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또, 새로 문 연 동네책방  2025.7월호

북레시피ㅣ조림지ㅣ반짝반짝 빛나는ㅣ책방 수록ㅣ책든손



북레시피

먹방 말고 '책방'


전주한옥마을에서 청연루 다리를 건너 전주천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유리창 너머로 책들이 놓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작년 9월 문을 연 서점 '북레시피'다. '맛있는 책과 건강한 책, 책 먹는 책방'. 간판에 쓰인 이 글귀처럼, 이곳은 책을 읽는다는 말보다 책을 ‘먹는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책방지기인 박선혜 씨는 문장을 천천히 음미하고, 곱씹으며 한 가족의 저녁 식탁처럼 다 함께 모여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북레시피를 열었다. 마치 뷰 좋은 레스토랑에 찾아가 밥을 먹듯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전주천이 흐르는 길목에 책방을 연 것도 그 이유다. 


그 마음은 서점에서 열리는 다양한 소모임들로 이어진다. 차를 곁들여 책을 읽는 ‘낭만북차’, 특별한 음식과 함께 책을 맛보는 ‘쿡키북키’, 다 함께 둘러앉아 떠들썩한 책잔치를 여는 ‘잔치북스’까지. 특히 '옹기종기독서모임'은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나이별로 네 모임이 운영되며, 작가이자 번역가 신유진과 함께하는 모임도 이어지고 있다. 


큐레이션은 매달 새로운 주제를 골라 진행된다. 다만 유독 한국 작가의 영어 번역서가 많은 것이 이 서점만의 특징. 박 씨는 사실 영어학원의 원장이기도 하다. 15년 넘게 영어를 가르쳐 온 그는 어느 순간 입시 위주의 수업을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그에게 언어는 책을 통해 익히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좋은 방식. 책으로 언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한국어 원서와 영어 번역본을 함께 읽는 모임도 운영 중이다. 학원 학생들도 이 서점에 와서 책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북레시피

#책요리  #번역  #전주천 

2024년 9월 오픈  

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58-2

수-일 11:00-17:00



조림지

시가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


'조림지'는 시집을 전문으로 하는 책방이다. 나무를 길러 숲을 이루게 하는 조림지처럼, 시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자라고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지은 이름이다. 일곱 평 남짓의 이 아담한 공간에는 작고 얇은 시집들이 모여 살고 있다. 가끔 시인들의 에세이나 시론집 등도 만날 수 있다. 한쪽 벽면에는 이곳에서만 읽을 수 있는 시가 붙어있다. 매월 한 편의 시를 정해 ‘조림지의 시’라는 제목으로 소개한다. 기존의 시를 골라 소개하는 것이 아닌 주변의 시인들에게 원고료를 지급하고 신작 시를 받아 전시하고 있다. 


책방지기 천기현 씨는 천상 문학소년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계를 전공했다. 바쁜 직장 생활을 이어가다 건강상에 문제가 생기며,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결론은 '시'였다. 제도권에 등단하지는 않았지만, 시를 사랑하고 시 곁에서 서성이는 자신 같은 사람들이 있을 공간을 생각하며 '조림지'를 열었다. 직접 시를 쓰고, <골렘>이라는 작은 시집을 펴내기도 한 그는 이곳에서 손님이 정한 제목에 맞춰 즉흥시를 써주기도 한다. 완성된 시를 읽고 만족한(?) 만큼의 금액을 내면 된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에는 시모임이 열린다. 책방의 문을 열어두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시를 나눈다. 조림지는 오늘도 시를 매개로 사람과 마음을 잇는 따뜻한 숲이 되어간다.


조림지

#시집  #시모임  #즉흥시 

2024년 3월 오픈  

전주시 완산구 충경로 30 1층

수-토 13:00-19:00




반짝반짝 빛나는

그림책으로 건네는 응원


군산에 자리한 ‘반짝반짝 빛나는’은 그림책을 전문으로 다루는 작은 책방이다. 강빛나 책방지기는 '모든 사람은 본래 반짝이는 존재'라고 믿는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잊게 되는 그 마음속 빛을, 그림책을 펼치는 순간 다시 알아차릴 수 있기를 바라며 책방을 열었다. 다정하게 놓인 서가 사이로 커피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카페도 있다. 


그림책방이지만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모임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열린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그림책을 읽고, 책방지기의 진행으로 짧은 단상들을 나눈다. 또한 일주일에 하루, 금요일은 늦은 밤까지 심야책방이 열려 자유롭게 그림책을 읽고 인상 깊은 문장을 필사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그림책 속 풍경과 주인공들을 미니어처로 만나고, 인형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는 '그림책 미니 팝업 전시'가 인기가 좋다. 지난 6월 국지승 작가의 <돌랑돌랑 여름>이 아이들과 만났다. 방학 기간에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활동 프로그램도 꾸준히 이어진다.


강빛나 책방지기는 오랫동안 유치원 교사로 일해왔다. 원래도 그림책을 좋아하던 그는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며 그림책이 사람의 마음을 여는 좋은 매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림책은 얇지만 깊다. 때로는 두꺼운 철학서만큼이나 깊은 울림으로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반짝반짝 빛나는

#그림책  #팝업전시  #카페 

2024년 6월 오픈  

군산시 부골1길 37 2동

화-토 9:00-18:00




책방 수록

볼수록, 읽을수록, 함께할수록


익산 영등동,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자리한 책방 ‘수록’은 작년 10월 문을 열었다. ‘모아서 기록한다’는 뜻의 단어 ‘수록’에서 이름을 따온 동시에, 책을 볼수록, 읽을수록, 이곳에서 사람들과 함께할수록 행복의 깊이가 더해진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책방은 그림책을 중심으로 큐레이션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찾기에 좋다. 인근에 영등초등학교가 있어 지역 어린이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독서모임과 원데이 클래스, 북토크 등 다양한 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특별한 점은 심리서점을 표방하며, 그림책을 매개로 함께 마음을 돌보는 예술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수록’은 도서관에서 그림책지도사 과정을 함께 공부하던 일곱 명의 사람들이 뜻을 모아 만든 공간이다. 미술치료사, 그림책 강사 등 다양한 본업을 가진 채 요일을 나눠 돌아가며 책방을 지킨다. 수익은 운영비에만 사용하고 인건비는 따로 책정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라도 더 책과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온라인서점과 비슷한 가격으로 자체 할인도 진행한다. 지역사회를 위한 마음, 책을 통한 환대의 정신이 ‘수록’을 움직이는 힘이다.


책방 수록

#그림책  #심리  #치유 

2024년 10월 오픈  

익산시 고봉로26길 11 1층

일 휴무 10:00-17:00




책든손

시골마을에 핀 작은 책방


완주군 고산면, 고즈넉한 마을 안쪽에 붉은빛의 건물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책방 ‘책든손’이다. 시골책방답게 넓은 마당과 다락방 등 정겨운 공간들이 눈에 띈다. 누구나 편히 머물 수 있는 '문턱 낮은' 책방을 지향하여 다양한 주제의 폭넓은 책들이 선반을 채우는데, 심향미 책방지기의 취향이 담긴 예술과 역사, 환경과 관련된 책이 특히 많다. 


이곳에서 가장 독특한 공간은 일종의 책 교환을 할 수 있는 ‘리사이클링 코너’다. 집에 보관 중인 책을 한 권 가져오면, 먼저 다녀간 이들이 놓고 간 책 중 한 권을 골라 갈 수 있다. 혹시 마음에 드는 책이 없다면 건너편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로 교환할 수도 있다. 건너편 건물에도 책을 위한 공간이 있다. 1층 카페에서 한 층 올라가면 책방지기가 소장한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북스테이’, 3층에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크 쇼’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별도의 예약 없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심향미 책방지기는 오랜 시간 책과 관련된 일을 꿈꿨다. 미뤄두었던 마음을 은퇴 후 '책든손'의 문을 열며 이루었다. 그렇게 시작한 책방은 작은 고산면의 소중한 문화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책든손

#리사이클링  #북스테이  #카페 

2024년 11월 오픈  

완주군 고산면 원산길 2 2동

수 휴무 10:00-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