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김경기
옛날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소년이 청년이 되고, 노인이 될 때까지. 나무는 모든 것을 내주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남은 밑동을 내어주며 나무는 소년이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모든 것을 줄 수 있어서,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전하는 말이다. 오랜 명작의 제목처럼, 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내준다. 제자리에서는 넓은 그늘을 만들고, 갖가지 열매를 선물하며 지구의 환경을 돌보고, 그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나면 다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의자, 책상, 종이, 악기, 예술작품 등 세상의 수많은 창작자가 나무를 만나 만들어내는 세상도 그중 하나. 그렇게 이어지는 나무의 생은 어디까지 닿을까.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문화저널은 자신의 손을 통해 나무의 새로운 삶을 심고 가꾸는 사람들을 만났다. 손이 할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가공된 재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그들은 왜 나무를 택했을까.
예로부터 나무는 한국의 전통공예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던 재료였다. 전북에는 전통이 사라져가는 지금도 몇몇 장인들이 전통 목조각의 길을 지키고 있다. 나무 안에서 전통의 소리를 피워내는 국가무형유산 기능보유자인 가야금 악기장 고수환 선생을 비롯해 거문고를 만드는 최동식 장인, 대금을 만드는 최종순 장인은 나무가 지닌 힘과 멋스러움을 살려 악기로 탄생시킨다. 도 무형유산 민속목조각 보유자인 김종연 장인을 비롯해, 솟대나 장승, 민속공예품을 만드는 공예가들도 적지 않다.
창작 예술의 영역에서도 나무의 존재는 크다. 책의 형상을 조각해내는 작가 엄혁용의 작업부터 톱질의 우연한 흔적을 활용하는 배병희, ‘끝순이’라는 이름의 목각인형을 소재로 작업을 선보이는 김대령, 목판화를 대표하는 화가 유대수 등 전통 너머 현대의 예술세계에서도 나무는 사랑 받는 재료다. 젊은 작가들은 나무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한다. 목공작가와 디자이너 등 나무를 중심으로 모인 청년들은 창작공동체를 만들어 개성 있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속 두 주인공처럼,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주는 나무와 마음을 다해 나무를 쓰다듬는 이들의 특별한 우정 이야기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