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건희 소장, 이진우 총괄PD, 조은빛 간사
자극적인 방송과 다양한 영상 콘텐츠들이 매일매일 쏟아진다. 이런 시대에 옆집 사는 이웃 주민의 평범한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이 있을까. 놀랍게도(?) 군산에는 있다. 이웃 주민은 물론이고, 귀농한 청년, 단골집 사장님, 청소년부터 동네 정치인까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출연자로 나서는 방송, ‘달그락 마을방송’이다.
기성 언론이나 미디어에서는 다루지 않는 지역사회 가까이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 방송은 청소년자치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기획하며 달그락달그락, 사람들의 움직임을 통해 군산이 변화하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마을방송은 지난 2019년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기반으로 방송 채널을 구축해 출발하며 벌써 시즌5를 앞두고 있다.
청소년의 시각으로 지역 향토사를 전하는 ‘히스토리 온:에어’, 기자의 눈으로 지역 곳곳의 삶을 담는 ‘영미의 인생가게’, 청년활동가들의 일상을 나누는 ‘로컬플레이어’, 정치인과 함께 지역사회의 현안을 이야기하는 ‘시시각각’ 등. 동네 방송이라고 무시하기엔 흥미롭고 알찬 코너들로 꽉 차있다. ‘달그락 마을방송’의 진행자이자 청소년자치연구소의 소장인 정건희 씨와 지역 소식을 전하는 매거진군산을 발행하며 방송의 총괄PD 역할을 맡고 있는 이진우 씨, 이들의 든든한 조력자인 청소년자치연구소의 조은빛 간사를 통해 ‘달그락’ 거리는 마을방송의 생생한 이야기를 만났다.
온에어 중인 방송 모습ㅣ사진 달그락마을방송
Q. 매회 방송은 어떻게 제작되는지 궁금합니다
정건희ㅣ 청소년자치연구소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진로나 연구, 교육, 미디어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중 달그락 미디어위원회가 마을방송을 제작하고 있죠. 매달 모여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각자 맡은 코너가 있으면 담당한 분이 출연자를 정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식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방송국처럼 전문 PD나 작가가 붙어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순수하게 지역 사람들이 움직여야 만들어질 수 있어요.
Q. 마을방송의 시작을 돌아본다면?
이진우ㅣ 청소년 기관이다 보니 청소년 방송에 집중할 수도 있었지만, 청소년 관련 활동은 이미 충분하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범위를 넓혀서 지역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디어를 만들어보자 생각했죠.
Q.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정건희ㅣ 실시간 시청자 수는 10명에서 20명 정도밖에 안돼요. 그래도 다시보기로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많이 보진 않지만 볼 사람은 다 보는 희한한 방송’이라고 소개해요. 무언가를 바라고 만드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지역의 작은 이야기들을 알리는데 집중하고, 방송을 진행하면서 저희 스스로도 배우는 게 많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조회 수가 적다 보니 일반인 출연자분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출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웃음)
2022 달그락 마을방송 화면
Q. 마을방송이 계기가 되어 영상제를 열기도 했다고요
이진우ㅣ 이제는 모든 사람이 다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왔잖아요. 우리가 가진 전문 기술이나 노하우를 시민들에게 나누자는 생각에 재작년부터 미디어 아카데미를 만들었어요. 시민들이 군산의 이야기를 주제로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영상들을 모아서 연말에는 ‘우리 마을 영상제’도 열고 있죠. 10대부터 70이 넘은 어르신까지 아카데미에 참여하면서 저희는 생각지도 못한 재밌는 영상들이 많이 탄생해요.
Q. 곧 시작될 시즌5도 기대됩니다
조은빛ㅣ 이번 시즌에서는 영화 코너를 새롭게 선보이려 해요. 군산의 풍경이 담겼던 영화나 군산의 역사, 사람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소개하고 또 좋은 영화를 추천하기도 하고요.
정건희ㅣ 큰 변화는 아마 없을 거예요. 매년 해오던 것들을 이어가고, 전달력이 약한 코너는 바꿔가며 조금씩 발전해가는 거죠. 무엇보다 마을방송을 통해 좋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만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방송을 통해 전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요?
정건희ㅣ 한국 사회가 전체적으로 중앙에 집중되다 보니 TV나 신문에서 지역의 이야기는 거의 보기 어렵잖아요. 지역 이야기는 작지만 우리의 이야기고, 모두의 이야기거든요. 이런 이야기들을 꾸준히 알리고 같이 나누고 싶어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군산은 생각보다 재밌고 역동적인 동네라는 걸 느끼거든요. 저희뿐 아니라 시민들이 같이 움직이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작은 방송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