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또, 새로 문 연 동네책방  2025.7월호

전주를 걷는 또 하나의 방법

지도 중심 서점 프롬투




지도 위에 담긴 기억들  

누구에게나 한 번쯤 낯선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순간이 있다. 때때로 길을 잃기도 하지만, 천천히 지도를 보며 숨을 고르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르곤 한다. 이때 지도는 단순한 이정표를 넘어 마음을 붙잡는 버팀목이 된다.


작년 12월, 전주 웨딩거리 끝자락 전라감영을 바라보는 자리. 지도 중심 서점 '프롬투'가 문을 열었다. 지도로 사람과 사람, 도시와 도시,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from’과 ‘to’를 합쳐 지어진 이름이다. 프롬투의 책방지기 황자양 씨는 이곳에서 도시를 기록하고, 소개하고 있다. 


프롬투의 서가는 여행, 도시 등 지도와 관련된 책들이 중심을 이룬다. ‘사적인 지도’, ‘당신과 나의 도시’, ‘조금 특별한 여행’, ‘경계 너머’로 나누어 큐레이션해 소개하고 있으며, 지도와 관련된 다채로운 굿즈들도 만날 수 있다. 모든 책이 지도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환경, 페미니즘, 노동 등 다양한 사회 이슈들에서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넓은 의미에서의 지도와 같은 책들도 있다. 





공간 한쪽 벽에는 전라감영에서부터 웨딩거리까지를 담은 지도가 걸려 있다. 좌표를 기준으로 방문객들이 자신의 취향이 담긴 장소를 직접 표시할 수 있다. 문을 연지 반년이 되자 맛집과 카페부터 약국, 경찰서 등 저마다의 장소들이 빼곡히 채워졌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이발소를 알리고 간 손녀, 근처 웨딩 스튜디오에서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마치고 들렀다는 가족의 이야기 등 소소한 기억들이 덧붙여진다. 어느새 서점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사적인 지도가 되어가고 있다. 


다양한 시선으로 도시를 그리다  

황 씨는 전주가 고향이다. 대학 졸업 후에는 뮤지션의 꿈을 안고 상경했다. 다큐멘터리 <파티51>에도 등장하는 홍대의 한 칼국수집 ‘두리반’의 철거 사태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시 철거에 맞선 농성에 홍대의 문화예술인들이 연대했고, 그의 밴드 역시 현장에서 공연을 이어갔다. 어쩌면 그 시절이 그에게 도시를 기록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밴드가 흩어지고, 서울에서 지도회사와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도시와 관련된 곳들에서 일했어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세운상가, 홍대, 합정, 망원 같은 곳들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들도 여럿 했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서울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더라고요. 회사가 아닌 저만의 프로젝트와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작년에 전주로 내려왔죠.”


프롬투는 단순한 도서 소개 외에도 다양한 일들을 펼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책쾌 시기에는 전주 도보 여행을 위한 지도를 제작하여 무료로 배포했다. 지난 5월에는 영화감독, 사진가, 작가 등 도시를 기록해 온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릴레이 강연도 열었다. 7월부터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적인 지도 만들기’ 워크숍도 시작된다. 보는 시선에 따라 지도는 달라지고, 그 위에 담기는 이야기도 달라진다. 프롬투는 그 다양한 시선과 기억을 함께 모아, 전주라는 도시를 조금 더 깊고 넓게 그려가고 있다. 





황자양 책방지기

도시와 관련된 일을 해왔다. 20대에는 홍대에서 어쿠스틱 밴드로 활동하기도 했다. 발 딛고 서있는 나의  동네와 지역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최근에는 '걷기 좋은 환경'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프롬투

#지도   #도시   #아카이빙

2024년 12월 오픈 

전주시 전라감영4길 13 1층

수-일 12:00-19:00 



류나윤 기자