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종이책의 시대로②  2024.12월호

전주 출판 역사의 오늘을 이어가는 사람들





전주를 소개하는 수식어는 많다. ‘호남의 중심’, ‘맛의 고장’ 등 전주만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주 앞에 ‘출판문화’가 붙으면 어떨까. 대부분에게 이 수식어는 생소하게 다가온다. 문화저널은 지난 기획을 통해 ‘출판문화의 도시’로서 전주를 조명했다. 그 출발은 전주 출판 역사의 근본을 이루는 완판본의 가치를 돌아보는 일이었다. 이어지는 이번 기획에서는 역사가 뿌리를 내린 자리에 단단한 가지를 뻗고, 오늘날의 출판문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오래된 출판사와 책방, 인쇄소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진한 종이향이 난다. 그리고, 책장 가득 쌓인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출판계는 매일 생존을 위해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자본과 유통, 인력, 마케팅 모든 면에서 지역 출판은 힘이 부족한 탓이다. 전주도 마찬가지다. 출판이 성행했던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며 현재를 바라봐선 안 된다. 역사 깊은 서점들이 빽빽하게 이어지던 거리에는 이제 식당과 카페, 편집샵이 들어섰고,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드니 만드는 사람은 더욱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전주의 출판 역사는 이어지고 있다. 


지역 출판은 ‘지역’이어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지역에 자리한 출판사와 서점은 자연스레 지역 작가를 발굴하고, 도시의 역사와 문화, 언어, 삶을 기록하는 역할을 함께한다. 완판본이 꽃 피운 전주의 출판 역사가 시들지 않도록, 꾸준히 볕을 비추고 물을 주며 가꾸는 사람들. 그들이 꿈꾸는 종이책의 오늘과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