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프렌들리
_심리적 장애 주목, 예술의 사각지대 허문다
2023 완주장애인문화예술축제 ‘서로’
장애예술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약자 프렌들리’ 정책 기조에 맞춰 지역 문화예술계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전북재단은 전북의 장애 예술인 실태조사를 통해 도내 현황을 파악하고 관련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장애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는 <어울림 창작활동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이 서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상호간의 예술적 성장 계기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특히 장애의 범위를 확대해 신체적 장애뿐 아니라 정서적·심리적 장애를 대상으로 한 사업도 본격화한다. 예술 치유와 교육을 연계해 학교나 직장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과 회사원, 치매 위험군에 속하는 노년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특화형 문화예술교육을 개발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치유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시범사업을 거친 후 올해 보완을 거쳐 신규사업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단기간에 장애 예술인 관련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예산 등의 어려움이 따르기에, 재단은 기존 문화예술 사업에서 장애인에 대한 가점을 확대해 예술 활동을 보장하는 방식도 함께 취하고 있다. 실제 올해부터 장애인 개인 및 단체에 대한 가산점을 기존 2.5점에서 5점으로 크게 늘리며 장애인 단체 선정률이 40%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약자 프렌들리’ 관련 사업이 활발한 지역으로는 완주와 부안을 꼽을 수 있다. 완주문화재단은(이사장 유희태) ‘완주 무장애 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내 장애인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6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완주무장애탐사단, 장애예술 매개자 과정, 완주장애인합창단 ‘꽃’, 완주무장애예술축제, 장애인 문화예술 매거진 ‘서로’, 아동이음합창단 등이다. 2021년부터 지역 내 장애인 기관 및 시설, 단체와의 연계 방안을 고민해온 완주문화재단은 장애인들의 의견을 직접 들으며 이를 바탕으로 문화예술 향유와 창작, 발표 등 다양한 지원 발판을 마련했다. 부안군문화재단도 최근 들어 장애예술 관련 사업이 두드러진다. 2023년부터 선보인 <무경계 페스티벌 ‘날다’>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 서비스와 터치투어, 실시간 수어통역을 제공, 휠체어 전용석을 마련하는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기반으로 한 공연축제다. 3회째를 맞는 올해는 행사 자체보다 장애인과 예술 사이의 구조를 견고히 하는데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작년에는 장애 예술가들이 모여 <모두의 여행, 부안> 기획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진 등의 인터넷 자료에 의존해 미술 창작활동을 해오던 장애인 작가들이 밖으로 나가 여행을 하며 부안의 풍경을 담았다. 장애 예술인들이 지닌 한계를 작게나마 극복하는 이러한 시도들은 작가와 관객이 동시에 위로를 얻는 기회가 되고 있다.
#미디어기술
_전통문화의 현대적 해석 이끄는 인공지능
익산 미륵사지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올해 문화예술계의 가장 큰 트렌드로 꼽히는 AI(인공지능)는 지역에서도 주목하는 과제가 되었다. 도내에서는 전주문화재단이 선제적으로 AI 관련 사업에 나섰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다이브 투 퓨전 : AI 국악 크로스오버 작곡 공모전>을 통해서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예비사업 일환으로 진행한 이 사업은 전주의 전통 문화자원인 국악과 AI를 더한 새로운 시도다. 전체의 30% 이상을 AI 작곡 프로그램을 사용해 국악 곡을 제작해야하며, AI 활용 작업기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윤일상, 이희문 등 대중음악과 국악 전문가들이 심사에 참여해 네 곡의 수상곡을 선정, 청중평가단의 투표를 거쳐 최종 대상이 선정됐다. 재단은 대상곡인 ‘Love In Jeonju’를 ‘미래문화축제 팔복’ 행사의 CM송으로 활용하는 등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사업에 단계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지역의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문화예술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최락기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전주가 여러 시군에서 중심적인 자리에 있는 만큼 새로운 문화예술 영역을 개척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에 기술과 예술적 요소를 더한 ‘탄소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이끌어냈듯, 전주문화재단은 앞으로도 실험적인 시도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문화자원과 기술의 융합하면 익산문화관광재단의 사업도 두드러진다. 익산은 올해 설정한 7대 중점 추진방향 중 ‘한(韓)문화 발상지를 주제로 한 콘텐츠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들은 지역의 풍부한 역사 자원이 콘텐츠로써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미디어아트나 홀로그램 등의 첨단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맵핑 쇼, LED 미디어 월, 인터랙티브 콘텐츠 등 미륵사지에 다양한 융복합기술을 더한 <미륵사지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축제는 지난해 16만 명이 다녀가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전주와 익산을 중심으로, 변화된 문화예술의 활용방안을 제시하는 이러한 시도들은 제대로 가치를 조명 받지 못하고 있는 지역의 전통문화 자원들이 현대의 기술과 만나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전하고 있다.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