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소극장  2025.5월호

좁혀진 무대와 객석, 이 작은 공간의 힘


사진_더바인홀



작년 봄,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이던 학전블루 소극장이 33년 만에 문을 닫았다. 경영난을 비롯해 극장을 이끌던 김민기 대표가 떠나며 운영을 지속하지 못했다. 200석 규모의 이 작은 소극장은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대중화부터 8천회가 넘는 장기 상설공연을 이어오는 등 공연문화계에 큰 의미를 남겼다. 수많은 예술인과 관객의 삶을 함께한 공간이기에, 많은 이들이 이곳을 되살리기 위해 힘을 모았다. 기억 속의 학전 소극장은 사라졌지만, 덕분에 이 공간은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고 있다. 동네의 작은 소극장에는 바로 이런 힘이 숨어있다. 대형극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삶의 향기가 흐르고, 좁혀진 무대와 객석 사이에 정이 있다. 공연예술의 다양성을 넓히는 역할에도 큰 몫을 한다. 


그러나 작은 공연장들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던 학전블루 소극장도 운영난을 벗어나지 못했듯, 민간의 소규모 공연장들은 공간을 유지하는 일부터 숙제이기 때문이다. 전북에는 스무 곳 남짓의 민간 공연장이 운영되고 있다. 그마저도 거의 전주에 집중되어있다. 역사가 오래된 곳들은 대부분 지역 극단이 연극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소극장들이다. 이후 2010년대 후반부터 최근 몇 년 사이 클래식이나 재즈, 인디음악 등 특정 장르에 특화된 공연장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매력 있는 소공연장들이 이만큼 문을 열고 있지만 온전한 공연 수익만으로 운영을 이어가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이다. 공연시장은 호황이라고 하지만, 수도권의 대형 뮤지컬 등에 관객이 집중되며 소자본 공연을 찾는 관객은 줄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변화한 공연 문화도 작은 공연장들을 더욱 위축시켰다. 


전북의 경우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의 ‘민간 소공연장 지원사업’ 등을 통해 이러한 현실에 대안을 마련해가고 있지만, 일부 공연장만 지원을 받거나 현실적인 제약이 따르는 등 여전히 과제가 많다. 외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좋은 콘텐츠로써 자생력을 갖추는 일이 결국 모든 민간 공연장에게 주어진 평생의(?) 미션이다. 옆집의 이웃이 편한 차림으로 들러 울고 웃다 가길 바라며, 주인공과 관객이 서로의 표정을 들여다보며 삶을 나눌 수 있도록, 작은 공연장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따뜻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문화저널이 소개하는 열네 곳의 공연장을 함께 돌아보자. 그 작은 공간들 속에 큰 힘이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