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종이책의 시대로   2024.11월호

‘전주’를 펼치면, 출판 역사가 보인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함께 출판계가 오랜만의 호황을 맞았다.

한강의 책 전체 판매량은 5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 

인쇄소는 밤낮없이 책을 찍어내면서도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문학과 출판 업계에 찾아온 반가운 활기. 

그러나 보통의 출판 업계를 떠올리면 어떨까. 

안타깝게도 출판계는 1년 365일이 ‘불황’이다. 


‘2023년 한국 출판생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간 발행 부수는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형 출판사들의 영업이익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에 비해 

디지털 독서플랫폼의 이익은 지난해 2배가 넘게 올랐다. 

종이책만의 생존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올해 정부의 출판 관련 예산은 오히려 대폭 줄었다. 

지원금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의 순수 문학 출판사들은 

고스란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시대는 변화하고 유튜브와 각종 OTT, 웹툰 등의 콘텐츠에 

책이 설 자리는 작아져만 간다. 

그럼에도 종이책을 지켜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종이책의 멸종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걸까? 


1987년 11월, 첫 출간 이후 지금까지 종이 잡지를 펴내고 있는 

문화저널 역시 그 노력에 함께하고 있다. 종이책 중에서도 잡지, 

잡지 중에서도 지역 매체는 더욱 열악한 현실에 처해있지만 

지역에 새로운 이야기가 계속되는 한 이를 기록하는 일 또한 계속될 것이다. 

37년 동안 종이책을 지켜온 고집, 창간 기념호의 이번 기획은 

그 고집의 이유를 찾아 나서는 여정이기도 하다. 


‘책의 도시’라 불리는 전주에서 출판문화의 가치를 더듬으며,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전주 출판의 뿌리를 이루는 완판본이다. 

이번 호에서는 완판본의 역사와 현시대 완판본이 갖는 가치를 들여다보며 

지역의 안과 밖에서 ‘출판’이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이어지는 다음 호에서는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의 출판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오래된 출판사와 책방, 인쇄소 이야기를 만난다. 

그 여정에서 오늘날 종이책이 담고 있는 의미를 발견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