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소극장  2025.5월호

서학예술극장ㅣ예술공간 짚ㅣ인형극장 꼭두




유일한 국악 전문 소극장


서학예술극장





“얼씨구 좋다!” 구성진 추임새가 흘러나오는 소극장도 있다. 전주 서서학동에 자리한 국악 중심 공연장 서학예술극장이다. 소극장 중에서도 전통예술에 특화된 곳은 더욱 흔치 않다. 일상의 공간에서 우리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 공간이 갖는 의미는 크다. 2021년 4월 문을 연 서학예술극장은 전북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활동해온 타악연희원 아퀴의 대표 박종대 씨를 통해 탄생했다. 갈수록 잊혀가는 국악이 시민들 가까이 다가가길 바라며, 아퀴의 연습실로 쓰이던 공간을 개조해 작은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과거 소리꾼과 청중이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소통한 것처럼 이곳은 작을수록 가치 있는 소형 공연을 지향한다. 


이름난 명인 명창부터 지역 동호인들의 무대, 국악과 학생들의 졸업연주회에 이르기까지 무대의 주인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예술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조금이라도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개관부터 지금까지 여러 지원사업을 통해 특색 있는 기획공연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프로그램 ‘소극장에서 맛나는 전통예술’에서는 전통연희극과 산조, 국악실내악, 퓨전 창극 등을 여러 해 선보이며 대중에게 국악의 매력을 알렸다. 현재 서학예술극장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여송 씨는 이 공간을 통해 지역의 전통 예술인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좋은 공연들을 소개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계획이다. 한 번의 공연에서 그치지 않고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와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협력하며 연결고리를 이어가고자 한다. 


서학예술극장ㅣ전주시 완산구 장승배기로 342 4층







어느날 시골에 예술이 찾아왔다


예술공간 짚




'예술공간 짚’은 김제 시골 마을 원평리에 위치한 약 100석 규모의 소극장이다. 전주에서 활동하던 연극인 서령·한상희 씨가 2020년 김제로 내려와 '예술집단 얼간’을 창단한 뒤 이듬해 거점 공간이 되어줄 이 공연장까지 직접 만들었다. ‘짚’은 김제 평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볏짚을 떠올리게 하면서 동시에 예술을 압축한다는 의미의 ‘Zip’을 담고 있는 이름이다. 


무대 제작, 조명, 음향 등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베테랑 스태프였던 두 대표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장르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개관식은 김제의 무예 공연단체 ‘지무단’의 무대로 시작되었고 이후에도 국악, 연극, 클래식 등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졌다. 관객의 대부분은 김제의 어르신들과 학생들로, 이들 중 상당수는 예술공간 짚을 통해 처음으로 공연을 접했다. 개관 초반에는 관극 문화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으나 시간이 흐른 지금 관객들은 자연스레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꾼다. 소극장 하나만 생겼을 뿐인데 시골 마을에 공연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깊다.   


예술공간 짚ㅣ김제시 모악로 11








문화가 모이는 마을 사랑방


인형극장 꼭두




인형극장 꼭두는 1997년 창단한 인형극 전문 극단 ‘누렁소’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20년 전 장수군 계북면으로 귀촌한 서해자·우현 부부가 이끌며, 직접 쓴 대본과 손바느질로 만든 인형들로 구성된 무언극을 주로 올린다. <곱단이>, <할머니>, <엄마마중> 등 대표작들 모두 상상력을 자극하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공연이 없을 때는 영화 상영이나 강연 등을 열고, 아이들과 함께한 ‘고사리인형극단’, 성인 대상의 ‘장수극단’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도 펼치고 있다. 공연장이 위치한 ‘계북행복나눔터’에는 빨래방, 카페, 도서관 등 편의시설이 함께 갖추어져 있어 주민들이 편하게 찾는 문턱 낮은 공연장이 되었다. 


100석 규모의 소극장이지만 전문 장비와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오랜 시간 무대기술자로 일한 우현 씨가 직접 무대 제작, 음향, 조명 등을 책임지고 있어 시골 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관리와 운영이 가능했다. 매년 여름에는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꼭두인형극제'가 열린다. 인형극 공연은 물론 인형 만들기 체험과 지역 특산물 공방 등 작지만 알찬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계북의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문화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인형극장 꼭두ㅣ장수군 계북면 문성길 4








편안하게 즐기는 하우스콘서트 


예술공간 휘게




2023년, 송천동에 클래식 전문 공연장 '예술공간 휘게'가 문을 열었다. '휘게'는 덴마크어로 '편안함'을 뜻하는 단어다. 그 이름처럼, 약 50석 규모의 작은 공간은 고풍스러우면서도 따뜻한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마치 친한 친구의 집에 초대된 듯한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클래식이 처음인 관객도 부담 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꾸민 공간이다.


예술공간 휘게는 클라리넷 연주자이기도 한 최현경 대표가 만들었다. 지역에 훌륭한 클래식 연주자들이 많으나 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기에, 연주자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중간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벌써 많은 연주자가 이곳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무대 경험이 필요한 어린 연주자들을 지원하는 '영아티스트콘서트', 지역 클래식 연주자들을 소개하는 '휘게 아티스트 콘서트' 등 의미 있는 공연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특히 작년 새롭게 시작한 '휘게 실내악축제'는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어 올해도 이어간다. 9월부터 11월까지 목관 앙상블, 현악 앙상블, 색소폰 앙상블 등 다양한 조합의 실내악을 들을 수 있는 무대가 예정되어 있다.


예술공간 휘게ㅣ전주시 완산구 백제대로 299







소극장에서 만나는 오페라


더클래식아트홀




대중들에게 오페라는 여전히 어렵고 낯선 예술이다.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 다소 생소한 언어로 불리는 아리아와 엄숙한 분위기, 장대한 서사는 오페라를 고급 예술이라는 틀 안에 가두기도 한다. 하지만 전주의 한 소극장은 그런 인식을 바꾸어가고 있다. 백제대로에 위치한 더클래식아트홀이다. 테너이자 현재 전주소년소녀합창단의 지휘를 맡고 있는 박진철 씨가 문을 연 곳으로, 오페라 외에도 다양한 클래식 공연이 열리고 있다. 


더클래식아트홀은 2018년 개관한 이래 <춘희>, <버섯 PIZZA> 등 오페라를 경험해 보지 못한 관객도 편안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공연들을 여럿 소개했다. 특히 <한옥마을을 찾는 약장수>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별주부전이라는 한국 전통 설화를 덧입히고 배경을 한옥마을로 옮겨 지역적 요소를 더했다. 대극장과 같은 웅장함은 없지만, 소극장 오페라는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연기가 더욱 빛난다. 이곳에서라면 오페라는 더 이상 멀고 어려운 예술이 아니다.   


더클래식아트홀ㅣ전주시 덕진구 와룡로 30 지하 1층 




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