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학교 ©박인서
높아지는 폐교 그래프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문을 닫는 초중고교는 전국 33곳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전북은 꽤 높은 순위를 자랑(?)한다. 전북은 올해 10개 학교가 문을 닫은데 이어 내년까지 8곳이 추가로 폐교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지난 몇 년과 비교하면 급격히 증가한 수다. 전북은 지난해 조례 개정을 통해 폐교 절차를 간소화했다. 그러자 학생이 한 명도 없는 상황임에도 휴교 상태로 방치되었던 곳들이 폐교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그 수는 더욱 늘어났다.
전북교육청은 이미 2022년부로 관리 위주였던 소극적인 폐교 정책을 버리고 활용 중심의 적극적인 정책을 펴겠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새로운 매뉴얼을 세우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활용 방안을 찾기도 전에 그 수만 계속해서 늘고 있는 실정이다.
버려진 학교의 다양한 얼굴
올해 4월 기준 전북이 보유한 폐교는 47개. 349곳의 폐교 중 매각되거나 기관 설립 등에 재활용된 경우를 제외한 수다. 활용 현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어떨까.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상 폐교는 교육용 시설이나 사회복지, 문화, 공공체육, 귀농귀촌 지원 시설로만 매각 또는 임대할 수 있다. 전북의 경우 학생 및 청소년을 위한 교육공간으로서 폐교의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22곳은 학생인권교육센터나 교육박물관, 청소년복합문화공간 등 교육기관이 대부분 들어서고 있다. 주민활동 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2003년 폐교된 완주 삼기초등학교는 지난해, 완주미래행복센터로 20년 만에 모습을 바꾸고 주민과 아동,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되고 있다.
완주미래행복센터
활용 그 이후
한때 예술가의 아지트로서 폐교가 인기를 얻던 시기도 있었다. 1995년 임실에 문을 연 ‘오궁리미술촌’은 폐교 활용이 활성화되기 이전,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으로 활용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8명의 지역 작가들이 입주해 다양한 창작 활동을 벌이며 스튜디오 겸 전시관, 체험교육의 장이 되었다. 폐교와 문화예술을 접목한 모범 사례로 꼽히던 오궁리미술촌, 그러나 이곳은 현재 마을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임실교육청이 낡은 건물의 안전을 염려하며 임대 계약을 해지한 상황으로, 작가들 역시 시설물 보수 권리를 갖고 있지 않아 사실상 방치된 운명을 맞았다. 열악한 환경에 작가들도 하나둘 이곳을 떠나며 오궁리미술촌은 지금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부안에도 비슷한 운명을 맞이한 공간이 있다. 1999년, 폐교된 옛 마포초등학교에 문을 연 ‘부안생태문화활력소‘다. 이곳은 사진가 허철희 씨가 지역의 생태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활동가들과 뜻을 모아 조성한 공간이다. 부안의 자연과 생태, 역사, 문화에 대한 기록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모으고 전시했다. 지역 안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이 공간을 찾을 수 없다. 경제적 여건과 더불어 접근성이 낮은 탓에 운영 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부안생태문화활력소‘라는 이름만 유지한 채 공간은 문을 닫은 상태다.
임실 오궁리미술촌_전북블로그 제공
폐교와 문화의 연결
문화공간으로서 폐교는 활용도만큼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비하면 지역에는 여전히 문화 기반시설이 부족한 지금, 폐교는 지역의 문화공간으로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한번 방치된 건물이 또다시 생명력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인 쓰임을 고민해야 할 때다. 현재 전북에는 어떤 공간들이 폐교 활용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을까.
부안 대수초등학교는 주민들이 힘을 모아 교육 공간으로 가꾸며 한지체험관으로 탈바꿈했다. 남원의 수지남초등학교는 문화 공간인 수지미술관으로, 익산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는 교도소 세트장으로 활용되며 이색적인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도 있다. 무주 예술창작스튜디오는 폐교된 공정초등학교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자 전시관이 되어 새롭게 쓰이고 있다. 익숙한 미술관이나 체험관, 독특한 복합문화공간 등 새로운 쓰임을 얻으며 되살아난 전북의 폐교 활용 문화공간, 그 속에서 버려진 학교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본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