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   2026.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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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아닌 좋은 질문을 찾는 자리 

2026 익산읽페어


‘좋은 질문은 좋은 삶을 만든다’. 익산에서 열리는 독립출판 북페어 ‘익산읽페어’가 품은 문장이다. 9월 12일과 13일 이틀간 익산청년시청에서 열리는 ‘익산읽페어’는 익산에서 처음 선보이는 책 축제다. 좋은 질문 하나가 삶의 방향을 바꾸듯, 책을 사고파는 자리를 넘어 책을 통해 창작자와 독자가 서로의 질문을 공유하는 자리다. 45팀의 북마켓과 20여 팀의 로컬 브랜드 마켓이 참여해 독자와 만나며 북토크와 기획 전시,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가 함께한다. 


특히 ‘로컬’과의 연결이 주목된다. 야외마당에서는 ‘전국의 로컬 아카이브’ 전시를 통해 지역의 사람과 공간, 문화, 자원을 기록한 다양한 형태의 책과 기록물들을 전시한다. 익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자와 출판사, 익산 출신 작가들의 프로그램도 따로 마련했다. 북토크에서는 한국 문학계의 주목받는 작가들과 로컬 크리에이터, 동네책방들이 한데 모여 대화를 나눈다. 작가 김하나와 황선우가 전하는 취향과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소설가 정보라와 김화진이 나누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 정지우, 김민섭 작가가 전하는 글쓰기와 관계에 대한 대화, 신유진, 최영건 작가가 풀어내는 고향과 언어에 대한 토크 등 7개 주제의 북토크가 함께한다. 


‘익산읽페어’는 책을 매개로 한 지역의 축제로서 가능성을 제시한 ‘전주책쾌’, ‘군산북페어’에 이어 책 문화의 새로운 장면을 더하는 시도다. 이번 행사는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로컬 콘텐츠 기업 ‘비마이크’가 기획했다. 익산을 문학의 도시임을 알리며 지역의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으는 일, 동네에서도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행사가 열리는 익산청년시청은 10년 넘게 방치되어 있던 호텔 건물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새롭게 조성한 공간이다. 근대 역사의 흔적을 품고 살아난 공간이 책 문화와 만나 의미를 더한다.


2026. 9. 12 - 9. 13

익산청년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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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예술가들이 기억하고 기록한 역사

전시 ‘그녀들의 영토 - 여성이라는 강’


“기억되지 않는 비극은 반복된다. 우리는 숨지 않고, 피하지 않으며 이 아픔을 기록하고 연대한다.” 여성 예술가들이 참혹했던 군산의 역사를 예술 언어로 풀어낸다. 전시 ‘그녀들의 영토–여성이라는 강’을 통해서다. 2000년 대명동 화재 참사에 이어 2002년 발생한 개복동 화재는 억압과 감금 속에서 여성들이 희생된, 우리 사회의 아픈 역사로 남아있다. 이 사건들은 단순히 한 지역의 비극에서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성매매방지법’ 제정을 끌어내는 도화선이 되었다. 전시는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온 성매매 착취의 구조 속에서 희생된 여성들의 삶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오늘날의 책무를 실천한다. 


전시에는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고나영, 고보연, 남민이, 박지수, 박정아, 박현민, 송상민, 이미영, 정하영, 주은영, 채선경, 홍성미 등이다. ‘그녀들의 영토’ 전시는 직장, 육아, 살림 등으로 작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여성작가들이 모여 선보이는 전시로 출발해 올해로 4회째 이어오고 있다. 작은 전시지만 제목처럼 그녀들의 영토가 되어줄 다양한 작품세계를 전한다. 전시는 9월 3일부터 27일까지 자주적관람과 마리서사에서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군산개복동기억공간추진위원회 후원을 위한 기금마련 굿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2026. 9. 3 - 9. 27

군산 자주적관람 · 마리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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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길로 빚은 시간, 열아홉 장인의 세계

전주시 무형유산 기능보유자 전시 ‘백년일로’


전주시 무형유산 기능보유자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9월 18일부터 10월 25일까지 전시 ‘백년일로(百年一路)’가 1부와 2부로 나뉘어 하얀양옥집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19명의 장인이 함께한다. 김선애 지승장, 김선자 매듭장, 김종연 민속목조각장, 김한일 야장, 김혜미자 색지장, 박갑순 지호장, 박계호 선자장, 방화선 선자장, 변경환 전주배첩장, 신애자 침선장, 신우순 단청장, 엄재수 선자장, 이명복 사기장, 이의식 옻칠장, 이종덕 방짜유기장, 조정형 향토술담기, 최대규 전주나전장, 최병용 악기장, 최성일 지장 등이다. 


섬세한 멋이 전해지는 민속목조각장 김종연의 ‘십장생 필통’, 지승장 김선애의 ‘투각 달항아리’를 비롯해 아름다운 색감이 빛나는 매듭장 김선자의 ‘비취 발향 노리개’, 침선장 신애자의 ‘이응해 철릭’, 전주배첩장 변경환의 ‘자연 염색 필첩’, 전통기법 그대로의 멋스러움이 깃든 선자장 방화선의 ‘연월선’, 악기장 최병용의 ‘거문고’ 등 다양한 종목의 작품을 만난다. 


매해 전주시 무형유산 기능보유자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해 오고 있는 ‘백년일로’는 전라감영과 어진박물관에서에 이어 올해 하얀양옥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전주를 대표하는 다양한 공간에서 우리 전통 무형유산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1부 9.18–10.6 ㅣ 2부 10.9–10.25

하얀양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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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 살아나는 인형극의 세계

제5회 장수꼭두인형극제


제5회 장수꼭두인형극제가 9월 3일부터 5일까지 장수군 계북면의 계북인형극장 꼭두와 행복나눔터 일대에서 열린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인형극의 매력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이번 축제에서는 계북초등학교 6학년으로 구성된 계북고사리인형극단의  <넌 토끼가 아니야>를 비롯해 마리오네트 인형극 <목각인형 한마당>, 전통 인형극 ‘꼭두각시놀음’을 재창작한   <홍동지와 이시미>, 손인형극 <곱단이>, 작은 상자 속에서 일대일로 관람하는 <우주극장> 등을 만날 수 있다. 주민이 함께 만든 인형극단 참새미의 환경극 <약속해줘>도 무대에 오른다.


공연과 함께 마리오네트 체험, 인형 전시, 손인형극 워크숍 등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인형극이라는 장르를 공연 관람에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인형과 한층 가까워지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수꼭두인형극제는 1997년 창단한 인형극 전문 극단 누렁소가 계북인형극장 꼭두를 중심으로 인근 주민들과 함께 마련하고 있다. 관람료는 7천원이며 사전 예매 시 5천원이다.


2026. 9. 3 - 9. 5

장수 계북인형극장 꼭두

예매/문의 010-2330-7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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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일에도 죄가 있을까

극단 하늘 ‘바람이 우는 자리’


극단 하늘이 창단 29주년을 기념해 연극 <바람이 우는 자리>(연출 조승철, 작 백성호)를 선보였다. 8월 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막을 올린 창작초연으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개인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2024 전북연극제에 올랐던 동 극단의 <덕이>를 떠올리게 한다.


무대의 배경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조선이다. 주인공 지학(최욱로 역)은 과거에 급제한 역관이지만 서얼이라는 이유로 가문에서 멸시받는다. 사촌동생 지상(이건일 역)에게까지 무시받으며 어머니 주연(홍자연 역)과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연민이 생긴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서 지학의 삶은 달라진다. 일본군 장수 고니시(고조영 역)의 눈에 든 그는 일본군의 통사가 되어 좋은 대접을 받는다. 평생 자신을 억눌러온 신분의 벽을 넘어 능력을 인정받은 순간이지만, 그 대가는 같은 조선인을 죽이라는 명령을 통역하는 일이었다.


극은 지학을 의로운 인물로 포장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그린다. 왜군에 협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관객은 그에게 보냈던 응원을 멈추게 된다. 그렇다고 단순한 배신자로 몰아세우기도 어렵다. ‘나라를 배신했다’는 비난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면죄부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지학뿐 아니라 인물들 모두가 그렇다. 일본식 복장과 머리를 하고 살아가는 대호와 지상, 거지꼴이 된 상황에서도 끝까지 가문의 명분을 붙드는 최 대감까지 모두 전쟁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 한다. 특히 주연 역의 홍자연 배우는 조선인으로서의 긍지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일본군에 협력하는 아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복잡한 마음을 밀도 있는 연기로 표현한다.


다만 결말은 다소 아쉽다. 지학을 통사로 부리던 왜군이 비교적 쉽게 물러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새로운 날을 맞는다. 앞서 쌓아온 갈등과 고조되던 긴장감에 비하면 마무리가 급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결말이 작품의 주제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상황에서 누군가를 완전히 벌하고, 구원하는 권선징악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찝찝함은 오히려 전쟁이 남긴 상처와 닮아 있다. 혼란한 시대 속 개인의 폭력적인 현실을 다룬 작품은 많지만,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객이 끝까지 선뜻 응원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바람이 우는 자리>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바람이 우는 자리>는 전쟁을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전쟁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우리와 가까운 이야기다.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없게 만드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