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북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 통합성과공유회
지역문화재단의 등장은 1995년 지방자치제도의 도입과 그 출발을 함께한다. 1997년, 국내 첫 공공문화재단으로 경기문화재단이 설립되며 전국에 하나둘 문화재단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시행을 기점으로 그 수가 크게 늘었다. 전북은 전주시가 가장 먼저 문화재단을 설립한 이후 도 문화재단을 비롯해 익산과 완주, 고창, 부안 지난해 출범한 군산까지 총 7개 재단이 운영 중이다.
광역문화재단인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이하 전북재단)과 시군 단위의 기초문화재단은 종속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 운영된다. 역할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광역문화재단의 큰 역할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수혜자가 고르게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것, 지역문화재단은 현장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데 집중하는 편이다. 지역 주민과 예술인에게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때문에 문화재단의 활동은 곧 그 지역의 문화적 현실과 특성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전북재단의 임진아 문화예술본부장은 지역문화재단의 본질적인 역할은 지역의 결핍을 찾아 채우는 일이라고 전한다. 중앙부처의 사업으로는 작은 마을과 골목 등 각 지역의 생활권역에 맞는 정책을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우리 지역의 결핍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에 맞는 사업들이 생산되어야 지역 문화예술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개인 삶의 감수성을 갖출 수 있도록 더욱 밀도 있는 문화사업을 만들어내는 게 중앙이 아닌 지역문화재단의 할 일”이라고 전했다.
#지방소멸
_콘텐츠 발굴로 도시 브랜드 만든다
2024 제2회 한국동시축제
그렇다면 올해 전북의 문화재단들이 진단한 지역의 결핍과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전북재단은 크게 세 가지 주제에 주목했다. 첫째는 ‘지방소멸’, 둘째는 ‘청년’, 셋째는 문화와 예술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약자 프렌들리’다. 전북은 현재 14개 시군 중 전주, 완주, 익산, 군산을 제외한 10곳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어있다.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이 당장 코앞에 와있는 상황이다. 재단은 문화예술로써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사업을 올해 새롭게 마련했다. <전북형 마을문학 프로젝트>다. 도내 인구소멸 지역의 민담이나 설화, 이야기 등을 기록해 문학작품으로 재가공하는 사업이다. 지역 예술인을 투입해 주민과 함께 마을의 문학자원을 채록하고 시, 소설, 수필 등으로 작품화하는 과정을 통해 소외지역의 활성화와 브랜드화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임진아 전북재단 문화예술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역의 인구는 줄어도, 지역이 갖고 있는 자원은 좋은 것들이 많아요. 지역 자원을 우수한 콘텐츠로 만들어내면 결국 그에 따른 인구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록이 문학 작품이 되고 나중에는 공연으로도 확대되는 등 콘텐츠가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어요.”
부안군문화재단(이사장 권익현)에서도 지방소멸 문제를 염두에 둔 문화사업을 기획해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로 3회를 맞는 <한국동시축제>다. 이 사업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주된 대상으로, 다양한 계층이 동심을 교류하는 인문축제다. 부안군문화재단 전민정 사무국장은 아이들을 보기 귀한 시대에 어린이와 가족 단위의 참여자가 모이는 이러한 축제는 소멸위기에 놓인 지역 주민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전했다.
#청년
_전문예술인에서 기획자까지, 지원 확대
전주신진예술가 지원사업
두 번째 키워드인 ‘청년’은 인구소멸과 자연스레 연결되는 문제다. 도시에 일자리가 부족하니 청년들이 모두 떠나고, 인구소멸은 매년 가속화되고 있다. 지역은 저마다 다양한 형태로 젊은 층의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에 주력해왔다. 최근 눈에 띄는 점은 ‘청년’ 안에서도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모습이다. 전북재단의 경우 기존에는 전문 예술인에 한정했던 지원사업에서 벗어나 올해부터 기획자 등의 문화 인력을 포함하는 <청년문화예술 자율기획사업>을 새로 만들었다. 청년세대가 지역사회를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멘토링과 예산을 함께 지원하는 내용이다.
전주문화재단 역시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전주신진예술가 지원사업>에서 나아가 지난해 <청년문화기획자 지원사업>을 새롭게 추진하며 청년 기획자의 역할에 주목했다. 이외에도 올해 7기 참여자를 모집 중에 있는 고창문화관광재단의 <문화기획자 양성사업 ‘익는학교’> 등 지역문화 현장에 필요한 기획자를 키우는 관련 사업이 청년 키워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보이는 사이, 젊은 작가들의 창작 여건을 개선하고 지원하기 위한 사업은 올해도 여전히 다양한 방향으로 이어진다. 공연장 상주단체나 미술 작가 레지던스 등의 공간 지원을 비롯해 신진예술가 창작지원, 기획전시 프로그램 지원 등이 대부분이다. 익산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김세만)의 경우는 지역의 미술관과 손을 잡고 진행해온 ‘W미술상’에 작년부터 청년 부문을 따로 제정했다. 지난해 ‘제1회 W청년미술상’을 공모하며 젊은 지역 작가들을 조명하는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