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이하며 꺼낸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아직도 불을 밝히고 있는 곳들이 많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공나무 위의 알록달록한 장식과 반짝이는 조명들은 낭만적이지만, 그 많은나무와 플라스틱 소재들이 언젠가 버려질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볍진 않다. 어느 해 겨울, 유럽의 한 광장에 특별한 트리가 등장했다. 주민들이 쓰고 버린 비닐봉지와 종이컵을 쌓아 만든 일명 ‘에코 트리’다. 스페인의 한 예술단체가 만든 이 작품은 쓰레기로 이루어졌지만 다양한 색감이 어우러져 그 어느 트리와 견주어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비닐봉지를 활용해 거리 위를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도 설치했다. 도시를 더럽히는 존재로 여겨지던 쓰레기는 그렇게 도시의 풍경을 바꾸어놓았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을 쓰레기로 만든 트리는 쉽게 버리는 물건도 어떻게 쓰냐에 따라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예술은 언제나 시대가 직면한 문제에 반응해왔다. 이제 환경오염, 기후위기 문제가 우리의 현실을 위협하고 있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광장에 트리를 세우는 일처럼, 작품을 통해 환경에 대한 책임을 함께하는 예술가들이 늘고 있다. 버려진 것을 소재로 삼는 예술가들은 자원순환을 통해 직접적인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작품으로써 사회적 메시지를 건넨다. 이러한 예술 행동은 살아 있는 시대적 발언이 되어 대중들과 교감하며 문제의식을 나눈다.
예술의 폭을 넓히는 역할도 함께한다. 환경과 연결된 예술의 형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무렵,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개념이 자리 잡으며 예술계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정크아트나 생태미술, 에코 디자인 등 소재나 작업 방식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을 통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문화저널은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여섯 명의 환경 예술가를 만났다. 이들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모두 다르다. 섬마을의 바다쓰레기를 줍고, 낡은 고물을 모으고, 아무도 찾지 않는 헌책을 다시 펼치는 사람. 버려진 가구를 살리기 위해 힘을 모은 청년들과 일상 속 쓰레기를 일상의 물건으로 되살리는 사람, 재활용 악기를 손에 든 연주자까지. 지역의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쓰레기’들이 이들의 생각과 손을 거쳐 가치 있는 변신을 하고 있다.
지구에게는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는 오늘도 수많은 쓰레기를 생산하며 살고 있다. 쓰레기가 예술품이 되는 과정은 경이롭다. 이 여섯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환경을 향한 한 가지 작은 실천을 마음에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
ㅣ버려진 것들의 가치 있는 변신ㅣ
바다를 지키고 싶었던 섬마을 선생님 _환경작가 김덕신
고물이 보물이 되는 기적 _정크아티스트 박인선
그 많은 책은 다 어디로 갔나 _페이퍼 아티스트 이진화
새 가구 줄게, 헌 가구 다오 _청년예술인그룹 제로디렉션
비닐봉지의 운명을 바꾸는 위대한 ‘손’의 가치 _새활용 공예작가 조양선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선율 _대금연주가 황보석
고다인ㆍ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