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1976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엘라 피츠제럴드는 이 질문에 스캣으로 대답했다. 그 짧은 영상은 지금까지도 인터넷 밈으로 회자 되며 재즈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멜로디,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편안함. 그래서 재즈는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하지만 막상 재즈와 친해지고 싶어도 어떤 음반을 들어야 할지, 어떤 연주자의 공연을 보아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이렇게 제대로 된 정통 재즈를 갈구하는(?) 이들을 위해, 2021년 재즈 전문 공연장이 문을 열었다. 전주시 삼천동에 위치한 '더바인홀'이다.
이곳의 대표인 김주환 씨는 지금까지 11개의 정규음반을 발매한 보컬리스트로, 현재 재즈 씬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그의 전문성과 기획력은 공연장 곳곳에서 돋보인다. 대부분 재즈 공연이 술이나 식사와 겸하는 펍에서 열리는 데에 반해, 더바인홀은 오로지 재즈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에 재즈 특유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인테리어와 조명, 음향 장비까지. 김 대표의 애정어린 손길이 닿은 더바인홀은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연장이 되었다.
여느 공연장이 그렇듯 초반에는 모객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작년부터 점차 성과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공연은 연일 매진되고, 단골 관객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져 내한 시 꼭 방문해야 하는 공연장으로 자리 잡았다.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 '윈터재즈데이즈' 등 다양한 기획 시리즈들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전북국제재즈페스티벌을 진행하여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이 전주를 찾았다. 5월 5일 제인 몬하잇이 무대에 올라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재즈는 느끼면 끝나는 음악”
김주환 대표
─재즈라는 장르에 진입장벽을 느끼는 관객들도 있습니다
장르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공부를 하고 들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더바인홀이 그 진입장벽을 낮추고 싶어요. 사실 재즈는 느끼면 끝나는 음악이에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듣고, 느끼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다만 공부하면 더 잘 들리고, 더 좋아지는 것도 사실이라 어떻게 해야 재즈가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관객의 입장에서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가수이자 공연 기획자니까 이 두 시선에서 느끼는 걸 접목하려고 해요.
─재즈를 처음 도전하는 관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시리즈가 있을까요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이 재즈 초심자들에 집중해서 기획한 공연이에요. 작년이 3회였는데, 재즈 보컬리스트들을 초청해서 그들이 선택한 과거의 명반을 오마주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어요. 올해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갑니다. 재즈 역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시기로 평가받는 스윙, 비밥, 하드밥, 쿨 재즈 시대의 명반들을 중심으로 공연할 예정이에요. 아마 이번엔 좀 더 학문적으로 재즈를 알아가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공연 시작 전 강연보다는 가벼운 느낌으로 시대별 재즈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6월부터 12회 정도 공연이 이어집니다.
─앞으로 꿈꾸는 목표가 있다면요
전주를 재즈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전국을 보아도 저희 같은 재즈 공연장이 흔치 않아요. 전주가 문화도시라고는 하지만, 사실 국악 같은 전통문화에 치우친 경향이 조금 있거든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도시가 되면 정말 좋겠습니다. 제가 고향이 전주라 애정이 크거든요. 언젠가는 멋진 야외무대에서 재즈 페스티벌도 열고 싶어요. 그러려면 코어 관객층이 더 탄탄해져야 하니, 지금은 그 관객들을 늘려가는 과정입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요.
더바인홀ㅣ전주시 완산구 안행로 14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