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봄에는 새순을 틔우고, 여름의 짙은 녹음을 지나 단풍으로 물든 가을, 눈꽃이 내려앉는 겨울까지. 나무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서 계절마다 다른 기쁨을 안긴다. 작가 김신지는 자신의 책 『제철 행복』에서 “한 해를 잘 보낸다는 건, 계절이 지금 보여주는 풍경을 놓치지 않고 산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려주는 나무의 존재는 그래서 더 귀하다. 이제 막 나무가 꽃봉오리를 터뜨리는 봄이 왔다. 나무가 전하는 제철 행복을 놓치지 말고 떠나보는 건 어떤가. 나무가 있는 곳에 곧 쉼이 있고, 여행이 있다. 봄과 함께 일상의 행복을 누리시길 바라며 아름다운 그 공간, 나무가 있는 풍경을 소개한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군산 은파호수공원 벚꽃길

군산은 벚꽃도시라 불릴 만큼 곳곳의 벚꽃 명소들이 앞다투어 봄을 알린다. 월명공원과 은파호수공원을 비롯한 산과 공원, 거리마다 벚나무가 반긴다. 그중 잔잔한 호수와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은파호수공원의 벚꽃길은 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아름답다. 은파호수공원 일대는 본래 농업용 저수지였지만, 1980년대 관광지로 지정되며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계절에 상관없이 사랑받는 산책길은 봄날의 꽃비가 더해지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물빛다리와 음악분수, 야시장 등 즐길 거리가 다양해 밤에도 반짝이는 벚꽃을 즐길 수 있다. 올해도 3월 28일부터 4월 13일까지 벚꽃 야시장을 개최하며 군산의 맛있는 먹거리와 꽃구경을 함께할 수 있다.
군산 외에도 전북에는 매력적인 벚꽃명소들이 많다. 가족이 함께하기 좋은 전주동물원 벚꽃길을 비롯해, 매년 축제가 열리는 정읍천 벚꽃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임실 옥정호 벚꽃길 등 봄에만 잠시 폈다 져버리는 벚꽃이 아쉽지 않도록, 올봄에는 가까운 지역의 벚나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군산시 은파순환길 9
잠시 속도를 낮추고 걷는 길
진안 부귀 메타세쿼이아길

전주에서 26호선 국도를 타고 진안으로 향하면 구불구불 난 모래재를 달려 부귀면에 닿는다. 양옆으로 늘어선 메타세쿼이아가 1.6km 도로에 이어지는 이 길은 사계절 내내 인기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를 가만 올려다보면 그 아름다움에 압도된다. 차를 타고 천천히 속도를 줄여 달려도 좋고, 잠시 내려서 걸어보아도 좋은 산책길이다. 도로 주변에는 차를 마시며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휴게공간과 화장실도 갖추어져 있다. 진안의 대표 관광지인 마이산이 가까이에 있어 가는 길 방문하는 것도 좋다. 머무는 동안 당연히 카메라를 꺼내 들 수밖에 없다. 실제 많은 사진작가들의 출사코스인 이곳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자주 활용되며 소소하게 이름을 알렸다.
진안 외에도 전북에는 김제 죽산면과 순창 팔덕면에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길이 있다. 죽산 메타세쿼이아길은 광활한 지평선과 나무 뒤로 지는 노을이 아름다워 해질녘 방문하면 멋진 장면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순창은 여름철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로 보랏빛 맥문동이 피어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전한다.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69-3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한 순간
완주 공기마을 편백나무숲

전주 도심에서 10분 남짓 차를 타고 달리면 완주 상관면 편백나무숲이 나타난다. 곧게 뻗은 편백나무 20여만 그루 사이사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나들이 장소로 인기인 곳이다. 상쾌한 피톤치드와 선선히 부는 바람 아래, 작은 돗자리를 펼쳐 책을 읽거나 도시락을 까먹는 사람들. 쉬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더해지며 숲의 풍경이 완성된다.
1976년 완주 공기마을에 조성된 편백나무숲은 피톤치드 함유량이 가장 높은 나무로 알려진 편백나무를 통해 산림 치유의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도 많다. 편백나무는 실제 살균 작용이 뛰어나 면역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등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필요한 순간, 잠시 걷고 숨을 고르며 머물러보길 바란다.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 산214-1
긴 세월 따스한 품을 내어주는 숲
남원 서어나무숲

지리산 운봉 자락에 자리한 행정마을. 200여 년 전, 주민들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서어나무 100여 그루를 심었다. 그렇게 조성된 숲은 세월이 흘러 지금의 아름다운 서어나무숲을 이루었다. 서어나무숲은 ‘제1회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곳으로, 울창한 숲 사이에 안기면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분다.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서어나무는 줄기가 유독 튼튼한 덕에 ‘근육질 나무’라고도 불린다. 15m 높이까지 자라는 키가 큰 나무로, 사계절 언제나 그늘을 만든다. 숲을 이루는 나무 대부분은 100년을 넘게 산 노거수들이다. 그래서인지 넉넉하게 기댈 수 있는 품이 느껴진다. 나무 사이로 덱을 깔아놓아 언제든 편안히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지리산 둘레길 1코스가 지나는 길이기 때문에 둘레길을 걷다가 쉬어가기에도 좋다.
남원시 운봉읍 운봉행정길 8-9
뜻밖의 선물 같은 여행지
익산 구룡마을 대나무숲

대나무하면 전남 담양이 대표적으로 떠오르지만 우리 지역 익산에도 대나무숲이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나무 군락지인 구룡마을 대나무숲은 전체 면적이 5만㎡에 달한다. 그러나 익산의 다른 명소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아 이곳은 뜻밖의 선물 같은 여행지가 된다.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한 대나무숲으로 들어서면 어릴 적 무협영화에서 봤던 풍경이 펼쳐진다. 빽빽한 왕대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으며 영화 속 장면을 상상해본다. 실제 드라마 <추노>와 영화 <최종병기 활> 등 여러 작품이 촬영되었다.
구룡마을의 대나무숲은 생태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생육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한때는 이곳 대나무로 만든 죽제품들이 강경 오일장을 통해 인근 지방과 충청도, 경기도까지 제공되었다는 역사도 전해진다. 지역의 중요한 소득 자원이었던 이곳은 이제 편히 쉬어가는 여행길이 되어준다. 미륵산 둘레길 2코스가 지나는 대나무숲은 트레킹을 하며 들리기에도 좋다. 숲과 이어지는 고즈넉한 마을은 소박한 돌담길이 이어져 함께 돌아보아도 좋은 여행이 된다.
익산시 금마면 신용리 일원
새하얀 눈꽃터널의 낭만
전주 이팝나무 철길

벚꽃이 지고나면 싱그러운 이팝나무가 봄의 낭만을 이어간다. 전주를 대표하는 봄맞이 명소 중 하나인 팔복동 이팝나무 철길은 매년 봄 아름답게 만개하며 새하얀 눈꽃터널을 만든다. 봄마다 많은 인파가 몰려 안전상 출입이 제한되던 철길은 지난해부터 다시 개방되어 시민과 여행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올해도 개화시기에 맞춰 철길이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4월 26~27일, 5월 3~6일까지 주말과 공휴일을 맞아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팝나무 철길 630m 구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올해는 특히 야간에 경관조명을 집중 설치해 낮과 밤의 다른 매력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 기간 팔복예술공장의 전시와 다양한 야외 문화행사 등을 함께해 만발한 이팝나무 눈꽃과 함께 즐길 거리를 전할 예정이다.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1가 263-32
고다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