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안성면의 한 초등학교에는 예술가들이 살고 있다. 2001년 폐교된 공정초등학교를 활용해 만든 무주 예술창작스튜디오다. 1반에는 회화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2반에서는 도예 작가가 도자기를 빚는다. 학생들이 수업을 듣던 교실은 이제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되었다. 무주 예술창작스튜디오는 작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주민들에게는 문화를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2011년 문을 열었다.
현재는 7명의 작가가 입주해 교실 하나씩 자신의 공간을 채우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미닫이문을 열고 안을 엿보면 각기 다른 작가의 세계가 펼쳐진다. 변변한 에어컨도 하나 없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추지도 않았지만, 여기저기 놓인 물감과 나무 조각, 미완성의 작품들이 그 자체로 멋진 풍경을 만든다. 작은 창문 밖으로는 운동장 대신 파란 하늘과 키가 큰 산, 초록 정원이 가득 보인다. 자연과 공존하는 이 공간 자체가 예술가들에게는 영감이 된다.
지금의 예술창작스튜디오가 있기 전, 이곳은 나운채 도예가의 개인 작업실로 쓰였다. 덕분에 학교 앞마당에서는 그때부터 쓰이던 작지 않은 규모의 가마도 볼 수 있다. 이후 이곳에 머무르는 작가들이 하나둘 늘면서 그들은 직접 폐교 주변을 가꾸고 교실 안에서 예술혼을 피웠다. 이곳의 역사를 함께한 나운채 작가는 현재도 입주작가 중 하나로 활동 중이다. 2017년부터는 최원 서양화가가 예술창작스튜디오의 위탁운영자로서 관장 직을 맡고 있다. 입주작가들은 모두 특별한 공모가 아닌, 최원 관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모였다. 덕분에 작가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특히 활발하다. 지역의 일이라면 서로 발 벗고 나서는 사이이기도 하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수채화 교실
작가들만의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과 예술로 소통하는 역할도 함께한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수채화 교실이나 서예 교실 등을 운영하며 학교가 지닌 배움의 의미를 또 다른 형태로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특별한 축제도 준비하고 있다. 매년 가을마다 열던 ‘마당불 축제’다. 마당에 커다란 모닥불을 피우고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나누는 잔치다. 한동안 사라졌던 이 축제를 올해 다시 새롭게 부활시킬 계획이다.
학교가 있던 자리는 이만큼 변했지만, 여전히 과거의 모습 그대로 이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1년에 두어 번 이 공간의 추억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곤 한다. 이제는 중년이 된, 그때 그 공정초등학교 학생들은 물론 당시 선생님으로 있던 어르신이 아들과 함께 찾아온 적도 있단다. 비록 학교의 진짜 모습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학교의 문이 활짝 열려있다는 사실은 반갑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