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따란 논과 밭 사이, 시꺼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된다. 농촌에서 흔하게 이루어지는 쓰레기 소각 장면이다. 농촌 지역의 심각한 쓰레기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 한 제로웨이스트샵이 남원시 읍면 단위 분리배출장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2019년 산내면 귀촌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비니루 없는 점빵'(이사장 이재향)이다. 환경단체로 시작한 이들은 2021년 협동조합을 만들고, 2022년 9월 시내에 제로 웨이스트샵을 열며 지역의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광한루원 북문 근처에 자리 잡은 매장에 들어서면 여섯 개의 지구가 그려진 쿠폰이 벽면을 빼곡히 둘러싼 모습이 눈에 띈다. 지구에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여섯 번째 멸종이 찾아오기 전에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로 만든 쿠폰이다.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소량 구매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부터, 조합원들이 직접 기른 천연 수세미 등. 나에게도 좋고 환경에도 좋은 제품들을 하나둘 사다 보면 금방 쿠폰을 모으게 된다.
환경단체로 시작한 만큼 소모임과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4월에는 '텀블러가 입장료가 되는 영화제'를 시작했다.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모여 텀블러로 음료를 마시며 환경 관련 영화를 관람한다. 쓰레기 어찌까이, 일명 '쓰까이'라는 자체적인 모임을 통해서는 '냉장고 파먹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옷장 파먹기' 등 소소하지만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나눈다. 남원시청 앞에서 비닐로 만다라를 만드는 퍼포먼스도 준비 중이다. 현재 남원시의 정책으로는 비닐을 재활용할 수 없다. 이러한 퍼포먼스를 통해 시에 비닐 재활용 방안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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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인ㆍ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