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넘어 번영으로’ 영화제 포럼   2024.6월호

축제 뒤편 ‘진짜’ 영화 이야기


영화제 안에서는 다양한 영화인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좋은 영화를 만들고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귀기울여야할 축제의 뒤편에 가려진 ‘진짜’ 영화 이야기들이다. 올해의 영화제 포럼은 ‘생존을 넘어 번영으로’를 주제로 앞세우고 한국 영화와 영상 콘텐츠 산업 전반의 현실을 내다봤다. 현재 영화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무엇일까.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속 영화인들이 주목한 주요 키워드를 정리했다.






#극장의 위기, 다양성으로 극복해야 


극장의 시대가 저물고 바야흐로 OTT의 시대다. 넷플릭스부터 티빙, 웨이브, 왓챠, 디즈니플러스 등등. 기자 역시 이 모든 플랫폼을 다 구독하고 있으니 이 말에 적극 동의한다. 글로벌 OTT 시장의 성장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팬데믹을 겪던 2020년을 기점으로 넷플릭스를 비롯한 각종 플랫폼이 국내에 등장하며 불과 5년 만에 생겨난 변화다. 


자연스레 오프라인에서 즐기는 영화는 더 이상 인기 있는 문화생활로 꼽히지 않게 되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이제 극장이 성수동 팝업스토어에도 완전히 밀리는 문화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몇 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작품도 있지 않은가. 이러한 현상은 오래 전부터 한국의 극장이 큐레이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좌석 점유율이 높은 영화로 도배되어 정작 극장에 걸려있는 영화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해도 30~40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들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아예 망하거나, 천만 관객이거나 둘 중 하나인 극단적 차이를 보이는 현실이다. 


이처럼 콘텐츠 시장이 과도하게 산업화 되다보면 어디서 본 듯한 영화만 제작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흔히 ‘CJ 감성’이라는 말이 있다. 뻔한 스토리와 장면들로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를 비꼬는 말로 자주 쓰인다. 뻔하지만 결국은 통하는 대형작품들이 한국영화를 키워온 것은 사실이지만, 관객들이 이런 용어를 만들어냈듯 그들은 철저히 상업화된 영화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박 대표는 관객들이 반길만한 예술영화, 작은 영화들이 상생하는 다양성이 살아나야한다고 목소리를 더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왼쪽)와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



극장의 시대가 저물고 바야흐로 OTT의 시대다. 넷플릭스부터 티빙, 웨이브, 왓챠, 디즈니플러스 등등. 기자 역시 이 모든 플랫폼을 다 구독하고 있으니 이 말에 적극 동의한다. 글로벌 OTT 시장의 성장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팬데믹을 겪던 2020년을 기점으로 넷플릭스를 비롯한 각종 플랫폼이 국내에 등장하며 불과 5년 만에 생겨난 변화다. 


자연스레 오프라인에서 즐기는 영화는 더 이상 인기 있는 문화생활로 꼽히지 않게 되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이제 극장이 성수동 팝업스토어에도 완전히 밀리는 문화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몇 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작품도 있지 않은가. 이러한 현상은 오래 전부터 한국의 극장이 큐레이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좌석 점유율이 높은 영화로 도배되어 정작 극장에 걸려있는 영화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해도 30~40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들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아예 망하거나, 천만 관객이거나 둘 중 하나인 극단적 차이를 보이는 현실이다. 


이처럼 콘텐츠 시장이 과도하게 산업화 되다보면 어디서 본 듯한 영화만 제작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흔히 ‘CJ 감성’이라는 말이 있다. 뻔한 스토리와 장면들로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를 비꼬는 말로 자주 쓰인다. 뻔하지만 결국은 통하는 대형작품들이 한국영화를 키워온 것은 사실이지만, 관객들이 이런 용어를 만들어냈듯 그들은 철저히 상업화된 영화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박 대표는 관객들이 반길만한 예술영화, 작은 영화들이 상생하는 다양성이 살아나야한다고 목소리를 더했다. 






#한국독립예술영화, 희망과 절망의 경계에서


<지역 영화 정책 백지화 이후 지역의 생태> 포럼



코로나19 이후 한국영화의 회복세와 함께 독립예술영화 시장 또한 2021년까지는 회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2019년도에는 121편의 작품이 개봉했지만 2023년에는 108편이 개봉했다. 관객도 함께 줄었다. 2019년의 3분의 1 수준이 되었으며, 2022년보다도 18.6%가 감소했다. 전체 영화 관객 수가 증가한 것과는 반대되는 수치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스크린 감소와 영화 진흥 정책 2가지를 원인으로 꼽았다. 독립예술영화는 스크린 편성에 있어 차별을 받고 있다. 월별, 요일별 관객 수를 확인해보았을 때 성수기인 방학 시즌과 주말에는 오히려 관객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그 때문이다. 간혹 좋은 시간대에 편성을 받는 경우는 해외독립예술영화에 한해서다.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2019년 대비 2023년에는 10곳이나 줄어든 것도 큰 영향을 주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예산 지원을 받는 영화들이 정산 문제로 인해 연말에 한꺼번에 개봉해야 하는 상황도 문제로 제시되었다.


영진위는 올해 애니메이션 및 지역영화 분야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독립영화 제작·개봉지원, 영화제 지원 예산 또한 대폭 축소했다. 이어 영화발전기금의 일부이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까지 폐지를 발표했다. 현재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존폐의 기로에 서있는 것과 같다. 원 대표는 한국 독립예술영화의 상영 기회 확대와 민간 독립예술영화관의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영화는 타 예술 장르에 비해 창작자와 소비자 간의 거리가 멀다. 창작자들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대부분 극소수의 지역 독립영화관들이 견인하고 있다. 영화계 내부에서도 이들이 형성하는 '관객문화'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영진위 또한 공급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한국 관객들의 특성에 맞춘 '수요 중심의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다.






#험난한 생존의 길, 지역영화의 생존법 




전북독립영화협회를 비롯한 전국 9개 독립영화협회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에게 현재 가장 핫한 화두는 영화제 지원 예산 삭감이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지난해 40여 개의 지역 영화제를 지원했지만 올해는 단 10곳만이 지원 대상이 되었다. 최근 정부의 지역영화문화활성화 예산이 전액 삭감된데 이어 영화제 예산마저 대폭 축소되며 지역의 작은 영화제들은 위기에 놓였다.


대부분의 지역은 뚜렷한 대책보다는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었다. 국비 대신 도비나 지자체, 문화재단의 공모사업 등에 의존해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처지다. 대전독립영화협회는 영진위의 지원은 물론 지자체 예산까지 확보하지 못하며 지난해 처음으로 영화제를 연기하는 사태를 맞았다. 앞으로의 상황도 짐작할 수 없기에 ‘험난한 생존의 길에 서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독립영화협회의 문재웅 감독은 창작자의 입장으로 현 상황을 바라봤다. 제주의 경우는 지역 출신의 오멸 감독이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제작한 작품 <지슬>이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이를 기점으로 지역 내 제작 지원 여건이 내실을 다질 수 있었다. 영화 제작에 있어 불모지와 같았던 제주에서도 이후 지원 생태계가 조성되며 많은 감독들이 창작을 펼칠 수 있었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은 지난 3년간 신진 연출가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 이후 이러한 활동은 모두 중단됐다. 대구 역시 지역에서 장편영화 하나가 제작되는 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이야기했다. 지역에서 발굴한 신인감독들은 지원금을 통해 1년을 버틸 수 있게 되지만 이를 보장받지 못하면 많은 감독들은 버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열악한 현실에 생존의 문제까지 더해진 셈이다. 



문재웅 제주독립영화협회 감독


박주환 강원독립영화협회 대표는 예산 삭감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영화인이 아닌 의사결정권자들은 독립영화를 특정인들이 향유하는 문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다. 독립영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이에 대한 지원 역시 ‘왜?’라는 질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과연 영화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목소리를 냈는가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독립영화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영화와는 다르다. 안정적인 제작 지원이 뒷받침될 때 더 좋은 영화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다. 지역마다 주어진 여건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사정에 맞춘 지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부산이나 대구 지역은 오랜 시간 활동해온 영화인들이 많은 덕분에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추고 있으며, 인천의 경우 인접한 서울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독립영화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균형 있는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