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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천이 던지는 시대를 향한 질문
전북미술사 연구시리즈 ‘전수천: 언젠가 거인은 온다’
전북도립미술관의 전북미술사 연구시리즈 여섯 번째 인물은 설치미술가 전수천이다. 6월 21일까지 열리는 전시 〈전수천: 언젠가 거인은 온다〉는 그의 예술세계를 자연, 문명, 사회, 인간이라는 네 개의 주제로 구성해 깊이 있게 조명한다.
정읍 출신의 작가 전수천(1947~2018)은 회화, 조각,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시도로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힌 인물로 평가된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그는 자신의 문화적 맥락을 기반으로 시대를 향한 비판적 시선과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당시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인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을 비롯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움직이는 드로잉》, 자본주의 사회를 직시한 ‘바코드’ 연작, 피폐해진 인간의 내면과 상황을 탐구했던 회화 등 주요 작품들을 모두 모아 선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작품은 《움직이는 드로잉》이다. 2005년, 흰 천으로 감싼 암트랙 열차가 뉴욕에서 출발해 광활한 대지를 거쳐 로스앤젤레스까지 7박 8일을 이동하며 5,500킬로미터를 횡단한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열차에는 대학교수, 화가, 미술관장, 평론가, 영화감독, 소설가, 건축가 등 60여 명이 함께 탑승했다. 이들과 달리는 여정에서 자연은 캔버스가 되고, 열차는 붓이 되었다. 이동하는 ‘움직임’이 예술의 개념으로 확장된, 실험적 도전 그 자체였다.
전시의 제목인 ‘언젠가 거인은 온다’는 1987년 발표한 그의 작품에서 따온 제목이다. 여기서 호명하는 ‘거인’은 외부의 구원자가 아니다. 자본과 문명의 시스템에 매몰되지 않고 실존적 자각을 마친 미래의 우리 자신을 의미한다. 문명과 자본이 내린 정답에 안주하지 않고 작고 내밀한 물음을 던질 때 거인은 깨어난다. 완결된 메시지보다는 질문에 가까웠던 그의 예술적 태도를 담아 이러한 제목을 붙였다.
시는 ‘전수천은 무엇을 했는가’를 넘어 ‘무엇을 흔들었는가’에 주목한다. 완결된 작품의 나열이 아니라 그가 남긴 질문들이 오늘날 어떤 힘을 갖는지 확인하고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이다. 전수천은 치열한 문제의식 속에서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그것이 곧 자신의 기본 정신이고 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전북도립미술관이 2021년부터 이어온 ‘전북미술사 연구시리즈’는 지역미술을 발굴하고 그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전북 미술의 기반을 다진 작가들을 조명해오고 있다.
2026. 3. 13 – 2026. 6. 21
전북도립미술관 1-4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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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미감으로 재해석한 글씨의 멋
제20회 산민 이용 서예전
산민 이용의 서예 인생을 담은 책 ‘산민묵적(山民墨跡)’과 ‘금문노자(金文老子)’의 출간을 기념하며, 그의 스무 번째 작품전이 열렸다. 4월 24일부터 29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지난 4년간 제작한 산민의 최신작 160점을 모은 대규모 개인전이다.
‘금문’은 중국 고대 청동기에 새겨진 문자다. 기록을 넘어 문자의 조형예술성이 높아 서예사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금문 서예의 새로운 길을 열어온 산민 선생은 노자 도덕경을 금문으로 풀어내 ‘금문노자’를 펴냈다. 고대 글자의 아름다움에 심미적 요소를 더한 그만의 금문체를 엿볼 수 있다. ‘산민묵적’은 1988년부터 최근까지 서예의 상형성과 조형성에 대한 연구 작업을 망라한 저서다.
산민 선생은 초기 전통서예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체를 정립했다. 중기에는 글씨와 그림이 같은 원천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의 ‘서화동원(書畵同源)’을 기조로 현대서예 운동에 앞장서 왔다. 후기 이후에는 전통과 현대서예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최신작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서예의 현대적 미감 연구과정을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35m 폭에 7만 자가 담긴 ‘금문법화경’, 길이가 200m에 달하는 ‘예서법화경’과 함께 사미인곡, 성학십도, 속미인곡 등 여러 대작들이 특히 주목된다. 작품 속에는 시문의 향기가 더해져 있고, 현대적 세련미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전시는 평생을 다져온 작가의 예술세계와 끊임없는 창작 열의를 응축시켜 보여준다.
산민 이용 선생은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기틀을 마련하고 총감독을 맡은 바 있다. 서예정신이 오롯이 배인 20여 권의 저서를 출간, 20회의 개인전을 열며 유려하고 심오한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개인 창작뿐 아니라 서예의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쳐 연구와 창작에 전념해 오며 한국서예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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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도시’ 전주 이끈 경험, 출판문화 활성화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신임 원장에 김승수 전 전주시장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5대 원장에 김승수 전 전주시장이 취임했다. 지난 4월 10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업무를 시작한 김 원장은 2029년까지 3년 동안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이끌게 됐다.
전주시장 재임 시절 전주를 ‘책의 도시’로 선포하고 지역에 다양한 특화 도서관을 구축하는 일에 앞장섰던 김 원장은 전주 시민이 지역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 전주책사랑포인트 ‘책쿵20’ 제도를 도입하는 등 독서문화 확산과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한국출판인회의가 주최하는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받기도 했으며 (사)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아 지역 출판문화 활성화에도 힘썼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문화 관련 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2년에 설립된 출판 전담 지원기관이다. 출판 제작과 유통, 수출과 독서 등 출판 생태계 전반의 다양한 지원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 김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출판의 위기는 곧 우리 사회의 위기”라고 진단하며 작가와 출판사, 서점, 도서관, 독자를 아우르는 상생 구조 구축 및 범출판 생태계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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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곳곳에서 이어지는 청년 작가들의 예술실험
전주문화재단, 신진예술가 8인 선정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이 올해 예술계가 주목할 신진예술가 8인을 선정했다. 문학부터 서양음악, 전통무용, 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처음발표’ 유형에는 시각예술가 김태연 씨가, 예술가로서 도약과 성장을 지원하는 ‘디딤발표’ 유형에는 안유현, 김종민, 정강, 문경환, 노태호, 박종훈, 반준혁 등 7명이 선정됐다.
예술가들은 각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고 구현한 미발표 창작품들을 11월 말까지, 전주시 일원에서 선보이게 된다. 김태연 작가는 유영하는 해파리를 금속으로 구현한 작품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과 정보 과잉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유연하게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담은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문학 분야의 안유현은 ‘독립희곡-비인간 시리즈’를 통해 좀비, 뱀파이어, 안드로이드 등 서브컬처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독창적인 세계관을 선보이며, 오는 7월 열리는 전주책쾌에도 참여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병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종민 작가의 ‘자연병풍 시리즈’, 정강의 ‘빛 채집: 움직이는 기념비’,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관객 참여형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문경환의 ‘오감의 위로’를 비롯해, 공연 분야에서는 노태호 씨가 한국무용의 아름다운 춤사위와 소리꾼 이야기가 더해진 창작 무용극 ‘꼭두-전주이씨전’을, 박종훈은 자작곡으로 꾸민 재즈 공연 ‘S’ING 삶을 노래하다’, 반준혁은 그동안 오케스트라의 보조 악기로 인식됐던 악기 피콜로를 메인으로 한 독주회 ‘Piccolo Unboxed: 피콜로의 깨어남’을 발표한다.
‘전주신진예술가’ 사업은 재단이 2014년부터 추진해 온 대표적인 청년예술가 지원사업으로, 매년 지역 예술계의 새 얼굴을 발굴하며 청년 작가들의 등용문이자 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