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선 선자장의 옻칠 모시 미선
여느 때보다 일찍 찾아온 여름. 6월의 시작과 함께 문화저널 앞으로 반가운 선물이 도착했다. 전주부채문화관에서 보내온 고운 단오부채 한 쌍이다. 시원스러운 소리를 내며 펼친 합죽선 위에는 수묵담채로 그려진 전주의 풍경이 멋을 더했다. 지금은 생소한 문화가 되었지만 예로부터 음력 5월 5일 단오에는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라는 의미로 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지금은 잊혀가는 단오 날 부채 선물을 받으니 무더운 여름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바람이 훅~ 불었다.
우리는 오랜 세월 이 소소한 기쁨을 나누며 손에 든 부채 하나로 여름을 났다. 과학이 발전해 선풍기와 에어컨이 등장하면서 부채의 쓰임은 예전만 못해졌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부채를 만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가는 곳마다 에어컨이 반기고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선풍기까지 등장한 요즘은 부채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2024년 지금, 안타깝게도 부채는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전통 부채의 처지는 더하다. 합죽선이나 태극선 등 오랜 역사를 지닌 부채들은 일상에서의 쓰임을 잃고 전시관의 박제품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채의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환경 변화에 아랑곳 않고 정성껏 대나무를 깎고 부챗살을 접으며 전통 부채의 맥을 잇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용적 기능을 넘어 문화적 가치를 지닌 도구로서 우리 삶에 녹아있는 부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채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부채의 모든 것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