가며 책방 매출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제도권 문학이 외면한 낙선작 모음집이 역설적으로 지역 책방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북토크에서는 책의 기획 의도와 함께 ‘낙선’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나왔다. 낙선작들을 모아 만든 책이지만 분명 의미는 크다. 기성 출판계의 문법을 따르지 않아도, 신춘문예 등단 절차를 밟지 않아도, 글을 읽어줄 독자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책방은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되어준다. 


모두가 1등과 당선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요즘 사회에, 헬북 작가와 책방토닥토닥이 보여준 지난 연말의 풍경은 우리에게 다른 질문을 던진다. 꼭 주류, 제도권에 선택받아야만 의미 있는 것일까? 이들의 명랑한 연대야말로 우리가 새해에 품어야 할 진짜 희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