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지구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가게   2024.6월호

가장 보통의 제로웨이스트

: 전주 ‘제비마트’




서학동예술마을 골목을 밝히는 다양한 갤러리와 공방, 식당들 사이, 제비마트는 유일한 제로웨이스트 가게다. 그래서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제비마트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이 더해진 의미로, 친환경 제품과 함께 각종 비건 식료품들을 판매한다. 특별한 물건보다는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생필품들을 자연스럽게 바꿔나갈 수 있도록 뒤에는 ‘마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많은 종류의 물건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체가 궁금한 물건을 발견한다면 이곳의 주인장을 찾으면 된다. 상냥한 목소리로 제로웨이스트 가이드가 되어준다.





제비마트를 지키는 주인 허지현 씨는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했다. 서울의 한 조경설계사무소 3년차가 되어갈 무렵, 강도 높은 업무에 지쳐 직장생활을 접었다. 그리고 시작한 일이 남부시장 청년몰의 문방구 사장님이었다. 다소 독특한(?) 행보를 지나왔지만 그 과정 속에서 환경과 맞닿는 작은 경험들이 쌓였다. 당시 오고가는 길고양이를 돌보던 그는 동물복지 시민단체 ‘해피나비프렌즈’에서 활동하며 동물권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은 비건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레 환경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후 전주시 탄소중립 시민강사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환경에 대해 공부한 그는 더 많은 사람과 환경문제를 나누고 싶은 생각에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열었다. 


2022년 자리를 잡은 후 이제는 이곳을 아끼는 단골손님도 제법 많아졌지만, 여전히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오랜 시간 이 공간을 지켜내는 일 역시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중요한 실천 중 하나가 되었다. 그는 “완벽하게 지키는 한 사람 보다는 어설프게 지키는 10명이 더 필요하다”고 전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라며 오늘도 제비마트의 문을 활짝 열어둔다.



#제로+비건

전주시 완산구 서학3길 84 ㅣ @ze.vee




고다인ㆍ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