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다정한 문장으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토닥이는 시인 김용택. ‘섬진강 시인’이라 불리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고요한 섬진강이 흐르는 곳, 그곳에 시인의 공간이 있다. 임실 덕치면 진메마을에 자리한 김용택시인문학관이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앞에 두고 낮은 돌담이 넉넉한 품으로 두르고 있는 그의 공간은 그의 시처럼 편안하다. 벽돌로 지어진 단아한 문학관 옆에는 튀지 않는 시인의 집이, 그 앞에는 그가 태어나 자란 옛집이 있다.
옛집을 그대로 보수한 한옥에는 ‘회문재(回文齋)’라 쓰인 현판이 걸려있다. 원래 이름은 ‘관란헌(觀瀾軒)‘이었지만 부르기 어려운 탓에 다른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글이 모여든다‘는 회문재의 의미처럼, 시인은 이곳에 앉아 눈앞의 강과 자연을 벗삼아 섬진강 연작을 완성했다. 마루에 가만히 앉아 새소리를 듣고, 책이 꽉 채워진 내부를 둘러보면 자연스레 문학의 향기가 스며온다. 운이 좋으면 시인과 마주치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으니, 머무르는 동안 마음의 품이 넉넉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관람헌으로 불리던 회문재의 과거 모습
김용택 시인은 이곳 진메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자신의 문학세계를 가꾸었다. 계절 따라 소소하게 모습을 바꾸는 섬진강의 아름다움은 자연스레 그의 시 속으로 들어왔다. 『맑은 날』, 『꽃산 가는 길』, 『그 여자네 집』, 『나무』 등 수많은 시집을 비롯해 8개의 주제로 이어지는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심심한 날의 오후 다섯 시』 등의 산문집, 『콩, 너는 죽었다』 등 여러 권의 동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가 아이들을 위한 동시를 쓰게 된 이유는 오랜 시간 교사로 일한 덕이다. 문학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가 교사로 있었던 덕지초등학교가 있다. 38년 동안 교직에 있던 그는 모교이기도 한 그곳에서 31년을 근무했다. 교사로서의 삶도 시인 못지않게 그의 시 세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시인은 여전히 섬진강을 바라다보며 일기를 쓰고 시를 짓는다. 지금도 마을 한 모퉁이에 자라난 풀과 날갯짓하는 나비를 관찰하며 따스한 시 한 편을 떠올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진메마을을 한 바퀴 돌아 시인의 공간에 머물러 한숨 돌리고, 섬진강 문학마을길 따라 걸어보는 것은 어떤가. 시인의 발자국 따라 일상의 소중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택시인문학관
임실군 덕치면 장암2길 16 l 063-640-2344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