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숨 가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토요일 딱 하루만큼은 여행을 떠나는 주인공.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의 내용이다. 주인공 하경은 비가 쏟아지는 날씨 탓에 멀리 가기를 포기한다. 대신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을 여행하기로 한다. 시내버스에 올라타는 그의 모습과 함께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여행은 가능하다.”
어딘가 떠나야만 여행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에 느낌표가 뜨는 순간이 있다. 매일 발붙이고 살아가는 도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잘 안다고 답할 수 있을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 있고 듣지 못한 이야기가 있으며 만나지 못한 수없이 많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드라마 속 박하경과 같은 여행자(?)들을 찾아 나선다. 낯선 곳 대신 익숙한 동네를 여행하는 사람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탐험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이들이다. 글, 그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도시를 바라보는 예술가부터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 도시를 새롭게 브랜딩 하는 기획자, 지역에서 콘텐츠를 찾아나서는 로컬 크리에이터까지.
문화저널이 만난 다섯 명의 여행자 역시 서로 다른 시각으로 도시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이들의 시선을 따라 그동안 보지 못했던 도시의 숨은 장면을 발견해보자.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읽고 있을까. 이들이 도시를 읽는 방법을 들여다보니 한 시인의 시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