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함께 만든 교육공간   2024.10월호

운동장에 피어난 닥나무 이야기

: 부안 대수초등학교 ─ 닥나무한지체험관 콩닥콩닥


닥나무한지체험관에 온 아이들. 그 뒤로 닥나무밭이 보인다.



콩콩, 콩콩!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함께 들려온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 나무가 자라는 넓은 운동장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콩콩'의 정체는 바로 닥나무를 두드리는 소리. 운동장에서 마주친 푸르고 키가 작은 나무는 닥나무다. 이곳은 부안군 백산면 대수리의 '부안 닥나무 한지체험관 콩닥콩닥'(이하 콩닥콩닥). 닥나무 심기부터 한지 뜨기, 한지 공예까지 한지에 대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콩닥콩닥은 2006년 폐교된 대수초등학교를 통해 탄생했다.


닥나무는 콩콩, 마음은 콩닥콩닥 

폐교가 한지체험관이 된 까닭에는 운동장에 뿌리내리고 있던 200여 그루의 닥나무가 있다. 백산초등학교에 통폐합되며 남겨진 대수초등학교 부지는 2010년대 잠시 한지체험장으로 운영되었지만 활성화되지 못해 닥나무들만이 쓸쓸하게 남아있었다. 그러다 폐교의 새로운 쓰임을 찾던 부안교육지원청이 닥나무에서 힌트를 얻어 한지체험관을 구상했고, 이에 2023년 6월 콩닥콩닥이 개관했다. 전주 전통한지를 계승하고 있는 성일한지가 체험 시설을 구성했으며,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 또한 한지산업지원센터 등 한지 전문 기관들과의 협력을 거쳤다. 


국내 각지에 한지 뜨기 체험장은 많지만 콩닥콩닥처럼 닥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콩닥콩닥의 직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잡초를 뽑으며 애지중지 관리한 닥나무들이다. 닥나무 옆으로는 닥풀의 역할을 하는 황촉규가 자란다. 현대 시대에는 화학 재료를 대신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콩닥콩닥은 직접 기른 황촉규를 사용한다. 모든 체험은 무료이며,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도 신청할 수 있다. 



한지만들기 체험(왼쪽)과 마을교사 프로그램



파견교사로서 이곳을 총괄하고 있는 김예지 팀장은 콩닥콩닥이 한지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통문화를 알리는 한편, 이를 미래교육과 결합한다는 큰 목표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체험관의 한가운데 컴퓨터실처럼 보이는 교육 공간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메타버스 속 닥나무길을 달리며 한지체험관에 대한 OX 퀴즈를 맞히고, 한지 만들기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코딩 게임을 즐길 수 있다. VR체험존에서는 고글을 쓰고 부안 청자, 개양 할미 설화 등 부안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가상 공간으로 떠난다. 



마을에 스며든 콩닥콩닥의 활력  

콩닥콩닥 복도 끝에는 대수초등학교 교실을 재현한 공간인 '대수역사관'이 있다. 실제 대수국민학교의 교기, 졸업앨범, 상장, 교과서 등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학생들이 매해 키를 재고 표시해 둔 흔적은 웃음을 자아낸다. 아이들을 데리고 한지체험관을 찾은 어른들은 뜻밖에 마주한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한다. 쓰임새는 변하였지만, 공간의 역사와 원형은 잊지 않고 남겨두었다는 점이 뜻깊다. 


대수역사관의 조성에는 마을 주민들의 도움이 있었다. 대수초등학교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졸업한 자녀들이 가지고 있던 상장, 일기장 등을 기증해 전시관을 채웠다. 폐교가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인구 소멸 위기인 농촌 마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대수리 역시 그런 시골 마을 중 하나다. 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해가 진 거리엔 사람이 없다. 그랬던 대수리가 콩닥콩닥이 생기면서부터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마을 주민들은 미화와 시설 관리 등으로 채용되어 체험관을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대수역사관




김예지 팀장은 콩닥콩닥에 오는 사람들이 마을 공동체의 정을 느끼고 가면 좋겠다고 전한다. 이는 그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처음 발령받고 마을회관에 인사를 갔던 날, 다들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제가 몸이 잠시 안 좋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걸 보시고 미화를 담당해 주시는 마을 여사님이 하루 종일 사골을 끓이신 거예요. 점심에 저희 직원들이랑 다 같이 먹을 수 있게 밥이며 반찬이며... 너무 감동이었어요. 시골의 정이라는 걸 오랜만에 느꼈던 것 같아요." 


콩닥콩닥이 전하는 지역 공동체의 가치는 '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세대에 이어지고 있다. 한지 체험과 코딩·메타버스 체험을 이은 콩닥콩닥만의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부안 관내 주민 약 20여 명으로 구성된 마을교사들이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아이들과 만난다. 한지 공예, 음식 만들기, 드론 조종, 생태 환경 교육 등 종류도 다양하다. 마을 프로그램을 끝낸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 생태놀이 체험장에서 친구들과 뛰어논다. 도시가 잊고 있던 '함께'하는 교육이 이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