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소극장  2025.5월호

35년의 시간을 지키다

창작소극장




연극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보았을 그곳, 창작소극장은 전북에서 가장 오래된 소극장이다. 창작극회 단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1990년 문을 연 이후 3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동문길을 지켰다. 수많은 무대로 관객들과 호흡하며 전북의 대표 소극장으로 자리매김했다. 1997년 화재가 발생해 위기에 처했었으나 모금 운동을 통해 다시 문을 여는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연극인들의 사랑으로 지켜온 소중한 극장이다. 


창작소극장은 최근 몇 년 사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류가연 씨가 창작소극장과 창작극회의 새로운 대표가 된 것. 그는 아버지인 류영규 전 창작극회 대표를 따라 대학 시절부터 창작소극장에 드나들며 연극을 시작했다. 그에게 연극인을 꿈꾸게 해준 창작소극장은 이제 지켜야 할 일터가 되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부담감이 크다고 전하는 그이지만, 류가연 체재(?) 창작소극장은 순항하고 있는 모양새다. 2025 아르코 공연예술창작주체 '창작공간' 사업에 선정되어 중앙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된 것. 이 사업으로 올해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를 주제로 한 레퍼토리 공연 <천사는 바이러스>를 소극장 뮤지컬처럼 꾸밀 예정이다. 또한 전북의 대표적인 친일파 이두황을 다룬 신작도 준비 중이다. 


"진보적이며 진실된 연극을 통하여 사회의식을 선도하기 위한 터전으로 저희 창작소극장이 자리잡아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문화저널 1990년 12월호, 창작소극장 개관 광고에 실린 글이다. 그들은 지금도 이 마음을 지키며 연극을 올리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류가연 대표




─창작소극장의 공연만이 가진 특징이 있을까요

단순히 웃고 끝나버리는 게 아니라 관객의 마음에 깊이 닿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구분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창작극회와 창작소극장의 연극을 분리하고 있어요. 창작극회는 사회 문제를 비판하면서 예술성을 밀도 있게 담아내려고 노력한다면, 창작소극장 기획 공연은 비교적 다양한 주제를 다루죠. 더 폭넓은 연령대가 볼 수 있게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 사회적 메시지를 다룰 수 있는 극을 올려요. 


─극장 운영에 힘든 부분이 있다면요

어느 소극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경제적인 부분이죠. 단원들에게 공연 개런티를 넉넉하게 줄 수 없는 게 항상 안타까워요. 대신 공모 사업을 하나라도 더 확보해서 무대에 오를 기회를 최대한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후배들이 연극을 하는 환경이 나아져야 할 텐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하면 불안하기도 합니다. 저희에겐 연극이 종교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역 연극계 선배로서의 행보가 눈에 띕니다 

연극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2023년 대학연극축제를 부활시켰습니다. 펜데믹을 겪으며 대학 연극 동아리들이 거의 와해되다시피 했거든요. 전북대 기린극회, 전주대 볏단 등에 제작비를 지원하고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줬어요. 올해도 이어나갈 예정이고, 무대 제작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는데 마음처럼 쉽지는 않네요. 단순히 무대만 제공해 주는 게 아니라 대학 연극이 끊기지 않을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어요. 


─창작소극장이 꿈꾸는 앞으로의 계획은요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동네 사람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요. 예전부터 희곡집으로만 꾸며진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아이디어는 많아요. 그리고 그 ‘열림’은 관객뿐 아니라 창작극회 단원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으면 해요. 작년에 <문 밖에서>라는 작품에서 남성 주인공의 자아 역할을 여성인 제가 맡았어요. 유명 희곡들을 보면 남성 중심 서사인 경우가 많은데, 젠더프리 캐스팅을 더 확대해서 더 많은 단원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육아 등으로 당장은 무대에 설 수 없는 단원들을 위해 정기 낭독회를 만들어볼까도 고민 중이에요. 무대 밑에서도 연극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잃지 않도록요.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극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창작소극장ㅣ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100, 지하 1층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