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문화로 지역 읽기 | 고창   2024.5월호

농악에 불어오는 높은 바람,오래된, 그리고 새로운 바람

: 아트컴퍼니 ‘고풍’


거리극축제 <노상놀이야>ㅣ사진 고풍



고창농악은 고창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며 벌여온 신명나는 굿판이 사람과 사람을 따라 이어져온 덕분이다.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굿의 특징으로 마을의 오랜 이야기를 전해주니 이 지역의 농악은 고창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농악은 산업사회에 들어서며 농촌에 사람들이 줄어들자 그 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고창의 굿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농악을 보존하고, 전승하기 위한 노력이 더 적극적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고창농악은 오늘날, 해마다 3천여 명이 농악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14개 읍·면의 농악단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보존과 전승의 단계를 넘어 생동하며 변화하는 동시대의 예술로 나아가고 있는 고창농악. 그 발걸음의 시작에 있는 '아트컴퍼니 고풍'의 박성준 대표를 만났다. 


아트컴퍼니 고풍은 2018년 고창농악이수자들을 중심으로 고창농악을 소재로 한 공연 작품을 새롭게 만들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농악의 배경을 극장 무대로 옮겼고, 소재의 범주를 넓혀 농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연희를 들여왔다. 처음에는 '전통연희예술단 고풍'이라는 이름이었으나 전통연희라는 장르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컨템포러리 농악 <재재그잼>ㅣ사진 고풍



박성준 대표가 농악과 사랑에 빠진 것은 18년 전 일이다. 대학 시절 취미로 시작했던 풍물패에서 농악을 만나고, 점점 그 깊이에 욕심이 생기더니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아예 고창에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고창농악이수자 중에는 박 대표 처럼 대학 동아리 활동이 계기가 된 청년들이 많다. 그래서 아트컴퍼니 고풍은 비교적 젊은 나이의 이수자들이 많다. 고창농악보존회 산하의 단체이지만 공연은 독립적으로 기획되며, 다양한 연령대의 대규모 인원으로 전통적인 농악을 하는 보존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작년 11월 공연한 <컨템포러리 농악-재재그잼>은 이러한 고풍만의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한 농악꾼이 과거에 했던 음악들을 회상하며 전개되는 이야기로 영화적·연극적 요소가 더해졌다. 일반적인 농악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대적인 음악과 조명 효과도 더했다. '파격은 자연스러움에서, 깊이는 멋스러움에서'를 내세워 만든 이 작품은 동시대 예술로서 농악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다. 마냥 난해한 공연도 아니었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신명나고 흥겨운 농악의 본질은 그대로였다.


“농악을 무대 위에서 하는 부분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원래 야외에서 행해지던 예술이잖아요. 연행을 하며 따라가는 길, 그 옆으로 펼쳐지는 논과 밭, 구경하는 사람들, 끝나고 먹는 음식... 이런 것까지도 다 포함하는 거거든요. 무대 위에서는 이게 다 없어지고 실제 농악 연행만 보여지니, 관객들에게 조금 더 다채롭게 전할 수는 없을지 고민했습니다.”



농악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농촌의 공동체 문화는 관객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지우고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본공연이 끝난 후에는 관객들과 함께 대동놀이를 하며 '뒷굿'으로 마무리한다. 


아트컴퍼니 고풍은 고창농악과 지역의 예술인들을 연결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판소리,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와 함께 협업하여 공연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올해 실연을 목표로 만들고 있는 아동극에는 소리꾼들과 신디사이저와 같은 서양악기 연주자가 함께한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토끼와 거북이 농악 버전'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고풍이 판소리나 연극 무대에 참여해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서로 돕고, 함께 나아가는 고창 예술인들의 두레인 셈이다.  


“너무 당연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고창농악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창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공연을 만들어서 고창 지역 자체도 널리 알리고 싶고요. 그러면서 함께 웃고, 울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가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