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또, 새로 문 연 동네책방  2025.7월호

저마다 다른 책과 이야기, 취향을 팝니다


사진_책방 똑똑



“책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왜 책방은 계속 늘어날까?” 이번 기획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놀랍게도(?) 2024년 이후 전북에만 13개 남짓의 서점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전국적으로 봐도 독립서점의 수는 10년 사이 꾸준히 늘고 있다. 독립서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동네서점’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국의 독립서점은 930여 곳. 6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게 늘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매년 문을 닫는 책방보다 여는 책방이 많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책방이 뭐길래, 출판계 불황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이 빠르고 복잡한 시대에도 꿋꿋이 살아남고 있을까. 


책의 다양성을 지키는 이름, 책방

동네책방은 그저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다. 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하는 공간,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잇는 공간으로 존재 가치를 지닌다. 기존의 대형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책들을 보물찾기하듯 만나는 일 역시 동네책방이 존재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 ‘어린왕자’는 없어도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특별한 책을 만나는 행운이 따를지도 모른다. 서점의 수만큼 책의 다양성이 지켜진다면, 책 생태계에서도 책방의 역할은 크다. 


동네책방 예찬론자로 통하는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자신의 책 『동네책방 생존탐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랜 시간 비독자로 살아온 이들에게는 오가는 길에 잠시 들러 서가를 전부 일별한 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 한 권을 집어들 수 있는 곳이 적당하다. 지금 우리 곁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부분의 동네책방이 바로 그런 곳이다. 마음속으로 읽기를 동경하는 이들이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다면 그때부터 그는 읽는 사람이 된다. 그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문턱 낮은 책방이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도 책방은 분명 쓸모 있는 공간이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에서는 동네책방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단행본 도서를 주로 취급하여 지역 사회를 근간으로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작은 책방’. 이전에도 전주의 ‘홍지서림’이나 오랜 세월 이름을 바꿔가며 자리를 지켜온 ‘진주문고’와 같이 지역을 대표하는 서점들이 있었지만 이러한 의미에 부합하는 색다른 형태의 책방들은 2000년대 말부터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8년 문을 연 ‘스토리지북앤필름’, 2009년부터 일찍이 독립출판물을 소개해온 ‘유어마인드’, 2011년 홍대 앞에 생겨난 ‘땡스북스’ 등이 1세대 독립서점으로 자리를 잡으며 이후 2015년을 기점으로 지역 안에서도 개성 있는 책방들이 생겨났다. 


변화한 책 문화를 담아내는 공간

동네책방 붐이 일었던 전성기를 지나, 오늘의 책방은 어떤 현실에 와있을까.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시대다. 최근 출판사를 차린 배우 박정민의 이야기가 연일 출판업계에서 이슈였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직접 마주한 출판계의 현실을 이야기했다. 최근 출간한 책 『첫 여름, 완주』가 하루 300여 부가 팔리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이다. 숫자로 체감한 출판 시장의 현실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오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독서 인구는 이만큼이나 줄었는데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는 1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 사전 예매부터 매진이 되며 그야말로 ‘대흥행’을 했다. 이런 장면들을 목격하며 이제는 책을 ‘읽기’보다 책을 ‘경험’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텍스트힙’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며, 독서가 하나의 힙한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맛집과 카페를 가듯 전국의 책방이 여행 핫플로 떠오르고 작가와 가까이에서 만나는 북토크, 혼자가 아닌 함께 읽는 독서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책을 경험하는 공간’으로써 책방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낭만 뒤 가려진 운영의 현실

그러나 ‘서점으로 먹고 살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대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렵다’이다. 책 판매만으로 수익을 내기에는 여전히 열악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독립서점은 보통 대형서점보다 비싼 가격에 책을 들여온다. 만 원짜리 책 한 권을 팔면 3천 원 정도가 수익으로 남는데, 여기에 임대료와 운영비 등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대부분 부업을 병행하거나 책방의 자체적인 행사, 지원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 편이다. 책뿐만 아니라 음료나 문구류 등을 함께 팔며 별도의 수익원을 두는 곳도 많아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운영난으로 실제 문을 닫는 곳들의 소식도 들려온다. 30년 넘는 세월 대전을 대표하던 향토서점 ‘계룡문고’는 작년 9월부로 운영을 마치며 지역민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낭만만으로는 지킬 수 없는 현실. 그럼에도 책방지기들의 치열한 애정과 고군분투로 우리 주변에는 지금도 새로운 책방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럼에도 책방인 이유

매일 생존을 고민해야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책방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저널이 만난 책방지기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돈을 벌고 싶었다면 결코 책방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책에 흥미를 갖는 독자가 한 명이라도 늘길 바라며, 책을 통해 세상이 조금 더 다정해지길 바라며,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꿈꾸며 이들은 책방을 선택했다. 이것이 책방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책방 운영의 현실이 녹록지 않아도 그곳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전북에는 ‘잘익은 언어들’, ‘에이커북스토어’, ‘살림책방’, ‘마리서사’ 등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점들이 있다. 지속가능한 책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해내는 이 공간들은 새로운 책방이 들어서는 힘이 된다. 최근 1~2년 사이 전북에는 10곳이 넘는 독립서점이 문을 열었다. 대부분 전주와 군산, 익산에 집중되어 군 단위의 작은 지역에는 여전히 책방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다양한 매력과 개성을 지닌 책방이 문을 여는 소식은 반갑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연대하여 운영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의 공간을 앞장서 응원한다. 책방이 아름다운 이유는 경쟁보다 상생으로 돌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책을 향한 순수한 애정으로 기꺼이 책방의 세계에 뛰어든 사람들, 새로운 동네책방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이번 기획에서는 2024년 1월 이후로 운영을 시작한 전북 책방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내 취향과 맞는 공간, 궁금한 공간,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공간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길. 생각지도 못한 즐거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고다인.류나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